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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해방전까지 신문 1면을 장식한 사건들-<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김성희 해설 | 서해문집

생명을 봉헌함은 지사의 본분이거늘~이렇게 학대를 가하는 일은 부당한 일이라~내 무리를 대신(大臣)으로 대우하라 하여~.”(대한매일신보 1909년 11월20일)

“신천리(信川里)와 잠실리(蠶室里) 두 동리는 약 1000호에 약 4000명이 물 속에서 모두 절명상태에 있다는데~살려달라는 애호성(哀號聲)이 차마 들을 수 없이….”(1925년 7월18일 조선일보 호외) 
 
실시간 정보홍수에 빠져있는 요즘이지만 새벽에 배달되는 신문에서만 오로지 시대를 읽고 역사를 읽었던 때가 있었다. 이 책은 바로 우리 백성이 미증유의 질곡에서 헤매던 바로 구한말~일제강점기~해방 때까지의 신문기사 141건을 통해 당대의 하루하루 역사를 읽어냈다.

기실 우리는 ‘한일합방’, ‘3·1운동’, ‘8·15 해방’ 등 굵직굵직한 근·현대사의 사건들을 뼈대만 읽고 넘어가기 일쑤다. 하지만 하루하루 현장 취재를 통해 담아내는 신문기사는 그 생생한 필치 덕분에 아주 귀중한 1차 사료가 된다. 예컨대 우리는 생생한 필치로 전한 안중근 의사의 재판기사에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이유 15조를 읽어낼 수 있다. 

즉, 명성황후를 살해한 일, 을사보호조약을 체결한 일, 정미7조약을 체결한 일 등이다.(대한매일신보 1909년 11월 20일자) 이외에도 “(여기 모인 일본 관헌은) 한일친선과 동양평화에 진력하기를 바라노라”는 한마디를 남기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안 의사의 의연한 모습을 그려낼 수 있다.(경향신문 1910년 4월1일자) 또한 1925년 7~9월 사이 일어난 이른바 을축년 대홍수를 보도한 신문들을 보면 한반도 전역이 공황상태에 빠졌음을 알 수 있다. 을축년 홍수 때의 피해는 총 1억300만원으로 당시 조선총독부 1년 예산의 58%에 이를 정도였다.

이 책은 이외에도 러일조약,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히로시마 원폭투하 등 당대 국제질서의 물줄기를 뒤바꾼 큰 사건들의 ‘1보’가 생생한 필치로 담겨있다. 책을 들춰보면 새삼 ‘종이신문의 위력’을 절감할 수 있다. 다양한 매체가 뿌려대는 정보홍수 속에도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당대의 생활상과 사회상을 담는 그릇은 역시 종이신문뿐이라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2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