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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이메일 @의 탄생

흔히 골뱅이로 통하는 @기호가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견해가 분분하다.

우선 상인들의 거래에서 흔히 쓰는 ‘each at~’을 ‘e 안의 a’로 표시한 상업부호(@)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예컨대 ‘1달러짜리 사과 12개’임을 뜻하는 ‘12 apples @ $1’의 가격은 12달러지만, ‘1달러에 사과 12개’를 가리키는 ‘12 apples at $1’의 가격은 1달러이다.

14세기 성경 필사본에 표현된 @. 아멘의 a표시로 썼다.

상인들이 이렇게 헷갈리는 계산을 피하려고 @부호를 써서 구별했다는 것이다. 중세 성직자들이 라틴어 ad(at, toward, by, about)의 축약어로 @부호를 썼다는 주장도 있다.

즉 중세 성직자들은 수 천 쪽에 달하는 성경을 값비싼 파피루스나 가죽에 필사했다. 그 과정에서 수 백 만 번 반복되는 전치사 at를 @부호로 줄였다는 것이다.

종이와 잉크값도 벌 겸 지긋지긋한 반복어도 피할 겸 @를 애용했다는 것이다.
요즘의 @는 전세계인을 실시간으로 묶는, 소통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다. 애칭도 각양각색이다. 달팽이(이탈리아), 원숭이 꼬리(네덜란드), 강아지(러시아), 거미원숭이(독일), 덮힌 a(바스크), 돌돌말이 a(노르웨이), 정신나간 a(보스니아) 등….

@ 부호의 형태를 묘사한 인간의 해학이 녹아있다. 반면 미국의 ‘at sign’과, 그 미국 이름을 따라한 일본의 ‘아토마크(アットマ-ク·at mark)’에서는 어쩐지 사람 냄새가 풍기지 않는다.

최근 전자우편을 발명했다는 미국의 프로그레머 레이먼드 톰린슨이 별세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톰린슨은 1971년 미 국방부의 아르파넷(인터넷의 전신)을 이용해 처음으로 문자를 전송했다는 인물이다.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톰린슨의 문자전송은 일종의 모스 부호일 뿐 진정한 전자우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자우편은 톰린슨이 아니라 1978년 14살 인도계 소년인 시바 아야두라이가 발명했다고 한다.

파일 첨부 자료까지 갖춘 전자메일을 개발하고 이름도 e메일이라 붙였다. 미 저작권협회는 1982년 소년을 최초의 이메일 발명가로 인정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전자메일의 창시자는 톰린슨이라는 자료가 봇물을 이룬다. 전자메일이 온세상을 떠도는 대명천지에 어찌된 영문인가. 인도출신의 유색 인종 소년이 발명했다는 사실을 애써 숨기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언론의 무지와 게으름 때문인가.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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