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덜겅(돌숲)과 용출갯돌밭, 구실잣밤나무숲….

전남 완도군이 지난 3월 ‘멍때리기 좋은 곳’으로 선정한 섬마을(생일도) 명소 3곳이다.

하늘나라 궁궐을 지으려 가져가던 바위가 떨어져 산산조각 나 생겼다는 자연돌숲과, 출렁이는 파도와 몽돌이 부딪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갯돌밭,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밤나무숲 등이 멍때리는 장소로 제격이라는 것이다.

멍때리기는 아무 생각없이 넋을 놓고 있는 상태의 속어이다.

예전에는 ‘참 한심한 사람’이라는 비아냥을 듣기 십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멍때리기에 적합한 장소가 선정되고, 심지어는 멍때리기 대회까지 성황리에 열리는 판국이다.

아닌게 아니라 뇌가 쌩쌩해지려면 ‘멍을 잘 때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대세로 등장했다.

아르키메데스와 아이작 뉴턴은 ‘멍때리기의 전설’이라 할 수 있다.

아르키메데스는 “왕관이 순금을 만들어졌는지 알아보라”는 임금의 주문에 깊은 고뇌에 빠졌다.

2014년 제1회 멍때리기 대회에 출전한 사람들의 모습.

그러다 머리를 식히려 목욕탕에 몸을 담그고 있다가 불현듯 부력의 원리를 발견하고는 ‘유레카’하고 소리쳤다지 않은가.

뉴턴 역시 사과나무 밑에서 멍하니 있다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2001년 마커스 라이클 미국 워싱턴의대 교수는 아무런 인지활동을 하지 않을 때 오히려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부위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일련의 뇌 부위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default mode network)’라 했다. 이 네트워크는 뇌가 편안히 휴식을 취할 때, 비로소 작동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네트워크가 평소 몰입하고 있을 때는 끊겨져 있던 뇌의 각 부위를 연결시켜준다.

창의성과 발견이란 오히려 뇌활동을 멈추고 휴식한 상태에서 생겨난다는 뜻이다.

멍때리기는 시간 낭비가 아니라 뇌를 최상의 상태로 재충전하는 유익한 과정인 것이다. 그러고보면 도가(道家)의 무위(無爲)는 시공을 초월한 창조적인 사상인 셈이다.

돌이켜보면 ‘언제 멍 때려봤나’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순간도 뇌는 처리해야 할 정보로 넘쳐나는데, 그것도 모자라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잭 웰치나 빌 게이츠 같은 경영자도 하루 한시간씩 창밖을 바라보고, 1년에 2주씩 외딴 오두막에서 이른바 ‘사유주간’을 가졌다는데….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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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기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