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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단체장에 듣는다

염홍철 대전시장

대담 | 이기환 전국부장·정리 | 윤희일 기자

ㆍ“세종시 수정안, 국회에 떠넘기지 말고 철회해야”

“일본 속담에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사람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도 아니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지난 4년은 정말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당선되고 보니까 그 기간이 오히려 굉장히 유익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지난 9일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염홍철 대전시장 당선자(66)의 사무실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그러나 관선을 포함해 세 번째 시장직에 오르게 된 염 당선자는 비교적 여유있는 표정이었다.

염홍철 대전시장 당선자가 세종시와 4대강 사업 등 국책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향후 시정 과제 및 운영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대전,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2006년 선거에서 떨어진 뒤 힘든 세월을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시도 쓰고, 색소폰도 불면서 개인생활에 충실할 수 있었습니다.”

4년 만에 다시 대전시정을 맡게 된 그는 지난 4년을 ‘준비의 기간’ ‘충전의 기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종시·4대강 등 민감한 현안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며 단호하고도 분명한 입장을 나타냈다.

▲“4대강, 불통의 상징… 영산강 시범추진 뒤 성과 보고 절충을”

-그동안 세종시 원안 추진에 정치생명을 걸다시피 해왔는데.

충청권에서 세종시 원안 추진을 주장하는 자유선진당과 민주당이 압승했습니다. (원안 추진을 위한) 분명한 명분이 생겼다고 봅니다. 행정도시 건설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있었고, 여러 대통령이 공약한 사안입니다. 특히 여야 합의를 통해 세종시특별법이 만들어졌고 건설청도 생겼습니다. 예산이 이미 6조원이나 투입돼 전체 공정의 27%가 진척됐고요. 이런 사안을 어느날 느닷없이 없던 걸로 하고 수정안으로 하자고 하면 법치국가의 본질을 훼손하는 겁니다. 충청권 3개 시·도지사가 모여 세종시 원안 추진을 요구했는데,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를 자꾸 주장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종시 문제의 해법은.

“세종시 문제를 국회로 넘기는 것은 안 됩니다. 수정안 제출 자체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정부 쪽에서 철회해야 합니다. 민심을 파악했으니 철회할 수 있는 명분도 생겼습니다. ‘대타협의 결단’을 내리는 것이 바로 ‘이기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도 이해해주고, 과거의 소통부재에 대한 불만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겁니다. 국민의 뜻이 준엄하다는 데 대해 두려움을 가져야 합니다.”

(염 당선자는 지난 14일 이명박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한 뒤 ‘세종시 수정 관련 법안은 반드시 철회돼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의 법안 철회를 다시 한 번 강하게 요구했다. 그는 “수정안을 내놓고 문제의 발단을 제기한 대통령과 정부가 수정 법률안을 스스로 철회하는 것이 옳은 처사”라고 강조한 뒤 “정부는 세종시 원안 추진을 갈망하고 있는 충청권의 민의를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수정안도 추진이 안 되지만, 원안대로도 가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나오고 있는데.

“그렇게 돼서는 안 됩니다. 당초의 일정 그대로 원안이 추진돼야 합니다. 저는 우리가 힘을 모으면 세종시 원안을 꼭 지켜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강행하려고 하는데요.

“많은 전문가들이 환경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고, 종교계에서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과반수가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왜 이렇게 밀어붙이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소통의 리더십이 전혀 발휘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절충안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4대강 가운데 영산강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뒤 성과를 보고 다음 사업의 추진 여부를 정하면 된다고 봅니다.

-대전의 경우 갑천·유등천 등 금강 지천에서 4대강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4대강 사업 관련 예산이 3대 하천 살리기 등의 이름으로 집행되고 있지만 하천을 살리고 복원하는 일은 단기간의 의지만 가지고는 해낼 수 없습니다. 환경영향평가를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하천의 특성 등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입니다. 이런 세심한 검토 없이 무작정 시행하는 하천 관련 사업은 원칙적으로 반대합니다.”

