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요천궁(大鬧天宮)’은 1960년대초 제작된 중국 최초의 컬러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손오공이 옥황상제가 다스리는 하늘궁전(天宮)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큰 소란을 일으켜(大鬧) 마침내 대승을 쟁취하고 개선하는 고대소설 <서유기>의 1~7화를 각색한 것이다.

중국이 2011년 우주정거장을 쏘아올리며 ‘톈궁(天宮)1호’(사진)란 이름을 지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양분해온 우주공간에 도전장을 내밀어 결국 우주의 지배자로 등극하겠다는 야심을 담고 있다. 옥황상제를 몰아낸 손오공처럼…. 사실 톈궁 1호는 우주실험실이라 표현하는 게 옳다.

길이 10.4m, 최대직경 3.35m에 무게는 8.5t에 불과하다.(사진) 우주인들이 중·장기로 체류해서 실험도, 관측도, 연구도 수행하는 진정한 의미의 우주정거장이 아니다. 중국이 발사하는 우주선과의 ‘도킹 연습’이 톈궁 1호의 주된 목적이었다.

실제로 톈궁 1호는 무인우주선 선저우(神州) 8호와 유인우주선 선저우 9호와의 도킹-재도킹 등의 임무를 완수했다. 역시 실험용에 가까운 톈궁 2호(2016년)에 이어 2022년 발사 예정인 톈궁 3호 단계가 되면 중국은 명실상부한 우주정거장을 보유한 나라로 도약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원래 임무를 마친 인공위성이나 발사체는 철저한 통제아래 지구상 바다 속으로 떨어뜨려야 한다.

하지만 톈궁 1호는 2016년부터 오작동을 일으키더니 결국 통제력을 잃고 지구로 추락하고 있다. 북위 43도~남위 43도 사이에, 3월 마지막주~4월 첫째주 정도에 떨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전망 뿐이다.
물론 지나친 걱정은 기우(杞憂)이다. 세계인구의 절반은 육지의 10%에 살고 있는데, 이 면적은 지구표면의 2.9%에 불과하다.

미국인이 벼락을 맞고(140만분의 1), 한국인의 머리에 번개가 두번 내리칠 확률보다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나마 톈궁 1호의 몸체가 고도 70~80㎞ 상공에 진입할 때 대기마찰열 때문에 대부분 소실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추락 1~2시간 전에 최종낙하지점을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남한에 떨어질 확률이 불과 3600분의 1이라는 데도 과학기술정통부를 중심으로 관계기관 대책회의까지 열리는 판국이다.

통제를 잃은 문명의 이기가 언제, 어느 곳에서 ‘나’와 ‘우리’를 해칠 지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톈궁 1호가 하늘궁전에 파문을 일으킨 것까지는 뭐라 말할 수 없다. 하지만 통제력을 잃고 지상세계 엉뚱한 나라에까지 소란을 피운다면 그것은 인류에 대한 민폐라 할 수 있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Posted by 이기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