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30살에 불과한 브라질 축구선수 세르지뉴가 경기 중 갑자기 쓰러져 사망했다.

 

부검 결과 심장이 정상인의 2배 이상 컸고, 심장벽도 매우 두꺼웠다.

 

시쳇말로 ‘강심장’이란 얘기인데 왜 사망에 이르렀을까.

 

심장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면 피가 뿜어져 나가는 출구가 좁아진다.

 

심장은 그 좁은 구멍으로 혈액을 보내려 더 강하게 수축하게 되고 호흡곤란과 흉통으로 이어지며 심할 경우 돌연사하고 만다. 비후성심근증이다.

 

놀랍게도 이 병은 인구 500명당 1명 꼴로 일어나는 비교적 흔한 질병이다.

 

11번째 염색체에 존재하는 특정 돌연변이 유전자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선천성 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사슬을 싹둑 잘라버린다면 어떨까. 

기초과학연구원의 김진수 유전체교정연구단팀이 그걸 해냈다.

 

인간배아에서 비후성심근증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잘라내고, 정상상태로 교정·편집하는데 성공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는 곳까지 인도해주는 리보핵산(RNA)과, 문제의 유전자를 잘라내고 교체하는 절단효소(단백질)로 이뤄졌다.

 

군대에 비유하는 이도 있다. 즉 RNA는 적진을 살피는 정찰병이고, 절단효소는 직접 적(돌연변이 유전자)과 싸우는 전투병이다.

‘유전자 가위’는 불과 5년 전에 탄생했다.

 

미국 버클리대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와 독일 하노버대 엠마뉴엘 카펜디어 교수의 공동연구팀이 만들었다. 만약 정찰병(RNA)을 바꿔 다른 전선으로 전투병(절단효소)을 인도한다면 어떻게 될까.

 

다른 유전병의 돌연변이 유전자도 제거할 수 있다. 돌연변이 유전자 때문에 발생하는 유전질환은 1만가지가 넘는다. 혈우병이나 겸상 적혈구 빈혈증, 헌팅턴 병 등 나열할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노벨상은 따논 당상”이라는 이야기가 나돈다.

김진수 연구팀의 성과가 보여주듯 ‘유전자 가위’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생명윤리법은 인간배아 유전자치료를 금지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일각에서 개정을 주장하기도 한다.

 

부모가 원하는 지능·체격·피부의 맞춤형 아기를 만드는 ‘악한 가위질’일지, 혹은 감당할 수 없는 유전병의 대물림을 막는 ‘선한 가위질’일지 모두 인간의 의지에 달렸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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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기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