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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래자 思來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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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반정' 신호탄 쏜 정조의 책가도가 민간에 유행한 사연…호림박물관 특별전 “경들은 보이는가”(정조), “예, 보입니다”(신료들). 1791년(정조 15년) 조선의 중흥군주 정조(재위 1776~1800)는 군왕의 상징그림인 ‘일월오봉도’를 내리고 ‘책가도(冊架圖·책거리)’ 병풍을 내건 뒤 신료들에게 “이 그림이 보이느냐”고 물었다. 정조는 신료들이 “보인다”고 하자 ‘놀리듯’ “경들은 진짜 책이라 여길지도 모르지만 이것은 그림”이라고 하며 ‘일월오봉도’를 내리고 ‘책가도’ 병풍을 내건 이유를 밝힌다.‘책가도’. ‘책가도’는 서가(書架)와 같은 가구를 중심으로 책은 물론 각종 고동기물(古銅器物)이나 문방구, 화훼 등을 그린 그림이다. 그러나 조선의 중흥군주 정조는 군주의 상징인 ‘일월오봉도’ 병풍을 내리고 오로지 책만 잔뜩 쌓아놓은 ‘책가도’ 병풍을 내걸었다. 문체반정의 신호탄으..
원본은 아니지만 짝퉁도 아닌 '이항복 공신 증명서'…후손들이 모신 까닭 ‘공신교서는 틀림없는데…’. 지난해 11월 경주이씨 백사공파 종가가 기증한 백사 이항복 관련 유물을 검토하던 국립중앙박물관 연구자들은 ‘이항복 호성공신 교서’에 특히 시선이 머물렀다.‘이항복 호성공신상 후모본’. 백사 이항복이 호성공신 작위를 받은다음 하사받은 초상화다. 후대에 옮겨그린 것이다.|국립중앙박물관 제공호성공신 교서가 무엇인가. 선조(재위 1567~1608)는 임진왜란이 끝난 뒤인 1604년(선조 37년) 호성공신 86명, 선무공신 18명, 정난공신 5명에게 작위를 내렸다. ‘호성공신교서’는 임진왜란 중 임금(聖)을 의주까지 호종(扈)하는데 공을 세운 86명에게 작위를 내리면서 발부한 증명서다. 이항복은 1592년(선조 25)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도승지(대통령 비서실장)로서 선조를 의주까지 모..
'조선의 표준시' 자격루…484년만에 때빼고 광냈더니 중국 주나라에는 아주 특별한 벼슬아치가 있었다. 닭을 관장하면서 새벽을 알리는 ‘계인(鷄人)’이라는 관리였다( 춘관). ‘계인’의 임무는 매우 중요했다. 왜냐면 ‘하늘을 공경하여 백성들에게 신중하게 때를 알려주는(欽若昊天 敬授人時)’( ‘요전편’)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때(時)’는 농사철의 시기를 가리킨다. 예부터 “군주는 백성을 하늘로 삼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여긴다(王者以民爲天 而民以食爲天)”( ‘열전·역이기전’)고 했다.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국보 제229호 자격루 오른쪽 수수호 표면에 새겨진 용문양을 펼쳐보인 모습.|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 제공농사를 천하의 근본으로 삼고 사는 백성들에게 절기를 가르쳐주지 못하면 군주의 자격이 없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
고구려 사신 그려진 아프로시압 벽화의 속살, 국내연구진이 밝혀낸다 1965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드 시의 아프로시압 도성지에서 도로공사 중 매우 흥미로운 동서남북 4면 벽화가 발견됐다. 정면(서벽)의 벽화는 7세기 중반 사마르칸트 왕 바르후만을 알현하는 외국 사절단 행렬을 그렸다. 좌측면(남벽)에는 남부지역인 수르한다리야에서 시집오는 결혼 행렬이 그려져 있다. 하얀 코끼리 등 위에 올라탄 신부를 말을 탄 시녀들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1965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아프로시압 도성지에서 발견된 궁전벽화. 7세기 중반 사마르칸트 바르후만 왕을 알현하는 외국 사절 가운데 고구려 사신으로 추정되는 두 인물이 보인다.|문화재청 제공그 뒤를 낙타와 말을 탄 행렬이 따르고 있다. 우측면(북벽)에는 여인이 배를 타고 악기를 연주하고, 사람과 동물이 싸우는 내용이 그려져 있다. ..
