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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단체장에 듣는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대담 | 이기환 전국부장·정리 | 경태영 기자 

ㆍ“확성기·삐라 등 대북정책 ‘하책’… 통일부 제역할 못해”

찰나의 머뭇거림도 없었다.

지난 11일 경기도지사 사무실에서 만난 김문수 경기지사(59)는 4대강·세종시·통일정책·인적쇄신론 등 어떤 민감한 질문에도 거침없이 정제되지 않은 어투로 자신의 생각을 쏟아냈다. 그 어떤 정치적인 수사도 쓰지 않았다. 총리의 대통령 면담 불발설에 대해서는 “총리가 대통령을 만나지 못한다면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천안함 이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하책(下策)”이라고 했다. 반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종교인들에 대해서는 “종교인은 특권층이 아니다. 해당지역 주민들이 좋다는데 왜 종교인들이 나서느냐”고 반문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13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도지사실에서 지방선거 결과와 최근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수원, 김세구 기자 k39@kyunghyang.com



▲“총리의 대통령 면담 안만나 주겠다면 그만둬야 하지 않나”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이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을 다 쥐고 있는 것에 대한 반사적 선거의 성격이었습니다. 대통령 지지도가 높아지고, 천안함 때문에 상대적으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까 ‘역시나’였습니다. 지난해부터 마땅히 지방선거를 대비해야 했는데 당도 후보들도 상당히 안이하게 대응했습니다.”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의 핵심은 무엇이었을까요. 4대강 사업·세종시 등에 대한 반대가 아니었을까요.

“전 생각이 다릅니다. 민심의 핵심은 권력에 대한 견제이지 4대강 사업 반대라고 말하면 안됩니다. 우리나라 권력은 대통령 중심제로 제왕적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힘을 갖고 있습니다. 민심은 이를 견제하는 것입니다.”

-소통과 불통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대통령 체제 하에서는 대통령의 권력이 지나치게 셉니다. 그래서 소통이 제대로 안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지방 이양과 지방 분권, 국회와 권력의 분점 관계, 장관 권한의 과감한 위임 등이 필요합니다. 대통령이 지나치게 간섭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장악하려고 하면 어렵습니다.”

-인적쇄신 문제가 제기되는데….

“대통령 주변 인물 가운데 대체로 잘한다는 사람들의 경우 첫째는 실력, 두번째 관록이나 경력, 세번째 리더십 등 세 파트로 나눌 수 있습니다. 다 그럴 수는 없지만 대통령 주변에는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보다는 누가 보더라도 이런 조건들을 갖춘 ‘베스트’가 많이 포진되어야 대통령에게 부담이 적습니다. 장관들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상당히 일리 있는 비판입니다. 청와대도 똑같습니다. 예를 들어 천주교하고 제일 소통이 안돼 4대강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천주교 담당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겠습니다.”

-총리의 대통령 면담이 불발됐다는 소리가 있던데요.

(김 지사는 이 대목에서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것이 가능한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모르겠어요. 총리가 대통령을 만난다는데 만나야지, 안만나주면 말이 됩니까. 총리가 대통령 못만나면 그만두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저는 이해가 안됩니다.”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의 쇄신 연판장은 어떻게 보십니까.

“초선 의원들이 해보자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초선 의원들도 남 이야기만 하지 말고 스스로도 쇄신해야 합니다. 공천권은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본권한인데, 국회의원들이 자기 사유물처럼 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 “주민들이 찬성하고 이미 파헤쳐 놓은 4대강 중단 안돼”

-어제(10일) 천주교 신부들이 경기도청에 와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삭발식을 했는데요.

“(천주교 신자인) 저를 ‘괴물신자’라 했다지요. 그런데 여주에 와서 데모하는 사람들 치고 여주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여주 사람들은 4대강 사업에 대해 다 찬성합니다. 종교인들은 종교를 해야지 왜 거기 와서 시위를 합니까. 종교인들은 특권층이 아닙니다. 4대강 사업으로 여주의 물이 깨끗해지고, 홍수 막아주고, 관광지 생기고, 전기가 발전되고, 모래자갈 채취로 1000억원가량 생기는데 여주 사람들이 왜 반대합니까.”

-종교인들은 생명의 가치와 환경의 가치를 말합니다.

주민들이 좋아하면 됩니다. 종교인들은 나설 때 나서야 합니다. 종교인들이 물 깨끗하게 하자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4대강 사업이 물을 깨끗하게 하자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공부 안하고 현장 안가보고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정말 문제가 있습니다.”

