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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 캐스트-흔적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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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 캐스트(8회)조선시대 ‘솔로대첩’은 국가가 나섰다 “복사나무의 어여쁨이여! 활짝 핀 그 꽃이로다.(桃之夭夭 灼灼其華)”() 연산군이 인용한 의 한 구절입니다. 무슨 뜻일까요. 워낙 황음무도한 연산군이다 보니 채홍사가 간택한 여인을 희롱하는 싯구라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틀렸습니다. 연산군은 선남선녀들이 복사꽃처럼 화려할 때 시집·장가를 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이 싯구를 인용했습니다. 희대의 폭군이라는 연산군이 그랬는데 다른 임금들은 오죽했겠습니까. 옛 임금들은 노처녀·노총각의 결혼을 국가정책으로 삼았습니다. 혹자는 “혼인을 제 때 하는 것이 왕정의 급선무”라고까지 말했답니다. 시쳇말로 한다면 국가가 나서서 ‘솔로대첩’을 마련했다는 얘기입니다. 심지어 가난한 남녀가 혼인을 치르지 못할 때는 일가친척이 나서 혼숫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국법으로 정하..
팟 캐스트 7회-세종은 앉아있는 종합병원이었다 세종대왕은 ‘만고의 성군’이자 ‘해동의 요순’으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세종을 수식할 수 있는 단어들이 있다. 일벌레에, 공부벌레였다는 것이다. 그런 세종이 생전에 내내 온갖 병마와 싸웠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필자는 그런 세종에게 ‘앉아있는 종합병원’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고 싶다. 극심한 당뇨병에 두통, 이질에, 풍질에, 요로결석에, 다리부종에, 수전증에…. 화려한 병력이 아닐 수 없다. 하기에 세종 뿐이 아니었다. 지존으로서 종묘와 사직을 보존하고, 백성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군주들은 다양한 질병에 시달렸다. 등창 때문에 승하한 임금, 족질로 고생한 임금, 그리고 뜻밖의 의료사고로 급서한 임금 등…. 또 어느 임금은 양기보충을 위해 풀벌레와 뱀을 먹기도 했고, 또 어느 임금은 병치료를 ..
'내 탓이오'를 외친 임금들-지도자들의 '재난' 대처법 6번째 팟 캐스트 내용을 요약정리합니다 1403년(태종 3년) 선원 등 1000여 명과 쌀 1만석이 수장된 대형참사가 발생했습니다. 거센 풍랑 중에 배를 띄운 관리들이 부른 인재였다. 하지만 태종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면서 ‘내탓이오’를 외쳤습니다. 중국 역사에서 대표적인 성군으로 꼽히는 당나라 태종은 628년 메뚜기 떼가 창궐하자 들판에 나가 메뚜기 두 마리를 생으로 삼켰습니다. “차라리 내 심장을 갉아먹으라”면서…. 중국 상나라 창업주 탕왕은 7년간이나 가뭄이 계속되자 머리카락을 자르고, 손톱을 깎은뒤 뽕나무밭에 들어가 기우제를 지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잘못은 나에게 있다”면서 ‘6가지 자책’을 하늘에 고했습니다. 역사는 이것을 ‘상림육책(桑林六責)’이라 했다. 송나라 태종은 메꾸기 떼가 ..
조선시대 이혼, 패가망신의 지름길 이번주 팟캐스트를 소개합니다. ‘조선시대라면 얼마나 좋을까. 처첩을 마음대로 들이고 내칠 수 있는 시대였으니….’ 그럴 리 없겠지만 혹 이렇게 상상하는 남자들이 있다면 한마디 하겠습니다. “꿈깨세요. 잘못하면 패가망신할 터이니…” 조강지처를 버릴 수 있는 7가지 죄악, 즉 칠거지악으로 걸어 쫓아냈다는데 무슨 걸림돌이 있었겠느냐고 항변할 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칠거지악을 무색케 만드는 삼불거(三不去), 즉 아내를 쫓아낼 수 없는 3가지 조건이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드물지요. ‘삼불거’란 ‘돌아갈 곳이 없는 아내는 쫓아내지 못하고, 부모의 삼년상을 함께 지냈다면 역시 쫓아내지 못하며, 처음에 가난하게 지냈다가 후에 부자가 됐을 경우에도 쫓아내지 못한다’는 조항입니다. 한마디로..
