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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수첩

서울시의 무지와 안하무인'

“이렇게 안하무인일 수가….”

26일 문화재위원회 사적 및 근대문화유산 분과회의가 열린 국립고궁박물관 회의실. 백발이 성성한 문화재위원들이 서울시의 시청사 철거 사실에 입을 모아 분노했다. 문화유산 정책을 담당하는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기자에게 짙은 절망감을 뱉어냈다.


경향신문DB


“이거 정말 못해먹을 노릇이네요.”

특히 이날 문화재위원회가 사적 가지정 결정을 내리자 김효수 서울시 주택국장은 “문화재위원회가 일부 강경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발언했다. 이 대목에 이르자 문화재위원들은 귀를 의심했다.

“정말입니까? 21명이나 되는 문화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결정 내린 것인데 우리를 두고 일부 강경세력 운운했다고요?” 

어떤 사안이 벌어질 때마다 편을 가르고 좌우·흑백논리로 ‘무슨 세력 운운’하는 못된 행태가 재현된 것이다. 

물론 법(문화재보호법)을 굳이 따진다면 등록문화재를 소유자가 마음대로 현상변경한다 해도 할 말이 없다. 문화재보호법상 소유자가 등록문화재 외관을 마음대로 바꾸어도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의 3대 근·현대 건축물 가운데 문제의 서울시청사를 빼놓고는 서울역사와 한국은행이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으로 지정돼 있는 숨은 뜻을 알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서울시청사를 사적이 아닌 등록문화재로 한 뜻은 원형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한 번 잘 활용해보라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문화재위원들은 특히 각 지자체의 모범이 돼야 할 서울시가 앞장서 문화재 파괴 행위에 나선 것에 더욱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