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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지구 최고봉은 에베레스트가 아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누구나 에베레스트산(해발 8848m)이라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해발’, 즉 ‘해수면에서부터’라는 조건이 붙을 때의 정답이다. 만약 지구 중심부에서 따져 가장 멀리 떨어진 산이나, 혹은 우주와 가장 가까운 산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달라진다. ‘에베레스트산’이 아니라 ‘침보라소산’(6268m)이 정답이 된다.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 남쪽 150㎞ 지점에 솟은 침보라스산은 서기 550년 무렵 마지막 분출을 하고, 현재는 활동을 멈춘 휴화산이다.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에베레스트보다 무려 2500m 이상이나 낮은 산을 두고 이 무슨 셈법일까.
지구의 ‘찌그러진’ 모양에 비밀이 숨어있다. 지구는 완전한 구형이 아닌 타원체이다. 적도 지방의 반지름이 극 지방보다 21.5㎞나 더 두꺼운 럭비공 모양이다.

따라서 두꺼운 적도와 인접한 침보라소산(남위 1도상)은 북위 28도상에 서있는 에베레스트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해발’이 아니라 ‘지구 중심부부터의 거리’를 따진다면 침보라스산(6384.4㎞)이 에베레스트산(6382.3㎞)보다 2100m 이상 멀리 떨어져있다.

달리 말해 달이나 태양과 가장 가까운 산은 침보라스산인 것이다. 2위는 페루의 우아스카란 산(해발 6768m)이라 한다.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과학자들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 기준을 적용하면 에베레스트산의 높이는 세계 20위권 밖으로 처진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간 등반가는 1953년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에드먼드 힐러리와 텐징이 아니다.

그보다 67년 전인 1886년 침보라소를 등정한 영국의 에드워드 휨퍼가 영광을 차지해야 한다. 산 자체의 크기만 놓고 봤을 때도 에베레스트산은 하와이의 마우나 케아산보다도 작다. 마우나케아산은 밑에서 정상까지의 높이가 에베레스트보다 훨씬 크다.

그러나 대부분이 바다 밑에 잠겨있다. 따라서 ‘해발’로만 승부하는 에베레스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에베레스트산의 권위가 함부로 폄훼될 수는 없다.

에베레스트산 등정을 위해서는 적어도 두달이 걸릴만큼 어렵지만 침보라소산은 단 2주일이면 오를 수 있다. 등반의 난이도로 따진다면 침보라소가 에베레스트를 따라올 수 없다는 얘기다. 경향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