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4년 프랑스 고고학자 폴 우랄은 로즈리 바스 후기구석기 유적에서 희한한 조각물 1점을 발굴했다.

머리도, 발도, 팔도 없는데 유독 음부만은 예리한 칼로 표현한 구석기 말기의 유물이었다.

금방 이 조각상에 ‘야한 비너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벌거벗은 자신의 음부를 오른손으로 살짝 가린 그리스 로마 시대의 비너스상을 흔히 ‘정숙한 비너스’라 일컫지 않은가.

2008년 발견된 홀레펠스 비너스. 3만5000년전의 작품이다. |전곡선사박물관 제공

꽁꽁 가려도 시원치않을 음부를 부끄럼없이 턱하니 내놓고 있으니, ‘야한 비너스’가 아니냐는 것이었다.

아무런 상관 관계없는 비너스를 끌여들여 현대 서양인의 잣대로 구석기인의 문화를 함부로 규정할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나 선사시대의 여신상을 ‘○○비너스’로 일컫는 전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144점이 유럽과 시베리아, 지중해 등지에서 확인됐다. 크기는 작게는 3㎝에서 크게는 40㎝도 넘는 것도 있다.

1908년 다뉴브강변인 오스트리아에서 확인된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가 가장 유명하다.

2만5000~2만8000년 전에 조각된 비너스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9년엔 지금까지 발견된 것 가운데 가장 오래된 비너스가 확인됐다.

독일 튀빙겐 대학의 니콜라스 콘라드 교수팀이 독일 셸클링겐 인근의 구석기 유적에서 확인한 3만5000년 전의 비너스다.

발굴장소를 따서 ‘홀레펠스 비너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상아의 어금니를 조각한 ‘홀레펠스 비너스’는 구석기인의 문화뿌리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웅변해주었다.

흥미로운 것은 지금까지 발견된 ‘구석기 비너스’의 형태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얼굴 형태는 그리지 않았으며, 팔과 발은 과감히 생략했다. 반면 복부와 엉덩이, 넓적다리, 음부는 눈에 띄게 과장했다.

1908년 오스트리아에서 발굴된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과장된 가슴과 복부, 엉덩이, 허벅지가 눈에 띈다.

구석기 시대, 그 장구한 세월동안 ‘통통미’이 대세였음을 암시하는 대목인가. 얼굴이나 팔, 다리는 미의 척도가 아니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법 하다.

구석기인들이 왜 비너스상을 조각했는지 밝혀진 바는 없다.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며 과장된 엉덩이와 가슴, 음부를 새긴 조각상을 품에 지니고 다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족이나 종족의 수호물일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혹은 구석기 시대 여성 아티스트가 자신의 몸을 스스로 표현한 자화상이 아니겠냐는 주장도 있다. 아니다.

그냥 에로틱한 예술의 표현이거나 그저 섹스 보조기구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구석기인들이 왜 비너스상을 조각했는지 그 정확한 내막을 알 길은 없다.

경기 연천 전곡선사박물관이 3일부터 ‘구석기 비너스가 부르는 노래’ 특별전을 개최한다.

정밀하게 복제된 홀레펠스 비너스를 비롯해서 인류 최초의 예술품 70여점이 전시된다.

독일 홀레슈타인 동굴유적에서 출토된 3만5000년전 ‘사자인간’의 초정밀 복제품도 전시된다. 선사시대 방식을 그대로 재현한 실험제작과정도 공개된다.

3~7일 사이 선사유적지에서는 구석기축제까지 열린다. 전곡리유적은 27만 년 전 구석기인들의 맥가이버칼 역할을 했던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출토된 곳이다.

27만 년 전의 최첨단 도구와 3만5000년전의 비너스상을 함께 볼 수 있는 기회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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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기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