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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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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대통령과 광화문 대통령 청와대터의 풍수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았다. 주산인 북악산은 해발 342m에 불과한 보잘 것 없는 산이다. 그러나 막상 청와대에 서서 북악산을 치켜보면 사뭇 달라 보인다. 배를 쑥 내민채 엄지손가락을 곧추 세운 독불장군처럼 오만하기 이를데 없다. 청와대 주인만 되면 ‘나홀로 우뚝 고집을 피우는 듯 서 있는’ 북악산을 닮아간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북악산 모습. 북악산 오른쪽 면을 보면 두 눈과 코가 있는 얼굴형상이다. 그런데 이 얼굴은 청와대를 외면하고 있는 상이다. 게다가 북악산은 엄지손가락을 세우듯 곧추서있는 모습이다. 독불장군의 형세라 한다. 게다가 산의 오른쪽 면은 사람의 얼굴상이다. 그래서 ‘면악(面岳)’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얼굴을 뜯어보면 청와대를 외면한 형상이다. 최창조 전 서울대..
'야한' 구석기 비너스와 전곡리 축제 1864년 프랑스 고고학자 폴 우랄은 로즈리 바스 후기구석기 유적에서 희한한 조각물 1점을 발굴했다. 머리도, 발도, 팔도 없는데 유독 음부만은 예리한 칼로 표현한 구석기 말기의 유물이었다. 금방 이 조각상에 ‘야한 비너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벌거벗은 자신의 음부를 오른손으로 살짝 가린 그리스 로마 시대의 비너스상을 흔히 ‘정숙한 비너스’라 일컫지 않은가. 2008년 발견된 홀레펠스 비너스. 3만5000년전의 작품이다. |전곡선사박물관 제공 꽁꽁 가려도 시원치않을 음부를 부끄럼없이 턱하니 내놓고 있으니, ‘야한 비너스’가 아니냐는 것이었다. 아무런 상관 관계없는 비너스를 끌여들여 현대 서양인의 잣대로 구석기인의 문화를 함부로 규정할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나 선사시대의 여신상을 ‘○○비너스’로..
'피노키오' 트럼프와 중구삭금 성어 증삼은 스승인 공자가 효행의 본좌로 꼽을만큼 효자였던 인물이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서 베를 짜고 있던 증삼의 어머니에게 누군가 달려와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고 외쳤다. 그러나 아들을 철석같이 믿었던 어머니는 태연히 하던 일을 계속했다. 다시 어떤 이가 “증삼이 살인했다”고 고했지만 역시 눈하나 꿈쩍 안했다. 그런데 다시 다른 이가 달려와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고 외치자 겁이 덜컥 난 어머니는 담을 넘어 도망쳤다. 천하의 효자아들을 둔 어머니조차도 ‘아들이 사람을 죽였다’는 얼토당토 않은 ‘거짓말’ 3방에 무너지고 만 것이다. 동양에서는 이를 두고 중구삭금(衆口삭金·여러 사람의 입은 쇠조차 녹인다)라 한다. 장삼이사의 거짓말조차 쇠까지 녹인다는데 말 한마디가 중천금인 정치지도자라면 어떨까. 웃지못할 ..
'멍때리기'와 무위는 일맥상통이다? 너덜겅(돌숲)과 용출갯돌밭, 구실잣밤나무숲…. 전남 완도군이 지난 3월 ‘멍때리기 좋은 곳’으로 선정한 섬마을(생일도) 명소 3곳이다. 하늘나라 궁궐을 지으려 가져가던 바위가 떨어져 산산조각 나 생겼다는 자연돌숲과, 출렁이는 파도와 몽돌이 부딪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갯돌밭,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밤나무숲 등이 멍때리는 장소로 제격이라는 것이다. 멍때리기는 아무 생각없이 넋을 놓고 있는 상태의 속어이다. 예전에는 ‘참 한심한 사람’이라는 비아냥을 듣기 십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멍때리기에 적합한 장소가 선정되고, 심지어는 멍때리기 대회까지 성황리에 열리는 판국이다. 아닌게 아니라 뇌가 쌩쌩해지려면 ‘멍을 잘 때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대세로 등장했다. 아르키메데스와 아이작 뉴턴은 ‘멍때리기의..
