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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오늘

마지막 영국 식민지 짐바브웨의 독립

ㆍ권력의 ‘달콤한 독’

로버트 무가베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1924년 극소수의 영국계 백인이 절대다수 흑인을 지배했던 영국 식민지 로디지아의 두메산골에서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찢어지게 가난했지만, 독학으로 영국 런던대를 졸업한 뒤 로디지아 소수 백인정권에 항거하는 게릴라 지도자가 되었다. 치열한 무장투쟁 끝에 승리를 쟁취한 무가베는 80년 4월18일 독립을 선포, 짐바브웨 공화국을 탄생시킨다.

‘독립의 영웅’은 실용적 사회주의자를 표방했다. 농지분배와 대대적인 의료사업, 그리고 무료교육 등을 실시, 문맹률을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최저인 15%까지 끌어내렸다. 또한 비동맹 외교의 중추역할을 담당, 나라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그런 그에게 ‘흑백간의 공존을 이룬 모범생’이란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달콤한 권력의 맛은 ‘독립의 영웅’의 눈과 귀를 멀게 했다. 

장기집권에 따른 부정부패가 서서히 문제점을 드러냈고, 경제는 급전직하하고 만다. 90년대 들자 무가베는 “아프리카엔 다당제가 맞지 않는다”면서 일당독재를 구축했고, 언론매체와 정보기관을 가동, 반대파들을 억압한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의 짐바브웨 상황은 참혹하다. 실업률은 90%에 이르렀고, 물가상승률은 정부공식 통계만으로도 2억3100만%라는 천문학적 수치를 기록했다. 올 초에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10조 짐바브웨 달러를 발행하는 웃지 못할 상황에 이르렀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8월부터 창궐하기 시작한 콜레라로 무려 4000명(8만명 감염)이 사망하는 등 나라는 그야말로 도탄에 빠졌다. 

그런데도 무가베는 올 3월 자신의 85회 생일잔치에 무려 25만달러(미화)를 쏟아부었다.

그는 지난해 실시된 총선의 후유증으로 야당 지도자인 모건 창기라이 총리와 거국내각을 형성했다. 하지만 그 자신이 개과천선하지 않으면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백성들을 구원할 길이 없을 것이다.

처음엔 백성을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싸운 ‘독립의 영웅’ 무가베. 그는 초심을 잃고 국민 전체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에는 ‘세계최악의 독재자’ 1위로 꼽히기도 했다. ‘나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오만으로 권력욕을 끝까지 불태우고 있는 무가베를 보면, 그를 리더로 둔 짐바브웨 국민이 한없이 가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