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팟 캐스트-흔적의 역사

(312)
고구려 '각저총' 벽화에 새긴 유네스코 무형유산의 향기 “(조선 씨름은) 힘이 세야 이긴다하되 꾀가 있으면 더욱 용하다.” 17~18세기 한·일 교류의 상징인물인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1668~1755)의 조선어 학습지인 (交隣須知)가 설명한 조선씨름의 특징이다. 일본의 스모(相撲)과 달리 힘보다는 기술을 강조하는 한국씨름을 가리키는 말이다. 따지고보면 한국의 씨름과 비슷한 무예이자 놀이는 세계 어느 곳이나 다 존재한다. 각 대륙과 지역에 160여종의 씨름이 분포하고 있다니 말이다.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신체활동이니, 씨름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놀이이자 스포츠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전세계 각 나라와 종족은 주어진 자연환경과 역사적인 조건 속에서 저마다 개성있는 씨름을 발전시켜왔다. 예컨대 일본의 스모는 물론이고, 몽골의 부흐와 우즈베키스탄..
광해군의 논술문제, '섣달그믐밤, 그 쓸쓸함에 대해 논하라' 1800년(정조 24년) 음 3월21일과 22일 서울은 수능시험과 대기업 입사시험일을 방불케하는 시험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21일에는 왕세자(순조)의 책봉을 기념하는 특별시험인 경과(慶試·경사스러운 일을 맞아 치르는 과거) 초시가, 22일에는 춘당대에서 인일제(人日製·성균관 유생들을 대상으로 치른 특별과거)가 잇달아 열렸다. ■21만1000명 중 단 10~12명만 뽑혔다. “21일의 경과(초시)는 3곳으로 나누어 치렀는데 총 응시자는 11만1838명에 달했고, 시권(답안지)를 바친 자는 모두 3만8614명이었다. 과거 역사상 관광인(觀光人)이 이렇게 많은 적이 없었다. ~인일제는 바로 경과의 다음날에 실시했는데, 과거응시자는 모두 10만 3579명이었고, 시권을 바친 자는 3만 2884명이었다…”( )..
감쪽같이 사라져 돌아오지 않는 '국보 보물' 열전 1990년대말~2000년대초 전국의 사당·향교·서원·사찰에 걸려있거나 모셔놓았던 영정, 초상화, 탱화 등이 수난을 당한 적이 있었다. “1990년대 말 시작된 TV 프로그램(‘진품명품’)에서 어느 사대부의 영정이 1억원이 훨씬 넘는 감정가로 추산되었어요. 이때부터 전국의 사당에 비상이 걸릴 정도로 영정을 노리는 문화재사범이 늘어났어요.”(강신태 전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장) ‘TV쇼 진품명품’은 문화재의 가치를 쉽게 알려주기 위해 감정가를 재미삼아 붙인 이름 그대로 ‘문화재 쇼’ 프로그램이었다. 대중을 위한 문화재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에서 당시로서는 신선한 접근이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않았던 역기능도 나타났다. 불법 반출된 지 19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이선제 묘지 앞면. 이선제 묘지는 옆면에도 글자를 새겨..
'일본 짝퉁' 판결에 퇴출된 '한때 국보'의 재심을 요구한다 상원사 동종이라고 하면 강원 평창 오대산의 상원사에 있는 국보(제 36호)를 쉽게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경기 양평 용문산에도 또다른 상원사가 있으며, 그 용문산 상원사에도 한 때는 ‘국보(제367호)였던’ 동종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무엇보다 1929년 1월1일 경성방송국이 개최한 최초의 제야행사에서 타종한 유서깊은 동종이었다. 이 행사는 당시 라디오로 생중계됐다. 그랬던 ‘국보 종’에게 ‘국보였던’이라고 과거형을 쓴 이유가 있다. 지금은 국보는커녕 가짜 취급을 받고 56년 동안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양평 용문산 상원사에 있는 동종. 일제 강점기에 보물로 지정된 후 해방 이후 국보 367호로 명명됐다가 1962년 '일본 짝퉁'이라는 낙인이 직혀 국보의 지위를 상실했다. 종은 지금 ..
