본문 바로가기

여적

보아텡 같은 이웃을 두면 좋다

 

“유색인종이라니 장난합니까. 저런 제품이 팔릴까요.”
지난 5월 독일의 극우단체인 ‘페기다(PEGIDA)’가 킨더 초콜릿바 포장지에 등장한 어린이 얼굴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야유를 보냈다.

포장지 모델은 독일 축구대표팀 소속인 제롬 보아텡(27)의 어릴 적 사진이었다. 보아텡은 가나 출신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단 한번도 가나에 가본 적이 없는 독일 선수다.

반이민 정서에 편승한 ‘독일대안당(AfD)’의 알렉산더 가울란트 부대표가 기름을 부었다.
“사람들은 축구선수로서 보아텡을 좋게 본다. 그러나 그를 이웃으로는 삼고 싶어 하지 않는다.”

보아텡(오른쪽)이 어릴적 사진을 새겨넣은 초콜릿바. 터키계 스타인 일카이 귄도간의 어릴 적 사진도 있다.

보아텡뿐이 아니었다. 가울란트는 대표팀 미드필더인 메수트 외질이 메카 순례 사진을 올리자 ‘반애국적인 신호’라고 비판했다. 외질은 터키 이민 3세이자 이슬람교도이다.

 

거센 역풍이 불었다. 어떤 신문은 ‘원시인 가울란트’의 그림에 ‘호모 가우란딘디스’라고 손가락질하는 풍자만평을 실었다.

보아텡과 외질 등 이민자 출신 대표선수들은 실력으로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주장이 틀렸음을 입증했다.
보아텡은 우크라이나와의 유로 2016 첫 경기에서 절체절명의 실점 위기를 육탄으로 막아냈다.

 

독일에 첫 골을 안긴 이는 알바니아계 수비수인 시코드란 무스타피였고, 3번째 골의 도움을 준 선수는 다름 아닌 외질이었다.
“독일 대표팀이 극우주의자들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요아힘 뢰브 독일 감독의 코멘트가 인상적이었다. “수비에서 보아텡 같은 이웃을 두면 좋습니다.”

보아텡은 27일 슬로바키아와의 16강전에서 경기 시작 8분 만에 시원한 중거리포로 선제골을 넣었다. 중앙수비수의 공격본능….

 

보아텡은 “수비뿐입니까. 공격에서도 보아텡 같은 이웃을 두면 좋습니다”라고 외친 것이다. 극우주의자들은 “피가 섞인 대표선수들은 돈만 보고 싸우는 검투사 같은 노예들”이라 폄훼한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 대표팀은 사회통합의 롤모델”이라고 극찬한다.

 

보아텡·외질·무스타피뿐 아니라 사미 케디라(튀니지), 루카스 포돌스키(폴란드), 마리오 고메즈(그라나다)가 독일 축구를 풍요롭게 하고 있다.

 

히틀러가 환생한다면 환장할 노릇이겠으나 독일은 ‘보아텡 같은 이웃들’ 덕분에 세계 정상을 달리고 있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