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흔적의 역사

(328)
선덕여왕이 '신이 노니는 신유림에 묻어달라'고 유언한 그곳은? 신라의 천년 고도 경주를 대표하는 산으로는 토함산(해발 745m)과 남산(468m)이 먼저 떠오른다. 토함산은 불국사와 석굴암을 안고 있는 산이니 말할 것도 없다. 남산은 어떨까. 남산은 석가모니 부처가 하강해서 머무는 ‘영산(靈山)’으로 알려져왔다. 금오봉(468m)과 고위봉(494m) 두 봉우리에서 흘러내리는 40여개의 계곡과 산줄기에 150여 곳의 절터, 120여 구의 석불, 100여 기의 석탑이 산재해있으니 그런 말을 들을 만도 하다. ■남산의 오자가 아니다 지금 국립경주박물관에서는 9월15일까지 ‘낭산, 도리천 가는 길’ 특별전을 열고 있다. 특별전에는 낭산의 주변인 황복사지 삼층석탑에서 나온 경주 구황동 ‘금제여래좌상’과 ‘금제여래입상’ 등 국보 2점을 포함해 총 389점이 전시되고 있다. 특..
사찰의 정원석에서 '신라국 김공순' 글자가…"'명필' 김생의 글씨였다" “우리 절에 정원석이 서있는데 거기서 글자가 보입니다. 한번 봐주시면….” 지난 5월20일 박홍국 위덕대 연구교수는 지인(김은하 전 선덕여중 교사)을 통해 경주 남산사 선오 스님의 전화를 받았다. “사찰 정원석에서 ‘김(金)’ 등의 글씨가 보이는데, 이것이 어떤 명문 비석인지, 어느 시대 것인지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발품 파는 일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박교수는 마침 답사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전화를 받은 즉시 현장으로 달려갔다. 일단 선오 스님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어보았다. “18년 전 쯤 절의 조경을 위해 나무를 심으려고 땅을 팠을 때 한 2m 밑에서 나온 돌을 정원석으로 썼다”는 것이었다. “근자에 어느 불자님이 천리향이라는 나무를 심으려고 이 정원석을 비켜놓았는데, 그 돌에 ‘김(金)’을 ..
도굴꾼은 상상도 못했다…목관 밑 '보물상자'에 담긴 2100년전의 삶 “다호리 일대의 도굴이 말도 못합니다. 심각합니다.” 1988년 1월 국립진주박물관이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에 심상치않은 제보 한 건을 올린다. 급보를 받고 달려간 이는 이건무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전 문화재청장·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었다. 과연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현장이었다. 도굴꾼의 탐침봉 흔적이 사방팔방에서 확인됐다. 봉분이나 그 흔적이 남아있는 곳도 아닌 논밭이었는데도 그랬다. 실제 도굴이 자행된 구덩이가 논밭 일대에서만 40~50곳이나 보였다. 구릉 위까지 범위를 넓히면 100곳에 넘을 것으로 판단됐다. 한 곳 한 곳 확인해가던 조사단의 눈에 밟히는 도굴 구덩이가 있었다. 마을을 지나는 도로 남쪽에 붙어있는 논이었다. ■도굴범은 상상도 못했던… 깊이 1m 남짓한 구덩이에 도굴꾼이 채워놓은 ..
'가림성 사랑나무' 너머로 읽은 백제 독립운동사 부여 하면 떠오르는 답사코스가 있다. 부여왕릉원(능산리고분군), 부소산성, 관북리, 궁남지, 정림사터, 낙화암, 백마강…. 사비백제(538~660) 123년 역사의 숨결이 담겨있는 곳이 아닌가. 결코 백제의 이미지를 벗어난 부여는 생각할 수 없으리라. 그런데 최근 ‘백제와 MZ 세대’를 아우르는 답사코스가 생겼다. ‘가림성 사랑나무’이다. 이름에서부터 역사성이 물씬 풍기는 ‘가림성’과, MZ 세대의 ‘인생사진 핫플’이 된 ‘사랑나무’가 어우러져 있으니 안성맞춤이 아닌가. 지난해(2021년) 10월 부여의 ‘루틴 코스’를 답사하다가 온라인상 ‘부여의 가볼만한 곳’에서 ‘가림성 사랑나무’를 발견했다. 새로움을 좇는 기분으로 성흥산(해발 260m)에 조성된 가림성(성흥산성) 정상부에 오르기 시작했다. 대체 어..