-선거 직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0%가 4대강 사업을 반대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요.

“아니 강물을 먹는 사람들, 예컨대 여주 사람에게 물어봐야지 왜 엉뚱한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물어봅니까.”

-(4대강 사업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밀어붙인 것도 문제 아닙니까.

“처음부터 다시 하려면 저는 (4대강 사업을) 이렇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돈 갖고 다른 것 할 일 많습니다. 강이 제일 급한지 등 여러 논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 같으면 강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더 급합니다. 그런데 다 파헤쳐 놓았는데 지금 와서 중단하면 어떻게 합니까. 중단하자는 사람들의 의중을 모르겠습니다.”

-현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해서 말하자면.

전 처음부터 통일부 축소에 대해 반대했어요. 시대적 과제인 통일 문제를 다루는 부서를 도리어 확대했어야죠. 또 정부의 비핵개방 정책도 좋은 정책이지만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나 싶습니다. 적어도 오랫동안 통일을 고민하고 준비하고 연구해 온 사람들이 정부 통일정책 결정에 포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강·온 양면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꽉 막히더라도 물밑 채널 같은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통일정책은 통일 이후까지 깊이 고려하는 정책적인 배려와 통찰이 있어야 하는데 상당히 아쉽습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정부의 대북 접근방식에 대해 평가한다면.

“확성기 설치는 의외였어요. 그것을 설치해서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까요. 확성기 설치라는 발상을 왜 했을까요. 유효한 수단도 아닌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이해가 안갔습니다. 처음부터 전문성 높은 사람들이 숙고를 해서 수단을 냈으면 좋았겠다 싶습니다. 또 정부가 나서서 삐라(전단)를 뿌리겠다는 것도 ‘하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는 보다 더 높은 수준의 대북정책, 통일정책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남북관계가 좋아야 접경지역을 안고 있는 경기도도 활성화할 텐데요.

“지금은 완전히 끊긴 상태입니다. 정부가 아예 막았는데, 그것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어디까지 막고 어디까지 허용하느냐. 물론 천안함 사태는 북한이 매우 잘못한 것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대응해 나가느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두 트랙이 필요한 것 같아요. 국방부가 군사적인 측면을 고려한다면 통일부는 고도의 통일정책을 마련하는 두 트랙. 처음 출발이나 발상이나 전개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통일부와 국방부가 똑같으면 부서가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재선되면서 무상급식을 전면 추진할 것이라는데요.

“부모들 걱정은 아이들 점심 공짜로 먹이자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의 학력이 떨어지고, (불미스러운)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이 걱정입니다. 그것은 말 안하고 온통 온 나라가 점심 안먹이는 것(무상급식)만 걱정입니다. 이걸 보편적 복지라 했는데 이 ‘보편적 복지’를 내세워 선거 때 재미를 봤다면 이제는 정말 필요한 것부터 해야죠. 어려운 아이들을 도우면서 과외, 보육, 안전 부문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합니다.”

-벌써부터 대권 도전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도지사에 당선돼 아직 취임도 안했습니다. 그런 얘기 자체가 도민들에게 불경이고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1시간 남짓한 인터뷰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김문수 지사가 “경향신문 기자들이 왔으니 한번 물어봅시다”라고 했다.)

“‘삽질공화국’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삽질’이 나쁜 것입니까.”(김 지사)

“다른 가치에 대해서도 눈길을 돌려야 하는데 ‘삽질’만 하니까 문제라는 이야기겠지요.”(기자)

“우리나라가 삽질로 이렇게 된(발전한) 것 아닙니까. 예전에 중동에 (진출해서) 삽질해서 (돈 벌었고), 현대·삼성도 그렇고…. 이명박 대통령도….”(김 지사)

 

■ 김문수 당선자는

△경북 영천 출생 △경북고 △서울대 경영학과 △도루코 노조위원장, 서노련 등 노동운동 △15~17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 △민선4기 경기도지사

■ 김문수 당선자 주요 공약

● ‘위기가정 무한돌봄’사업 지속 확대, 24시간 아이돌봄사업 확대
●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추진 및 메가시티 조성
● 광역버스 노선 직선화 및 운행횟수 증대, 총 9개축에 간선급행버스체계 구축
● 유니버설코리아리조트·화성 요트허브단지 등 해양레저산업 중심지 조성
● 중소기업 신용보증 7조원 지원, 중소기업 육성자금 7조원 지원
● 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과 군사시설 재배치구역 체계적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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