조선시대 미사일 '불랑기'의 발굴 조선조 숙종 때 강화도에 실전배치된 서양식 화포 불랑기 1문이 발굴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1679년(숙종 5년) 강화도에 쌓은 건평돈대에서 확인됐는데, 실제 을 입증해주는 실물자료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는 것이다. 당시 숙종은 강화도 해안 요충지에 방어 및 관측시설인 돈대 54곳을 쌓았다. 이번에 발굴된 불랑기에는 무기의 제작기관과 감독관리 및 장인의 이름까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강희 19년(1680년 숙종 6년) 삼도수군통제사 전동흘 등이 강화도 돈대에서 사용할 불랑기 115문을 만들어 진상하니 무게는 100근이다. 감주군관 절충장군 신청, 전추관 최이후, 전만호 강준, 장인 천수인." 강화도 건평돈대에서 발굴된 서양식 화포 불랑기. 포 뒤에서 장전하는 후장식 화포다. 거치된 상태에서 포탄을 장전할..
간송도 통곡할 '그을린 훈민정음' “세종이 화장실 창살을 보고 우연히 한글을 창제했대.” 일제 강점기의 어용학자들이 퍼뜨린 한글폄훼론이다. 세종이 한글창제의 원리를 설명한 해례본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갖가지 억측이 무성했다. 18세기 조선의 실학자들은 훈민정음의 원본인 해례본을 한글로 풀어쓴 언해본을 찾았다. 그러나 일제는 18세기 위작이라며 깔아뭉갰다. 해례본을 찾지 못한다면 한글은 그저 ‘세종이 화장실에서 볼일 보다가 우연히 만든 글자’로 전락할 수 있었다. 1940년 간송 전형필은 국문학자인 김태준으로부터 엄청난 이야기를 들었다. “세종이 여진 토벌에 공을 세운 제자(이용준)의 조상에게 훈민정음 해례본을 하사했다”는 소식이었다. 배씨가 공개한 상주본 훈민정음 해례본. 밑부분이 화재로 그을려 있다. 간송은 물건값 1만원에 별도의 ..
목이 서늘해지는 아베의 총검술 ‘찔러-때려-비켜우로찔러-비켜우로베고때려-돌려쳐-막고차고돌려차….’ 총검술 하면 군대훈련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1960~70년대 고등학교를 다녔던 올드보이들에게는 학창시절 지겹도록 배워야 했던 총검술 동작을 먼저 떠올린다. 1969년부터 총검술은 고교의 공통필수로 채택된 교련교육의 과목 중 하나였다. 교련교사의 명에 따라 우렁찬 구호와 함께 목제 M1 소총을 일사분란하게 휘둘러야 했다. 제식, 분열, 사격, 심지어는 수류탄 투척 훈련까지 했으니 학교운동장을 ‘연병장’으로 일컬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총검술은 적병과 1-1로 맞서는 백병전에서 필요한 전투기술이다. 사람을 죽여야 하는 싸움의 기술을 학교 안에서 배웠다는 것 자체가 끔찍한 기억이다. 만약 무장한 적병이 아니라 비무장 민간인에게 실제 총..
박근혜의 수인번호와 이육사의 수인번호 “감방은 비좁기 그지 없었다.…다다미 3장 반 크기에 20여 명이…수인번호대로 열지어 앉아있었다.…왜놈말로 ‘기오츠케’(차렷)하면 일제히 머리를 숙였다가 자기 수인번호를 부르면 ‘하이(예)’ 하고 머리를 든다.” 1911년 안명근 군자금 모금사건으로 투옥된 백범 김구 선생의 서대문형무소 시절의 이야기다.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을 빼앗기고 그저 일련번호로 호명되는 죄수의 대우를 받게 되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몇 안되는 저항시인들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이육사 시인과 ’수인번호’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다. 퇴계 이황 선생의 14대 손인 이육사(李陸史) 시인의 본명은 이원록이었다. 1926년부터는 ‘이활’이라는 이름도 사용했다. 그러던 1927년 장진홍 의사의 대구조선은행 폭탄 투척 사건에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