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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꿀오줌과 혈당

 

기원전 6~5세기 인도의 외과의사 수슈르타가 펴낸 의서 <아유르 베다>는 당뇨병을 ‘꿀오줌(madhumea)’이라 했다. 그러면서 “그 오줌이 달아서 개미와 곤충이 모여든다”고 부연설명했다. 카파도키아(터키)의 의사인 아레테우스(기원후 30~90년)는 “소변이 잦고, 목이 타서 견딜 수 없으며, 살과 뼈가 녹아 소변으로 나오는 듯한 이상한 질병”이라고 설명했다. 고대 중국과 아랍의 의학서들도 “빈뇨와 목마름, 무기력, 성기능 감퇴, 괴저 등의 증세가 일어난다”고 했다.

당뇨병 하면 세종 임금이 떠오른다. 유난히 육식을 좋아했으며, 몸도 뚱뚱했다. 상왕으로 물러난 아버지(태종)가 “제발 운동 좀 하시라”고 신신당부할 정도였다. 게다가 책 한 권을 최소한 100번 이상씩 읽었고, 하루에 20시간가량 국정을 돌보느라 몸관리는 엉망이었다.

세종은 “매일 물 한 동이 이상을 마셨고, 왼쪽 눈이 아파 안막을 가렸으며, 오른쪽 눈은 한 걸음 사이의 사람도 분간할 수 없다”(<세종실록>)고 토로했다.

당뇨 합병증 때문에 시력을 거의 잃었음을 고백한 것이다. 로큰롤의 황제인 엘비스 프레슬리 역시 ‘당뇨인’이었다. 땅콩버터와 꿀, 바나나, 베이컨을 얹은 샌드위치를 한 번에 4개씩이나 먹고, 문파이에 초콜릿 바와 아이스크림까지 즐긴 결과였다.

쿠바의 다이키리 칵테일을 사랑했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역시 당뇨환자였다. 당뇨 때문에 설탕과 라임주스를 반으로 줄이고 럼을 두 배 넣은 ‘헤밍웨이 다이키리’를 유행시켰다.

미 메이저리거 재키 로빈슨과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 등도 당뇨환자였다. 당뇨병은 무서운 질병이다.

일단 병진단을 받았다 하면 이미 혈당을 관리하는 췌장의 인슐린 분비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봐야 한다. 완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약물·주사치료와 식이·운동요법을 병행하면 평생 친구처럼 관리할 수 있는 병이다.
국내연구진(김대형 기초과학연구원팀)이 땀으로 혈당을 측정하고 자동으로 약물을 투여해주는 당뇨패치를 개발했다. 매일같이 바늘로 손끝을 찔러 혈당을 체크하고, 때로는 인슐린 주사로 혈당을 조절해야 하는 ‘당뇨인’들에게는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한 희소식이다. 모쪼록 빨리 상용화하기를 바란다. 경향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