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삼은 스승인 공자가 효행의 본좌로 꼽을만큼 효자였던 인물이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서 베를 짜고 있던 증삼의 어머니에게 누군가 달려와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고 외쳤다. 그러나 아들을 철석같이 믿었던 어머니는 태연히 하던 일을 계속했다.

다시 어떤 이가 “증삼이 살인했다”고 고했지만 역시 눈하나 꿈쩍 안했다.

그런데 다시 다른 이가 달려와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고 외치자 겁이 덜컥 난 어머니는 담을 넘어 도망쳤다.

천하의 효자아들을 둔 어머니조차도 ‘아들이 사람을 죽였다’는 얼토당토 않은 ‘거짓말’ 3방에 무너지고 만 것이다.

동양에서는 이를 두고 중구삭금(衆口삭金·여러 사람의 입은 쇠조차 녹인다)라 한다.

장삼이사의 거짓말조차 쇠까지 녹인다는데 말 한마디가 중천금인 정치지도자라면 어떨까.

웃지못할 조크가 있다. 정치인을 가득 태운 버스가 어느 시골길에서 전복됐다.

사고를 목격한 농부가 쓰러진 정치인들을 땅에 묻고 말았다.

며칠 뒤 경찰이 찾아와 “정치인들은 다 죽었냐”고 묻자 농부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아니, 게중 몇몇은 ‘나 살았소’라고 말하던데…. 그러나 당신도 잘 알겠지만 정치인들의 말을 도통 믿을 수 있어야지.”

아닌게 아니라 정치인의 거짓말은 ‘정치행위의 일부’라 할만큼 일단 뱉어놓고 본다.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1974년 하야한 직접적인 이유는 거짓말 때문이었다. 닉슨은 그나마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다고 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병적인 수준이다. 워싱턴포스트가 팩트체크반을 가동해서 취임 100일을 맞은 트럼프의 거짓말 정도를 통계냈더니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하루평균 4.9번꼴(100일간 488번)로 거짓말을 했다. 매 5시간만에 한번씩 거짓말을 한 것이다. 하루에 20번 이상도 4일이나 됐다. 거짓말을 꺼내지 않은 날은 불과 10일뿐이었는데, 그중 6일은 자신의 골프장에서 시간을 보낸 날이었다.

트럼프에게는 ‘밥먹듯’도 아니고 ‘입만 열었다면 거짓말’이라는 게 적확한 표현일듯 싶다. 거짓말을 일삼았다는 표현은 어떨까.

그럼에도 트럼프의 무지막지한 ‘거짓말 폭격’은 진실을 좇으려는 사람들의 뇌도 과부하의 상태로 빠뜨린다.

단 한글자도 빠뜨리지 않고 끊임없이 거짓말을 반복하면 사람들의 뇌는 ‘진실 혹은 거짓’을 판별할 능력을 잃고 거짓에 항복하고 만다.

트럼프와 정치성향이 같다면 더구나 실체적 진실을 가릴 필요가 없다. 트럼프가 우기는대로 믿게 되니까.
문제는 피노키오처럼 길어진 ‘트럼프의 코’에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의 운명이 걸려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불확실성까지 덤으로 얹혀있으니 걱정이 태산같을 수밖에 없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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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기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