‘암행어사 출도야!’ 19세기 암행어사의 좌충우돌 체험기 “황명조는 관서의 토호이다. 사촌형인 (황)겸조의 밀고로 암행어사의 내사를 받고 있다고 지레 짐작했다. 황명조는 한밤중에 사촌형을 찔러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1822년(순조 22년) 7월8일, 암행어사 박래겸(1780~1842)이 평안남도 지방을 휘젓고 다닐 때였다. 평남의 토호 황명조가 암행어사 출현 소식에 제발이 저렸는지 그만 끔찍한 살인-자살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정작 암행어사는 자살한 황명조를 내사할 생각이 없었다. 그만큼 ‘암행어사 출몰소식’은 못된 짓을 일삼던 현지의 수령과 아전, 토호세력에게 ‘충격과 공포’였던 것이다. 1822년 4월21일 평안도 지방을 돌던 박래겸이 어느 마을을 지날 때였다. 길가 집에서 “젖 달라”고 우는 갓난 아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박래겸은 ..
'평화시대의 핫플레이스' 비무장지대는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이다 “비무장지대(DMZ)의 난개발을 막고 평화구역으로 만들기 위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지난 7일 도종환 문화체육부장관은 48개국 주한외교단과 함께 판문점과 비무장지대 일대를 방문한 행사에서 “비무장지대가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들을 위한 평화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비무장지대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도 장관은 “70여 년 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온대림과 야생동물 등 생태자원을 갖춰 관광잠재력이 높다”면서 “이런 생태문화의 보고를 자본의 논리로 잘못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경기 연천 동이리에 있는 유엔군 화장터. 등록문화재 제408호이다. 주로 영국군의 시신을 화장했던 곳이다. ■비무장지대는 생태의 보고만은 아니다 유네..
'립스틱 짙게 바른' 석굴암 부처님과 창령사 오백나한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 국립춘천박물관이 8월28~11월25일 사이에 개최하는 ‘창령사터 오백나한’ 특별전의 제목이다. 무엇이 나의 마음과 닮았다는건지 박물관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 금방 느낄 수 있다. 전시실에 일렬로 전시해놓은 나한상들을 바라보는 순간 무장해제된다. 어디선가 보았던 친척이나 친구, 이웃집 사람의 얼굴 같은 느낌…. 나한상을 볼 때마다 이 나한상과 꼭 닮은 누군가를 찾게된다. 그 뿐인가. 나와 비슷한, 아니 나보다 ‘조금’ 못생긴 것 같은 나한상과 꼭 사진을 찍고 싶어진다. 전시회가 끝날 무렵엔 각 나한상과 찍은 수십장의 사진 파일이 남았다. 그러나 필자의 마음을 붙잡은 모델이 있었으니 바로 ‘립스틱 짙게 바른’ 나한상이었다. 김상태 국립춘천박물관장에게 물어보니 ‘립스틱’ 바른 나..
'금속활자를 찾아라!' 남북한 공동의 ‘황성옛터 만월대’ 프로젝트 ‘깨달음(證道)의 뜻을 밝힌다는 뜻의 라는 책이 있다. 문헌상 금속활자로 간행된 최초의 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책의 발문을 보면 고려 무인정권의 실세인 최이(?~1249)가 “이 책이 제대로 유통되지 않으니 주자본(鑄字本·금속활자본)으로 판각한다. 기해년(1239년)”이라고 기록했다. 2015년 11월 남북한 공동발굴단이 개성 만월대에서 찾아낸 고려 금속활자. 만월대 서부건축군 최남단 지역 신봉문터 서쪽 255m 지점에서 출토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책의 목판본만 전해지고 있다. 이라는 책도 있었다. 나라의 제도와 법규를 정할 때 참고했던 책이다. 이규보의 에 “(1234~1241년 사이) 강화도에서 28부를 금속활자로 찍었다”고 했다. 그러나 은 그저 기록만 존재할 뿐이다. 현전하는 세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