거대사찰 황룡사에 우뚝 선 '80m 랜드마크'와 '서라벌판 광화문 광장' “서라벌에 절이 별처럼 펼쳐져 있고 탑들이 기러기처럼 늘어서 있다.(寺寺星張 塔塔雁行)” 가 전한 전성기 서라벌 시내 모습이다. 527년(법흥왕 14) 이차돈의 순교로 공인된 불교가 어느덧 ‘절과 절이 별처럼, 탑과 탑이 기러기 행렬처럼 늘어서 있을 정도’로 성행했던 것이다. 553년(진흥왕 14) 짓기 시작한 황룡사는 본래 사찰(寺)로 조성된 것은 아니었다. 는 “월성의 동쪽에 새 궁궐을 지으려 했는데, 황룡이 나타나는 바람에 사찰(‘황룡사’) 조영으로 계획을 수정했다”(‘신라본기’)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황룡사 조영공사는 13년 만인 566년 1차 가람이 마무리됐다. 진흥왕은 8년 뒤(574년) 구리 3만5007근(약 7.6t 추정)과, 도금 1만98푼(약 100냥)을 사용하여 5m에 달하는 불상(..
숙종의 피난처, 북한산성에 왜 금괴 매장설이 퍼졌을까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감탄사를 연발하는 포인트가 있다. 도심에서 걸어서 오를 수 있는 산이 즐비하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산을 등지고 강을 마주하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자리에 터전을 잡고 살았던 전통 덕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100여 년 전 조선을 방문한 서양인들도 ‘도심 지척의 산’이 그렇게 신기했나보다. “경성에서 서양인의 피크닉이라 하면 대개 북한산이 통념으로 되어 있었다…지게꾼들을 데려와서 말과 대나무 가마로 간다.”(, 1934) 1894년 7월 관립법어(프랑스어)학교 교장으로 내한한 에밀 마르텔(1874~1949)의 회고이다. 대한제국 시절 궁내부 찬의관을 지낸 윌리엄 샌즈(1874~1946)는 한술 더 뜬다. “한국땅을 벗어나 휴일을 즐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도시의 옛 궁궐..
'744살 청와대 주목', 가소롭게 바라봤을 영욕의 역사 대통령경호처의 임무는 기본적으로 대통령과 그 가족의 경호업무라 할 수 있다. 그런 그들이 틈을 내어 펴낸 책이 두 권이 있으니 그것이 (2007년 초판·2019년 증보판)과 (2019년)이다. 청와대와 그 주변이 어떤 곳인가. 1968년 북한 특수부대의 습격사건(1·21사태) 이후 청와대 앞길을 물론 인왕산과 북악산의 통행도 철저히 통제됐다.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고부터 인왕산과 북악산, 청와대 앞길 등의 통행이 허용되고, 개방의 폭도 점차 확대됐다. 요즘은 매주 화요일~금요일, 둘째·넷째 주 토요일(공휴일 제외)에 청와대 내부관람(총 1시간 30분)까지 가능해졌다. 북악산도 2006년 성곽로에 이어, 2020년 북측 둘레길까지 개방되더니 이 기사가 신문지면을 탄 5일 오후 청와대 뒤쪽 북악산 남측..
"일러줄거야. 네 남편에게"…<청구영언>의 19금 노래가 보물 됐네 “○○○는 노래로 당세에 이름이 났지만 속되지 않았다. 얼굴빛이 희고 수염은 창처럼 뾰족했다. 어릴 때부터 300편을 줄줄 외었다.”() ○○○는 과연 누구이기에 ‘꽃미남’이고, 시 300편을 줄줄 외울 정도로 ‘뇌섹남’이었으며, 수준 높은 노래를 불렀을까. “남파 김백함은 노래로 나라 안에 이름이 났다. 성률(리듬)에 정통하고 문예도 닦아 새로운 노랫말을 지어 여항인(중인)들에게 익히게 했다. (보컬)김백함과 (거문고 연주자) 전만제가 찾아와 음악을 들려주니 내 가슴 속에 맺힌 마음의 병까지 모두 치유됐다. 그 음악은 귀신을 감동시키고 화기(和氣)를 일으킨다.”( ‘서문’) 남파 김백함은 또 누구인가. 이 언급에 따르면 ‘싱어송라이터’이자 ‘국민가수’이면서 ‘힐링뮤지션’이 아닌가. ■꽃미남, 뇌섹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