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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단체장에 듣는다

송영길 인천시장

인천 | 한대광 기자

 ㆍ“물류 기능 불가능한 경인운하, 근본적 재검토 필요”

40대 젊은 시장은 자신감이 넘쳤다. 경인운하, 아파트만 들어선 경제자유구역, 환경파괴를 초래하는 골프장 등 인천시의 산적한 문제에 대해 따가운 비판을 쏟아냈다.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강행 입장에 대해서는 “현대건설에서 그런 걸로 커온 사람이기 때문”이라며 한마디로 폄하했다. 현재 추진 중인 경인운하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재검토한 뒤 중단시키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47·민주당)와의 만남은 지난 14일 인천 남동구 인천도시개발공사 내 인천시장 당선자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출범 첫날이라 사무실은 무척 혼잡했지만 송 당선자는 한 사람씩 손을 잡아주며 격려를 빠뜨리지 않았다. 송 당선자는 인터뷰가 시작되자 “경향신문이니까 진보적으로 하겠습니다. 넥타이를 풀고 하겠습니다”라며 편안하게 말문을 열었다.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가 지난 14일 인천 남동구 인천도시개발공사 내 인천시장 당선자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인운하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입장과 해결책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천,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 MB에 보고서 줄 것… 방수로는 예정대로

- 오늘(14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 쇄신안을 밝혔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4대강 사업 등) 본인이 한 번 하겠다고 한 걸 바꾼다는 게 어렵겠지요. 그러나 소신과 아집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이 대통령은 ‘청계천,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도 반대했는데 결국에는 됐다’ 하는 식으로 자기 신념, 자기 합리화가 강한 것 같습니다. 이 대통령 측근으로부터 듣기로는 대통령 마음을 들끓게 하고 심장을 뛰게 하는 건 4대강 사업밖에 없다고 하던데, 고기도 놀던 데 오면 펄떡펄떡 뛰는 것처럼 현대건설에서 그런 걸로 커온 사람이기 때문에 향수, 노스탤지어가 있는 것 아닐까요.”

- 인천도 경인운하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경인운하에 대해서는 선거 기간 중 입장이 바뀐 걸로 알고 있는데….

방수로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겁니다. (그 공사에 대해서는) 환경단체도 필요성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운하로서의 기능은 재검토하겠습니다. 제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면서 정책 조율하고 합의된 사항은 ‘재검토 후 중단’으로 되어 있습니다. 처음엔 한강 하구를 보존하고 남북간 물류 교류 차원에서 찬성했지만 이명박 정권 들어와서 남북관계가 완전히 차단돼 버리고 한강 하류에 조력발전소를 만들겠다고 하고 있어 물류 기능이 거의 불가능해졌습니다.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 대통령은 (경인운하를) 내년 말까지 완공하겠다는데 지방의 많은 공항처럼 운영 적자를 국고로 메워주는 꼴이 되면 안됩니다. 취임 후 해운·항만 회사 등 실제 이용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점검해 보고서를 만들어 이 대통령에게 줄 생각입니다.”

- 인천은 이번 선거로 시장·구청장·시의회 등이 민주당 등 야권 일색인데 행정 경험의 부족이나 견제 기능이 취약해진다든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표심 결과를 긍정적으로 해석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우리 인천은 정말 잘됐습니다. 자전거도로나 만들고, 송도 땅 다 팔아먹고, 빚만 늘어나고 했었는데 이제 이런 사업들을 중단시킬 수 있으니 얼마나 잘됐습니까. 그만큼 인천시민의 변화 욕구가 컸던 거라고 봅니다. 또 과반수의 시의원을 확보해서 시장이 일할 수 있는 조건을 인천시민들께서 잘 만들어줬습니다.”

- 경제자유구역은 이번 선거과정의 쟁점이었죠. 인천시가 양해각서만 체결하고 외국 자본이 안 들어오거나 계약금만 내놓고 땅을 되파는 업체들도 생기고…. 이런 부실한 계약들에 대한 정리 계획이 있습니까.

“본말이 전도된 사업들에 대해서는 인수위에서 보고를 받으니까 잘 챙겨보겠습니다. 당장 송도에 가보면 지상 68층짜리 동북아 무역센터 빌딩이 있습니다. 외장 공사까지 해놨는데 공사가 중단돼 있습니다. 밖에 내걸린 플래카드를 보면 ‘공사비 미지급으로 유치권 행사 중입니다’라고 붙어 있어요. 겉은 멀쩡하게 서 있는데 내부는 텅텅 비어 있어요. 이게 송도의 현실입니다.”

▲ 텅 빈 건물뿐인 송도, 정부와 특별법 추진

- 송도국제업무단지에 들어서야 할 업무시설이 계약서대로 이행되지 않는 등 부실한 사업방식도 지적됐는데….

