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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화성인, 태양풍의 침공에 짓밟히다

“화성의 대기는 지금도 1분당 100g씩 사라진다. 태양풍 때문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화성이 불모지로 변한 이유가 ‘태양풍 탓’”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구가 강력한 태양풍을 뚫고 분투하는 모습을 그렸다. 모두 지구 자기장 덕분이었다. 이미 죽은 행성인화성에는 자기장이 없다. 

중대발표를 예고하는 등 호들갑을 떤 것 치고는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NASA의 발표는 잊고 있던 인류의 궁금증을 새삼 자극했다는 점에서 다소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태양이 내뿜는 강력한 에너지(양성자+전자)는 시간당 140만㎞의 속도로 46억㎞까지 내달린다. 10만도에 이르는 그 어마어마한 에너지 폭풍을 감당할 수 있는 행성은 없다.

그 태양풍이 초속 400㎞ 속도로 지나치면서 화성의 대기층을 지속적으로 날려버린다는 게 이번 NASA 발표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지구는 어째서 태양풍의 폭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바로 지구의 중심핵에 녹아있는 금속철이 발전기 돌듯 빙글빙글 대류하면서 생성된 자기장 덕분이다.

이 자기장이 무시무시한 태양풍 입자들을 튕겨내거나 그물 안에 가둠으로써 지구를 보호해왔다. 하지만 태양풍이 얼마나 강력한 지 지구 자기장의 모양을 엿가락처럼 찌그러뜨릴 정도이다.

태양풍 세례를 맞고 있는 화성을 형성화한 나사(NASA)

이 가운데 태양풍 일부가 자기장을 따라 양쪽 극지방으로 흐르면서 지구의 공기입자와 반응하면 아름다운 오로라(극광) 현상을 연출하는 것이다.
화성은 어떨까. 40억 년 전 행성이 형성됐을 때는 화성이나 지구나 똑같은 조건이었을 것이다. 화성의 내부 핵 역시 지구처럼 철 성분이 녹은 채 대류하고 있었고, 당연히 자기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화성과 지구는 생긴 것부터가 달라 다른 운명을 걸었다.

즉 화성의 표면적은 지구의 4분의 1정도이자만, 부피는 10분의 1에 불과하다. 지구에 견준다면 화성은 부피에 비해 표면적이 크다는 뜻이다.

부피에 비해 표면적이 더 큰 물체(화성)는 열을 빨리 잃는다. 북극곰이 열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큰 덩치(부피)를 갖게 된 것을 연상해보라.

그러나 북극곰처럼 부피를 키울 수 없었던 화성의 경우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내부의 열이 우주로 빠져나갔다. 그에 따라 녹아서 대류했던 핵의 금속철이 고체로 굳어졌다.

그랬으니 처음에는 존재했던 방어막, 즉 자기장이 사라지자 강력한 태양풍이 사정없이 화성을 짓밟아 온 것이다. 절묘한 지구의 조화를 떠올리며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되는 하루다. 경향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