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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지구의 7자매들

경제학 용어인 ‘골디락스’는 천문학에서도 통용된다.

 

영국의 전래동화(<골디락스와 세마리 곰>)에서 유래했다.

 

길을 잃고 헤매던 골디락스 소녀가 오두막집에 들어가 뜨겁고, 차갑고,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스프 등 3가지 스프를 놓고 고민하다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스프를 먹었다는 것이다.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이라면 바로 골디락스의 스프처럼 물이 있고, 기온이 적당해야 하며, 태양과 같은 항성의 빛을 꾸준히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은하계에는 태양과 같은 항성이 2000억개에 달한다. 그 중 골디락스 영역을 갖춘 항성계가 있고, 지구를 쏙 빼닮은 행성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수명 10조년에 이르는 항성(왜성) 주변을 돌고 있는

지구와 같은 행성을 그린 상상도. 온도가 0~100도 사이로 추정돼 생명체가 살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지구와 같은 행성이 400억개에 이른다는 추정도 있다. 이 중에 제2의 지구를 찾는 것이 바로 인류의 로망이다. 1992년 이후 3500개 이상의 행성을 찾아냈다.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을 포함한 국제공동연구팀이 39광년(370조㎞) 떨어진 곳에서 지구의 크기와 흡사한 암석행성을 무려 7개나 거느린 항성(왜성·트라피스트-1)을 발견했다.

 

과학지 ‘네이처’가 ‘지구의 일곱자매를 찾았다’고 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이제 천문학자들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성배(聖杯)를 발견했다’고 상찬했다.

 

그리스도의 피를 담은 성배를 찾아 분투하는 영화 ‘인디애나존스’에 빗댄 것이다. 이 행성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온화한 기후를 갖추고 있다는 추정이 나왔다.

 

표면온도는 0~100도 사이로 추산된다. 생명체의 터전인 액체 상태의 물, 즉 바다가 존재할 수도 있다.

 

7개 행성의 주인인 항성(왜성)은 태양 질량의 8%에 불과하고, 표면 온도도 태양(6000도)의 절반도 안된다. 그러니 행성의 표면에서 서서 항성을 바라보면 마치 일몰의 태양을 바라보는 듯 어둑어둑할 것이다.

 

하지만 행성-항성 사이가 가까워 온대기후가 가능하다.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 중에는 “생명체의 증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호언장담하는 이가 있다. “향후 10년 안에 반드시 찾아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도 있다.

 

물론 이 순간에는 생명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항성의 수명은 10조년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 우주 나이의 700배다. 생명체가 탄생하고 진화하기에 넉넉한 시간이다. 경향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