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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벼, 쌀, 밥…똑같은 타밀어와 한국어

 드라비다인은 유럽 아리아족의 침입 때(기원전 15세기) 인도 남부로 쫓겨난 토착민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 드라비다인의 언어(타밀어) 가운데 한국어와 유사한 단어가 400~1300개나 된다고 한다. 쌀은 sal, 벼는 biya, 밥은 bab, 풀(草)은 pul, 씨(種)는 pci, 알(粒)은 ari, 가래(농기구)는 kalai, 사래(밭고랑)는 salai, 모(茅)는 mol이라 한단다. 볍씨를 ‘아리씨’라 하는 것도 흥미롭다. 아빠와 엄마(암마), 언니(안니)의 경우도 거의 같은 발음이고, 궁디(엉덩이), 찌찌(남성 생식기) 등 신체기관의 명칭도 심상치 않단다.
 ‘현대 한국어=알타이어 계통’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배워온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은 “중국 서북방(알타이 근처) 유목민들이 진나라의 노역을 피해 한반도로 이주했는데, 그들이 바로 진한인(辰韓人)들”이라 했다. 그런 진한이 나중에 신라가 됐고 신라의 통치계급이 썼던 진한어가 신라어-고려어-조선어-현대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부여-고구려-백제 계통의 언어는 사멸되고 만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그렇다면 진한인의 이주 이전에는 어떤 말을 썼다는 건가.


 이 대목에서 원로 고고학자 김병모 한양대 명예교수는 인도를 중심으로 한 남방 문화의 영향을 거론한다. 즉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이 한반도로 이주했듯이 벼농사와 난생신화, 그리고 고인돌 문화 등도 바로 인도-중국(동남아)-한반도로 건너왔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한국어와 비슷한 드라비다어 가운데 쌀, 벼, 밥 등 농사와 연관된 단어가 눈에 띈다. 원래 유목민들이었던 진한인들이 남방의 벼농사 기술자들 영향을 받아 농경인이 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특히 한반도를 포함, 동북아 청동기문화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고인돌이 인도에도 많다는 점을 꼽았다. 한국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허황옥, 혜초, 타고르 등을 거론하면서 한국과의 인연을 연일 강조했다. 혜초 스님이 순례했던 베나레스(바라나스)가 자신의 선거구라는 점도 언급했다. 단순한 외교적인 수사가 아닌 것은 틀림없다. 2000년보다 훨씬 이전부터 뭔가 친연관계를 맺었다는 방증이 많으니까 말이다. 이기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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