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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로켓맨과 惡통령 사이 …

“무자비하게 징벌하리라. 날강도 미제와 함께 백년숙적 섬나라 오랑캐 무리… 특대형 매국노 박근혜와 그 가련한 일당….”

2014년 북한 인권문제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채택되자 조선중앙 TV가 내보낸 시 ‘징벌하리라’이다.

 

핵과 인권문제로 수세에 몰린 북한이 한국·미국·일본을 싸잡아 비난하는 시까지 발표한 것이다.

 

북한은 수가 틀리면 혈맹이라는 중국도 ‘줏대없는 나라’라 비꼰다. 북한 관리나 매체의 발언에서는 외교적인 수사(레토릭)란 있을 수 없다.

경향신문 박순찬 화백이 그린 트럼프와 김정은 캐릭터.

 

2015년 당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에게는 “교활한 속궁냥(속궁리)이 가소롭다”면서 “실로 돌미륵도 앙천대소할 일”이라는 기기묘묘한 표현을 썼다.

이것도 ‘양반’이다. 북한은 상대국 국가 지도자들의 성별과 외모와 인종까지도 폄훼하는 욕설도 서슴치 않는다.

“아프리카 원시림 속 잰내비 상통(원숭이 얼굴) 그대로다.” “혈통마저 분명치 않은 인간오작품이다. 아프리카…원숭이 무리에서 빵부스러기나 핥으며….”

이 두 사례는 북한이 2014~15년 사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해댄 욕설이다.

 

 “오바마의 몰골을 보면 구역질로 오장이 뒤집혀질 정도”라고까지 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에게는 “주걱턱에 움푹 꺼진 눈확(눈구멍)에다 푸시시한 잿빛 머리털을 한 승냥이 상통”이라 했다.

 

한국의 대통령들도 쌍욕을 먹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는 ‘못난이 하는 짓마다 사달’ ‘돌부처도 낯을 붉힐 노릇’이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살인마 악녀’ ‘유신군사깡패의 더러운 핏줄’ ‘방구석 아낙네의 근성’ ‘못돼먹은 철부지 계집’이라고 했다.

 

어떻게하면 더 찰지고 후련한 욕설을 찾아내어 써먹을까하고 부처끼리 충성 경쟁하는 것 같다.

그런 북한에게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핵개발을 강행하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을 ‘로켓맨’이라 지칭하면서 “로켓맨이 자신과 정권에게 자살임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반격이 시작됐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개들이 짖어도 행렬은 간다(The dogs bark, but the caravan moves on)”는 마거릿 미첼의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개짖는 소리’라 일축했다.

 

김정은도 직접 나섰다. 트럼프를 ‘미치광이’ ‘불망나니 깡패’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까지 트럼프의 외모를 원색적으로 깎아내린 표현은 쓰지 않았다.

 

꼭 욕설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 같다. 과연 ‘막말의 달인’ 답다. 그러나 역시 ‘막말’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트럼프가 아닌가. 누가 임자를 제대로 만난 것일까. 경향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