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이온은 중성의 입자가 전자를 얻어 만들어지는 음전하를 띠는 물질이다.

물론 반대는 양이온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시중에서 ‘유익한 음이온’, ‘해로운 양이온’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즉 양이온이 체내에 들어가면 혈액 흐름이 나빠지며 신진대사가 둔화되어 질병에 잘 노출되고, 노화도 빨라진다는 것이다.
반면 음이온이 들어가면 혈액을 맑게 해줌으로써 상쾌한 느낌을 안기고, 질병 억제력도 생긴다는 것이다. 따라서 음이온이 풍부한 산림·폭포 부근에서 기분이 상쾌해지고 마음도 안정되지만, 양이온이 많은 대도시에서는 기분도 나빠지고 쉬이 피곤해진다는 것이다.

16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환경보건시민센터의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른바 ‘라돈 침대’의 리콜확대와 취약계층 이용자의 건강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그 때문인지 음이온을 뿜어낸다고 선전하는 공기청정기와 건강팔찌, 목걸이, 매트, 침대, 벽지는 물론 속옷과 생리대, 소금, 마스크, 모자까지 인기리에 팔렸다.

이중 특허를 받은 음이온 제품만 무려 18만개에 이른다.
음이온은 과연 천사표의 얼굴을 하고 있을까. 화학자들은 “헛된 맹신을 걷어치우라”면서 ‘천사표 음이온’의 가면을 벗긴다. 일단 음이온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한 연구논문도 보이지 않는다.

또 상온에서 1㎤의 부피에 들어있는 공기 분자의 수는 무려 3000경개나 된다. 그런데 공기 1㎤당 2000개를 방출하는 음이온 제품이 있다면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3000경분의 2000’이라면 음이온 숫자가 공기분자 1경개 중 하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이를 공기 1몰(22.4ℓ)로 환산한다면 ‘6×10의 23승’의 분자(6000만경개) 중에 2000개의 음이온이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공기 중에 방출된 음이은은 매우 불안정해서 곧바로 음전기를 잃어버린다. 겨울철 정전기를 연상하면 된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과)는 “음이온이 지고지순하다는 것도 거짓”이라고 말한다.

서울시민 1000만명이 모두 착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은 수소양이온과 염소음이온이 들어있는 염산용액을 먹으면 죽지만, 반대로 나트륨양이온과 염소음이온이 함유된 소금물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 사람의 기준으로 친다면 같은 음이온(예컨대 염소음이온)이라도 누구를 짝으로 만나느냐에 따라 착한 음이온이 될 수도 있지만 악한 음이온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음이온 제품의 절대 다수에 쓰이는 물질이 바로 모자나이트 분말이다. 음이온을 방출한다는 회토류 광석이지만 미량 함유된 우라늄과 토륨 등이 1급 발암물질인 방사성 기체를 발생시킨다.

몸에 좋다는 음이온을 마시려고 방사성 기체를 뿜어내는 침대에서 자는 격이 아닐까. 진지하게 따져볼 때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Posted by 이기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