팟 캐스트(4회) 조선판 '바바리맨', 어떤 처벌 받았나 요즘 성(性) 관련 추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필자와 같은 장삼이사는 물론이고, 사회지도층까지 줄줄이 성 추문에 연루되고 있습니다. 그래놓고는 ‘딸 같아서 그랬다’는 둥, ‘귀여워서 그랬다’는 둥 흰소리를 남발했답니다. 며칠전에는 15살짜리 알바생을 껴안고 입을 맞춘 음식점 주인이 항소심에서 실형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고 합니다. ‘(음식점 주인에게) 부양해야 할 두 자녀가 있다’는 점이 감안됐답니다. 이 대목에서 한숨이 나옵니다. 두 자녀가 있다는 사람이 딸 같은 아이에게 그럴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래서 조선왕조실록을 찾아봤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성범죄에 어떤 처벌을 내렸을까. 놀라웠습니다. 상습범들은 요즘처럼 전자발찌를 차는 정도로 처벌이 끝나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겁니다. 조선시대 성폭행범은 ..
팟 캐스트(3회) 환향녀, 화냥년, 그녀들의 외침 '환향녀’를 아십니까. 혹시 ‘화냥년’이라는 욕을 연상하십니까. 호로자식이라는 욕과 함께? 그러나 이 ‘환향녀’의 단어 속에는 우리네 할머니들의 가슴 아픈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뭐 다 아시는 얘기겠지요. 그러나 막연하게 아시는 분들을 위해 ‘환향녀’에 담긴 여인들의 슬픈 역사를 풀어보려 합니다. 병자호란이 일어나고 강화도가 함락되자 뭇여인들이 오랑캐에게 절개를 잃지 않으려 강화해협의 차디찬 바다에 몸을 던졌습니다. 은 “몸을 던진 여인들의 머릿수건이 연못에 떠있는 낙엽이 바람을 타고 떠다니는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남자들은 어땠을까요. ‘적병에게 욕을 보느니 빨리 죽으라’고 다그쳐 자진하게 만들고, 혼자 살아남은 남정네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옵니다. 과 같은 기록을 보면 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용케 살..
팟 캐스트 1회-조선을 물들인 요망한 풀, 담배 5년 만에 조선을 물들인 남령초(담배)…. 그래서 에서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담배를 요망한 풀, 즉 요초라 했습니다. 담배는 1616~18년 사이 들어왔는데, 처음 피운 이는 조선 중기 한문 4대가 중 한 사람이었던 장유였다고 합니다. 담배예절이 없었던 시절이라 어전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장인에게 훈쭐이 났다고 합니다. 그래도 장유는 “누가 이 신비로운 약제를 전했는가”하며 감탄사를 연발했다고 합니다. 조선 후기의 중흥군주라는 정조 임금은 지독한 골초였는데, 담배사랑이 끔찍했습니다. “담배를 치국의 도로 삼는다”고 하면서 “조선을 담배의 나라로 만들겠다”고 선포까지 했답니다.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담배예절도 엉망이었는데요. 정조 시대의 명재상 채제공은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새파란 유생들에게 “담배 좀..
팟 캐스트 2회-'삼전도의 굴욕사건', 그 전말 1637년 1월 30일은 조선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날일 것입니다. 평소 오랑캐라 낮춰보던 청나라에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세 번 절하고 아홉번 머리를 조아림)의 굴욕 속에 항복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청나라에 볼모로 붙잡힌 백성들은 항복 후 도성으로 돌아가는 인조를 향해 외쳤습니다. “임금님 임금님 우리를 버리고 어디로 가십니까.” 역사는 이 날의 치욕을 ‘삼전도의 굴욕사건’이라 합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청나라는 항복의식이 벌어진 삼전도에 ‘청나라 황제 승첩비’를 세우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황제의 공적을 칭송하는 비문을 직접 쓰라’고 지시했습니다. 조선 조정은 패닉에 빠졌습니다. 아무도 글을 짓지 않겠다고 피했습니다. “한때의 굴욕을 참자”는 인조의 신신당부에 따라 글을 지어 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