“그 실태에 대해서도 부분적으로 알고 있는데 송도에 대한 이야기를 다 들어보고 판단하겠습니다.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권을 갖고 있는 게일사에 대해서 엇갈린 평가가 있습니다. 양측면을 균형 있게 파악해서 게일사하고 조정할 건 조정하고 지금까지 합의대로 안한 건 이행을 촉구하겠습니다. 이와 별도로 포트만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는 것도 제 공약이었습니다.”

- 경제자유구역에 국내 대기업을 유치하는 방법을 제안하셨는데 법적 제약,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는데요.

외자를 유치하려면 삼성·현대 같은 글로벌 브랜드 우리 기업이 들어와줘야 외국 기업이 따라서 들어오고 발전할 수 있습니다. 중국 톈진, 빈하이 등도 국내 기업이 들어왔기 때문에 외자유치가 가능했습니다. 삼성 등 전자·IT 업체들이 인천에 들어오면 경쟁력이 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IT 제품은 항공 화물로 수출하는데 송도나 청라에 들어오면 30분 이내에 인천공항을 통해 수출할 수 있습니다. 물류 비용을 줄이니까 경쟁력이 배가되죠.”

(인터뷰 도중 나근형 인천시교육감 당선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송영길 당선자는 현안인 전교조 교사 징계를 취임 이후로 미뤄줄 것을 요청했다. 송 당선자는 “당장 교사들 징계하는 건 안 좋을 것 같은데 (인천시교육청 쪽에) 취임할 때까지 결정하지 말고 유보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겠다”며 “제 입장에서도 전공노 등 공무원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인천시에) 취임 이후 결정할 수 있도록 유보하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자유구역 개발 방안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됐다.)

- 중앙정부와의 협력이나 인적 교류가 필요할 텐데.

“인천 경제자유구역을 발전시키는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처럼 정부가 임의대로 지정하면 대한민국 전체가 경제자유구역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인천만을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이를 성공시키기 위한 특별법도 검토해야 합니다. 필요하면 인적 교류도 해야 합니다.”

- 또 다른 인천지역 현안인 구도심 개발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입니까. 부산시도 사업성 떨어지고 민원이 많아 300여개의 정비예정구역 중 3분의 1을 취소 중입니다.

“212군데를 검토해서 수익성 있는 곳과 없는 곳을 구분하고 순차적으로 개발하겠습니다. 또 송도신도시 등의 무분별한 아파트 공급도 차단해야 하고요.”

▲ 무상급식 내년 반영… 계양산 골프장 반대

- 시민들이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떤 비전을 보여주시겠습니까.

“우선 10곳을 명문 고등학교로 육성하고 이를 확산시켜 학력 상승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겠습니다. 매년 퇴학당하는 학생들, 학교를 그만둔 학생들 4000여명을 대상으로 도심형 대안학교를 만들겠습니다.”

- 친환경 무상급식 일정은.

“지금 상황으론 내년 예산에 반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년부터 예산 상황을 점검해서 교육감과 언제부터 추진할지 상의하겠습니다.”

- CJ 골프장, 롯데 골프장 등 환경과 결부된 현안이 있는데요.

“(그 부분은) 안됩니다. 그동안 상당 부분 진척되어 있는데 그걸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문제입니다. 특히 롯데 골프장은 많이 진척됐죠. 최종적 행정 처분만 남긴 상황이라서 롯데 측에서 반발하고 행정 소송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문제는 상의해서 설득해보고 기존 행정 절차에서 무슨 하자가 있는지 철저히 점검해보려 합니다.”

- 끝으로 지면을 통해 전하시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문학 경기장에 월드컵 응원을 갔는데 제가 탤런트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20대 유권자들이 ‘시장님 제가 찍었어요’ 하면서 사진 찍어달라 하고 ‘셀카’로 찍고, 악수하고 사진찍고. 순간 아, 이 소중한 20·30대의 에너지를 시정에 반영하고 과감하게 예산 지원하고 인천이 역동적인 젊은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더 노력해야겠구나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 송영길 당선자는

△전남 고흥 출생 △광주 대동고,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대우자동차 용접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인천지부 사무국장 △36회 사법시험 합격 △16·17·18대 국회의원 △민주당 최고위원 △민주당 소장개혁파의원모임 ‘개혁과미래’ 대표

■ 송영길 당선자 주요 공약

● 인천을 세계 3대 경제자유구역으로
● 도시재창조기금 3조원 조성해 구도심 재생
● 일감과 일손이 넘쳐나는 도시
● 일자리 많아 든든해지는 청년, 차별없어 행복한 직장인
● 효도 1등 인천, 사회적 약자에 차별·편견 없는 인천
● 아이키우기 좋은 도시, 활기찬 WHO 건강 도시
● 교육지원예산 1조원 시대,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 실시
● 친환경 녹색도시, 상쾌한 청정도시
● 역사·문화·예술이 생활 속에 흐르는 품격있는 도시
● 인천과 서해안을 통하게 하는 경제대동맥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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