-현 정부의 소통 부재에 대한 비판여론이 많은데.

현 정부의 철학은 수도권 중심 사고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또 경쟁을 통한 국가 부의 증대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시대에 맞지 않습니다. 특히 ‘소통의 부재’ 문제가 큽니다. 세종시나 4대강 문제가 소통의 부재를 상징합니다. 일을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도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자세’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자세는 정책 본질보다 더 크고 중요할 수 있습니다. ‘내가 옳으니까 밀어붙여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국민과 합의를 이루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자리 창출 우선… 사이언스타워 건립, 와인축제 명품으로”

-나무 3000만그루 심기, 자전거정책, 엑스포과학공원 재생사업 등 현 시장의 핵심사업에 대해 비판적인데.

“현 시장의 사업 자체는 찬성하지만 방법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무 심기사업은 사실 제가 원조입니다. 시장 재임시 1000만그루를 목표로 사업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다만 도로 중앙 등에 큰 나무를 심으니까 운전자 등이 불편을 느끼고 있고 교통흐름에 방해가 된다는 시민들의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비판은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자전거 전용도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엑스포과학공원 재생사업의 경우는 사업자 선정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뒤로 미뤄야 합니다.”

-우선 추진하고 싶은 일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정무특보’를 없애고 ‘일자리특보’를 새로 설치할 생각입니다. 대규모 국책사업을 우리가 기획한 뒤 정부로부터 예산을 따오는 방안도 마련하겠습니다. 또 체험과 놀이와 어뮤즈먼트를 병행할 수 있는 ‘사이언스타워’를 건립해 세계적인 명소로 키워 나가고 싶습니다. 와인축제를 포함한 세계적인 명품축제도 만들고 싶고요.”

-이번 선거의 결과를 평가한다면.

“실제 투표결과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자유선진당이 패배했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전의 경우 시장과 구청장 3명을 당선시켰습니다. 또 시의원의 80% 이상이 자유선진당 소속입니다. 이 정도면 대전에서는 압승이라고도 얘기할 수 있습니다. 충남의 경우도 지사만 잃었지 기초단체장, 광역의원의 50% 정도는 차지했습니다. 충남지사를 잃었다는 상징성 때문에 부담이 되지만 패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회창 대표의 사퇴의사 표명 이후 한나라당과의 통합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는데.

“저는 정계개편을 주도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능력도 없습니다. 지금은 단체장이라는 행정가로 출발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입장을 밝히기 어렵지만 이회창 대표가 보수대연합을 원론적 입장에서 밝힌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회창 대표가 다시 복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대다수 의원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일부 지역주의가 극복되는 신호가 나타났는데….

“한나라당은 영남에 뿌리를 둔 전국정당이고 민주당은 호남에 뿌리를 둔 전국정당입니다. 충청권에 뿌리를 둔 전국정당이 없습니다. 이들 3개 지역에 뿌리를 둔 정당이 경쟁과 협력을 통해 균형발전을 이뤄내야 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유선진당이 지역에 좀 더 착근을 하고 전국정당으로 가야 한다는 이상을 갖고 있습니다.”

 

■ 염홍철 당선자는

△충남 논산 출생 △대전공고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연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중앙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경남대 교수 및 북한대학원장 △대통령 정무비서관 △한국공항공단 이사장 △국립 한밭대 총장 △대전광역시장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장관급)

■ 염홍철 당선자 주요 공약

● 세종시 원안 추진
● 첨단의료·웰빙복합단지 건설
● 세계 최대 와인축제 개최
● 충남도청 부지를 활용한 한밭 문화예술복합단지 조성
● 중앙로 재창조 사업 추진
● 영·유아 교육을 의무교육 수준으로 확대 지원
● 대전관광마케팅공사 설립
● 대전복지재단 설립
● 대전도시철도 2·3호선 조속 건설
● 갑천수계와 연계한 호수공원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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