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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행성X'를 찾아라

  ‘행성 X를 찾아라!’

  20세기에 막 들어선 천문학계의 뜨거운 화두는 ‘행성 X’였다. 이미 해왕성·천왕성의 궤도운동 때 흔들거리는 심상치않은 현상을 포착한 터였다.

  천문학계는 이것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9번째 행성이 잡아끄는 중력 때문이라고 여겼다. 미국의 외교관이자 천문가였던 퍼시벌 로웰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애리조나주 플래그스태프(해발 2110m)에 천문대를 세워 ‘행성 X’ 찾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비록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지만(1916년) 천문대는 로웰이 그린 행성 X의 가상위치를 끈질기게 추적했다.  

톰보의 영역으로 명명된 곳은 명왕성 중에서도 하트 모양의 지형이다.

급기야 1930년 2월18일 로웰 천문대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보조연구원이던 클라이드 톰보(1906~1997)가 수많은 천체사진들을 검토하다가 마침내 행성 X를 찾아낸 것이다. 톰보는 “그 별이 나에게 윙크하는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로웰과 같이 톰보 역시 프로 천문학자는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별을 좋아한 몽상가였다. 가정형편 때문에 진학을 포기했던 톰보는 직접 제작한 망원경으로 관찰한 목성과 화성을 그려 로웰천문대에 보냈다. 22살 때였다.

  고졸 출신인 톰보가 스스로 쌓은 유일한 포트폴리오였다. 이 덕분에 보조연구원으로 채용된 톰보는 불과 2년 만에 희대의 발견을 하게 된 것이다.

  ‘행성 X’에는 11살 소녀 베네시아 버니가 편지를 보내 제안한 이름인 ‘플루토(Pluto·저승의 신)’가 붙었다. 로웰의 머리글자(PL)를 따서 경의를 표한 것이라고도 한다. 한자로는 명왕성(冥王星)으로 번역됐다.   

  이후 장학금을 받고 캔자스 대학을 졸업한 톰보는 어릴 적 몽상이던 천체의 세계를 평생 연구하며 살았다. 우리에게는 미 프로야구 LA다저스 에이스인 클래이튼 커쇼의 외종조부(커쇼의 어머니가 톰보의 조카)로 알려졌다.
  지금 명왕성을 탐사 중인 뉴호라이즌스호에는 톰보의 유골이 실려있다. “육신의 재를 우주로 보내달라”는 톰보의 유언을 받든 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하트’로 알려진 명왕성 표면의 특이지형(너비 1590㎞)에 ‘톰보의 영역(Tombeaugh Regio)’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상상력과 열정으로 우주를 넓혀간 톰보에게 바치는 최소한의 선물이 아닐까. 아마도 뉴호라이즌스호가 달려간 4시간30분의 ‘빛의 거리’, 즉 48억㎞ 전체가 톰보의 진짜영역일 것이다. 경향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