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트럼프의 악수

악수는 전형적인 서양의 예법이다.

 

악수에 해당되는 동양의 예법은 읍(揖)이다. 두 손을 맞잡아 얼굴 앞에 올리고 허리를 앞으로 공손히 구부렸다가 몸을 펴면서 손을 내리는 인사법이다.

 

공식적인 자리나 길거리, 혹은 말 위에서 엎드려 절(拜)을 할 수 없으니 이렇게 간단한 예를 갖춘 것이다.

 

서양의 악수는 기원전 5세기까지 올라가니 매우 뿌리깊은 인사법이다.

 

기원전 350년 무렵의 석비를 보면 먼저 세상을 떠나는 남편(트라세아스)이 부인(에우안드리아)과 애틋한 작별을 고하는 장면이 새겨져 있다.

 

독 미 정상회담에서 메르켈의 악수요청에 딴청을 피우고 쩍벌남의 모습으로 앞을 쳐다본 트럼프. 

악수의 기원을 ‘평화’에서 찾기도 한다. “나에게는 무기가 없으니 싸우지 말자”는 의미에서 손을 내민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독일 베를린의 페르가몬 미술관에 있는 기원전 5세기의 추모 비석에는 두 병사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인다. 어떤 이는 악수가 ‘무승부 선언’를 의미하는 것으로도 해석한다.

아무리 의례적인 인사라도 꼴도 보기 싫은 상대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면 어떨까.

 

상대방의 체온을 느껴야 하는 일종의 스킨십이니 감정이 실릴 수밖에 없다.

 

예컨대 2010년 잉글랜드 프로축구 소속인 웨인 브리지(당시 맨시티)는 자신의 연인과 불륜에 빠진 존 테리(첼시)와의 악수를 거부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업주 빌 게이츠의 인사법도 참새들의 입방앗거리가 됐다.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등 각국 정상과 악수를 나눴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손을 빼고 악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우연인가, 의도적인가. 아직도 풀리지않는 수수께끼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악수정치가 구설에 올랐다.

 

뼈가 으스러지도록 손을 힘차게 잡는 것은 약과요, 그것도 잡은 손과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 곤혹스럽게 만들기 일쑤다. 첫 대면부터 “까불지마라”는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상대방의 기를 죽이려는 전략이다.

 

예컨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손을 무려 19초 동안이나 잡고, 당기고, 흔들었다.

 

아베의 얼굴에서 당혹감이 배어나왔다. 여성인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악수 때는 ‘특별한 관계’라는 오해를 살만큼 손을 토닥거렸다.

 

46살인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의 악수폭력을 용케 버텼다. 양발을 앙 벌리고 끝끝내 버티고 왼손으로 트럼프의 어깨를 부여잡고 팔꿈치를 고정했다.

 

반면 앙헬 메르켈 독일총리는 대놓고 무시 당했다. 트럼프는 17일 정상회담에서 ‘악수 하겠냐’는 메르켈의 말에 딴청을 피우며 거부했다.

 

언론들은 “트럼프가 대답도 하지않고 입을 뾰족하게 세운채 ‘지하철 쩍벌남’처럼 앉아있었다”고 비꼬았다.

 

트럼프 정책에 반대하는 메르켈을 향한 ‘무언의 경고’라는 해석이 많다. 트럼프에게 악수는 평화와 친교의 의미가 아니라 갈등과 폭력의 메시지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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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기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