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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경주의 지하수위 상승과 지진 징후

일본에서는 ‘진흙속 메기가 준동하면 지진이 발생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1592년 교토의 후시미에 성을 쌓을 때 “반드시 메기를 막을 대책을 세우라”는 특명을 내린 이유였다.

지진의 전조현상으로 운위되는 일본의 지진운. 솜사탕 같은 구름이 지진의 전조라는 이야기다.

이후 지진을 일으킨 메기에게 벌을 내리고, 무거운 돌로 짓누르는 조형물이나 그림이 쏟아졌다. 메기, 즉 동물의 이상행동을 지진의 전조 현상으로 여기는 것이다.

지진의 전조를 허투루 넘기지 않고 대지진의 참사를 막아낸 사례가 있다.

1975년 2월4일 중국에서 일어난 규모 7.3의 하이청(海城) 대지진이다.

중국 지진국이 동물이상행동 정보를 수집한 것이 주효했다. 즉 1974년 12월부터 겨울인데도 뱀이 도로에 나와 얼어죽고 말이 날뛰었으며, 들쥐와 거위가 날뛰는 등의 현상이 감지됐다.

이상징후의 70%는 2월3일 하루에 집중됐다. 지진국은 즉시 지진경보를 발동하고 시민들을 대피시켰다. 얼마후 대지진이 일어났지만 피해자는 2000여 명에 불과했다.

반면 1년 5개월 뒤인 1976년 7월 규모 7.8의 당산(唐山) 대지진은 24만명의 사망자를 냈다. 지진발생 하루 전 번개가 치고, 지전류와 동물행동의 이상 현상이 보고됐다.

중국에서 두꺼비 때가 출몰하는 모습. 동물이 이상행동을 보이면 지진이 일어난다는 소문이 떠돌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진경보를 내리지 않아 대참사로 이어졌다.

물론 동물들의 이상행동이나 지구물리학적인 현상이 반드시 지진의 전조 현상이라는 100% 확증은 없다.

그렇다고 무시할 필요는 없다. 인간과 동물의 감각은 다르다. 동물은 인간과 달리 지진을 감지하는 매우 예민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물고기와 설치류의 경우 지진발생 수 일 혹은 수 주 전부터 이상행동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 12일 경주에서 지진이 일어나기 직전의 지하수위가 크게 달라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부경대 정상용 교수의 분석이다.

지진 하루 전 11일과 지진발생일인 12일을 견줘보니 지하암반수위가 49㎝나 상승했다는 것이다. 땅속의 강한 지진 압력이 암반을 밀어올려 지하수위를 높인 것이다.

지하수위의 관찰이 지진예측 활용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지진징후를 맹신해서 괴담을 퍼뜨리는 것은 안될 일이다.

그러나 하이청 대지진의 예에서 보듯 몇가지 착안사항들은 도외시 해서는 안된다. 만사불여 ‘튼튼’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경향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