740매 말갑옷의 비밀…삼국시대 전투마는 조랑말 크기 무려 740매의 말갑옷 편, 유구의 무게는 28t. 그러나 신라 전투마의 크기는 현재의 조랑말과 유사하고…. 경주주 ‘쪽샘’ 지구는 4~6세기에 살았던 신라 귀족들의 무덤이 800여기가 집중된 곳으로 유명하다. 2007년부터 20년 예정으로 본격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지난 2009년 쪽샘지구 C10호, 즉 5세기 전반 무덤인 목곽묘에서 획기적인 발굴성과가 나왔다. 말갑옷이었다. 쪽샘지구에서 확인된 말갑옷의 복원모습. 신라 기마병은 요즘의 조랑말 크기의 말을 타고 전투에 임한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에는 이 말이 우량종이었을 것이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발굴당시 말갑옷은 무덤 주인공의 널방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정연하게 깔려 있었다. 말갑옷의 목·가슴가리개 한쪽에는 사람 갑옷 중 투구와 목..
"신라판 펭수는 무슨'…소월리 항아리 얼굴은 가혹한 세리의 3단 표정이다" 혹자는 1500년 전 신라판 ‘이모티콘’이라 했고, 혹자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펭수’라 했다. 지난해 12월초 경북 경산 소월리에서 출토된 ‘3면 인면(사람 얼굴) 항아리’를 두고 참새 입방앗거리로 수근댄 표현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토기 항아리 3면에는 다양한 표정의 얼굴 무늬를 만들어놓았다.경산 소월리에서 확인된 ‘3면 인면 모양 토기 항아리’. 다양한 표정의 얼굴이어서 신라판 ‘이모티콘’이나 ‘신라판 펭수’라는 우스갯소리로 표현됐다. 손환일 서화문화연구소장은 ‘이 얼굴을 1500년전 백성들을 수탈한 가혹한 세리의 표정’으로 해석했다. 그런데 이 항아리에 새겨진 3면의 얼굴이 이모티콘이나 펭수와 같이 귀엽고 선한 캐릭터가 아니라 혹정을 일삼는 ‘세리(稅吏·세금을 징수하는 관리)의 3단 표정’..
'광대 얼굴'의 부처님…'백제의 미소'로 복원해야 할 과정 얼굴은 광대 형상인데, 이름하여 국가가 지정한 ‘보물’ 문화재란다. 전북 익산 삼기면 연동리 석불사 법당에 턱하니 자리잡고 있는 불상 이야기다. 언젠가인 지는 모르지만 불상의 본 얼굴은 떨어져 나갔고, 어느 시점에 누군가 새로운 얼굴, 즉 불두(佛頭)을 얹어놓았다. 익산 연동리 석조여래 좌상. 7세기 전반에 제작된 백제 시대 최대의 3차원 환조석불로 유명하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목이 달아났고 누군가가 새로운 불두를 얹어놓았다. 하지만 ‘광대 형상’의 우스꽝스러운 얼굴로 복원해놓았다.그런데 아무리 봐도 인자하거나 엄숙해야 할 부처나 보살의 얼굴이 아니다. 기왕 얹어놓을 요량이면 좀 제대로 만들 일이지, 왜 저렇게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을까. 그런데 저렇게 흠결있는 불상인데도, 보물(제45호) 대접을 ..
올 11월까지 비무장지대를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공동등재한다 문화재청은 올해 말까지 북한과 함께 비무장지대 일원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의 공동등재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추진일정을 밝혔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지난 11일 2020년 문화재청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남북간 협의를 거쳐 오는 12월까지 유네스코에 잠정목록의 공동등재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2년 1개월 여의 지루한 휴전회담 끝에 체결된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공산 양측이 군사분계선(휴전선)의 말뚝을 박고 있다.정 청장은 “비무장지대 일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기준인 ‘탁월한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에 부합하는 논리를 도출하고, 오는 11월 잠정목록 신청서 작성을 마무리하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밝혔다. 남북간 협의가 제대로 진행되어 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