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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래자 思來者

유관순, 안창호, 윤봉길, 이봉창…, ‘요시찰' '수형' 카드 문화재된다

‘유관순, 키=5촌(152㎝), 신분=평민, 죄명=보안법 위반 소요, 형기=징역 3년, 전과=초범, 직업=정동여자고등보통학교 생도….’

일제가 충남 아우내 장터 시위를 주도한 뒤 붙잡혀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유관순 열사(1902~1920년)의 출생연월일과 출생지, 주소, 신장은 물론 활동, 죄명, 형기까지 기록한 신상카드이다.

유관순 열사의 신상카드. 키와 신분 등 신상은 물론 죄명과 형기까지 기록해놓았다.|국사편찬위원회 

카드는 낱장의 종이재질로 가로 15㎝, 세로 10㎝이다. 가장 기분 나쁜 것은 독립투사의 상반신을 정면과 측면 사진으로 찍었다는 것이다. 지독한 문초를 받은 뒤 찍혔으니 좋은 사진일 리 없다.
유관순 열사 뿐이 아니다. 1910~45년 사이 작성된 신상카드 연번이 6만5193번까지 기재되어 있다. 일제가 6만명이 넘는 인사를 투옥하거나 감시대상으로 삼았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보존된 수형카드는 6259장이다. 중복인물을 제외하면 모두 4858명의 카드나 남아있는 셈이다.
문화재청은 7일 바로 이들의 신상카드를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소장한 ‘일제 주요감시대상 인물카드’는 일제가 한반도를 강제 병합한 1910년부터 1940년대까지 경찰과 형을 집행하는 기관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는 유관순 열사 외에도 안창호·이봉창·윤봉길·한용운·김마리아 등 일제에 저항한 많은 독립운동가에 관한 카드가 있다. 안창호 선생의 카드는 4장이나 된다. 1925년 제작된 수배용카드와 1932년 상하이(上海)에서 체포되어 수감되었을 때의 카드, 병보석으로 출감했다가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다시 체포된 1937년 카드, 서거한 후인 1939년 작성된 카드 등이다. 1925년에 비해 갈수록 수척해진 선생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이밖에도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고 거사의 의지를 다진 이봉창·윤봉길 의사의 사진이 담긴 카드도 남아있다.
또 의열단원 곽재기의 카드는 다소 이채롭다. 카드에 ‘사진은 정의소의 것을 보라’고 되어 있다. 정이소의 카드를 찾아보면 김원봉·곽재기·강세우·김기득·이성우·정이소·김익상 등 초창기 의열단 멤버의 단체사진이 붙어있다. 이들이 의열단 결성 초기인  1920년 3월부터 5월초 사이에 상하이 프랑스 조계에서 찍은 것으로 보인다. 이 한 장의 사진은 1920년대 의열단원의 모습을 확인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문화재청은 “카드에 부착된 인물사진 중에는 희귀한 자료가 많다”며 “당대 민족운동과 독립운동을 조사하는 데 도움이 되는 믿을 수 있는 사료”라고 평가했다.

신상카드에 실린 김원봉 등 초기의열단원의 단체사진.

이 신상카드와 함께 ‘완도 소안면 구 당사도 등대’와 ‘윤봉춘 일기’도 문화재로 등록 예고됐다.
당사도는 보길도와 소안도 중간에 있는 작은 섬이다. 등대가 건립된 1909년 소안도 주민과 의병이 항일 의거를 일으켰다. 당시 항일운동은 소안도와 신지도로 퍼졌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윤봉춘 일기는 함경북도 회령 출신 배우이자 영화감독으로 항일운동에 가담해 두 차례 옥고를 치른 윤봉춘(1902∼1975)이 1935~1937년 사이 기록한 글이다. 3책으로 구성된 이 자료에는 일제강점기 영화계와 영화인에 관한 이야기, 영화 제작기구와 체계, 제작비, 흥행 실적에 관한 내용과 윤봉춘이 영화인으로서 독자적이고 주체적인 사고를 지키려는 의지를 내비친 글이 담겼다.
이미 지난 6월 등록문화재로 예고한 ‘도산 안창호 일기’(등록문화재 제721호)와 ‘관동창의록’(등록문화재 제722호)을 문화재로 등록했다. 도산 안창호 일기는 안창호(1878∼1938)가 1919년 3·1 운동 이후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임시정부 내무총장 겸 국무총리 대리를 지낼 당시 활동상을 담은 일기 3책이다. 문화재청은 “안창호 선생이 일기를 직접 쓰지는 않은 듯하지만 임시정부 초창기 활동과 조직 운영, 참여 인사 면모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사료”라고 강조했다.
독립기념관이 소장한 관동창의록은 의병 항쟁사 측면에서 귀중한 자료다.
강원도 강릉을 중심으로 함경도와 경상도에서도 활동한 의병장 민용호(1869∼1922)가 경기도 여주에서 의병을 일으킨 뒤 중국으로 망명할 때까지 펼친 항전 사실을 기록한 일기와 서한 2책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