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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단체장에 듣는다

이시종 충북도지사

대담 | 이종탁 사회에디터·정리 | 김영이 기자

 ㆍ“지역 균형발전 위한 세종시 원안 사수 민심 확인”

이시종 충북지사 당선자(63)는 스스로를 ‘서민도지사’라고 칭한다. ‘서민이 행복한 충북’ ‘서민이 살기 좋은 행복한 충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선거과정에서 유독 ‘서민’을 강조해 왔다. 그가 살아온 길이 그래서였던 것일까.

충북 충주에서 가난한 농부의 외아들로 태어나 청주고에 진학한 그는 1학년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그 후 학교를 휴학하고 농사짓고 광부와 지게꾼 생활을 했다. 그래서 아픈 사람, 배고픈 사람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먼저 헤아린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고교도 4년 만에 졸업했다.

인터뷰가 있었던 지난 9일. 이 당선자는 언론사 인터뷰에 응하느라 숨 돌릴 틈이 없었다. 경향신문과 만난 그는 “선거를 하면서 세종시 원안을 사수하라는 도민의 여망을 재삼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승리의 원인을 오만과 독선으로 일관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 서민경제와 균형발전을 시켜 달라는 도민들이 선택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 당선자가 지난 9일 충북 청주시 자신의 선거운동본부에서 선거과정에서 벌어졌던 일과 4대강·세종시 등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 4대강 지천 정비 찬성, 준설 공사는 적극 저지… 관사 공공시설로 개방

- 선거 전 여론조사 결과는 계속 밀리는 것으로 나왔는데 오히려 큰 차이로 이겼습니다.

“선거과정 내내 질 거라는 생각은 안해 봤습니다. 다니다 보면 저변층의 민심은 거의가 내편인데 언론사 여론조사는 반대로 나오더군요. 도대체 이해가 안 갔습니다. 새벽 인력시장 사람들, 재래시장 상인들, 저변층 사람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이번엔 한나라당 안돼’ ‘먹고 살기 너무 힘들어’라는 말을 수없이 하더군요. ‘한나라당은 안돼’라는 말은 저희가 가르쳐 준 게 아니라 거꾸로 저희가 배웠을 정도니까요. 이런 여론이 여론조사에서 제대로 반영이 안됐습니다. 공안정국으로 신분노출에 겁먹은 사람들, 특히 사업하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이시종을 지지하면서도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고 답변하는 바람에 여론조사가 실제하고 다르게 나온 것 같습니다.”

- 6전6승, 선거에 나가기만 하면 이겼습니다. 어떤 때는 한나라당으로, 어떤 때는 열린우리당으로, 어떤 때는 민주당으로 나와서 이겼는데….

“선거에 나올 때마다 시민들이 저를 예쁘게 봐 줘서 그런 것이지 제가 특별해서가 아닙니다. 저는 항상 가장 비정치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 진실이 최대의 무기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화려한 수사나 과대포장, 임기응변 등과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어떻게 보면 정치꾼 이런 개념하고는 거리가 멀어 오히려 그게 시민들에게 먹혀들어 갔던 것 같습니다.”

- 이번 선거에서 충청도 사람들이 야당에 표를 많이 준 것은 세종시 수정을 막아달라는 뜻으로 보시는 거죠.

“이번 선거를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찬반투표로 규정하고 도민들에게 호소한 결과 수정안 반대로 나왔습니다. 다시 말해 한나라당 뽑는 거는 세종시 수정안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 백기투항하는 거라고 호소한 것을 유권자들이 받아들인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유권자들의 이런 뜻을 알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수정안을 강행한다면 충청권 광역단체장들이 힘을 합쳐 국회 통과를 저지할 것입니다.”

- 4대강 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하면서 이수(利水)와 치수(治水)를 분리해 대응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일단 업무 파악을 한 뒤 보나 준설 등 이수 부분에 대해서는 저지하겠습니다. 다행히도 충북관내엔 준설이 많지 않습니다. 4대강 사업은 보를 막아 운하를 하려는 것과 준설을 해 배가 다니도록 하는 이수, 지류를 정비하는 치수가 있습니다. 이수는 반대하나 소하천이나 세천을 정비해 홍수 등을 예방하는 것은 좋다고 봅니다. 4대강 사업의 방향을 치수 중심으로 돌리고 도지사가 위임받은 사업에 대해선 전면 재검토할 것입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것은 업무보고를 받아 본 뒤 결정하겠습니다.”

- 많은 사업들이 이미 발주돼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지금 와서 저지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사업장별로 검토해 봐야겠죠. 어떤 사업장은 완성이 다 된 것도 있을 테고, 어떤 사업장은 진행 중일 테고…. 공사 진척에 따라서 강도의 차이를 둬야 하지 않겠습니까.”

- 김두관 경남지사 당선자는 인수위에 4대강 관련 특위를 구성해 구체적으로 저지할 수 있도록 실행전략을 가동한다고 했는데….

“충북은 낙동강, 영산강쪽과 사정이 다릅니다. 4대강 사업 물량이 많은 것도 아니고 대규모 준설로 환경이 파괴된 게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닙니다. 구체적으로 파악은 못했지만 아까 말씀드린 대로 기본방향은 치수부분은 시행하고 이수에 대해선 적극 저지하려고 합니다.”

- 세종시, 4대강을 놓고 정부와의 대립각이 불가피한데 혹여 야당지사라고 홀대받는 것은 아닐까요.

중앙정부와 협조하는 데 여야가 따로 없습니다. 다만 충북의 이익과 직결되는 세종시 같은 것은 충돌이 되더라도 반대를 해야겠지만, 그밖의 사항에 대해선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반대할 것은 반대하는 양면작전으로 나갈 것입니다. 사사건건 중앙정부 일에 반대하고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뜻이죠.”(이시종 당선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14일 라디오 연설과 관련해서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시키기 위해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들도 만나겠다”고 말했다. 16일 행정도시 혁신도시 무산저지 충북비대위와 정책간담회를 연 데 이어 17일에는 서울지역 충북출신 국회의원 초청간담회를 열어 세종시 수정안 부결에 노력해 줄 것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 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이 수도권전철 청주공항 연장 운행,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에 대해 지원을 약속했는데….

“선거에 패했다고 이 약속이 이행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이 있을 텐데…. 이원종 도지사가 야당시절 때 오송역,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많이 따오지 않았습니까. 그런 논리라면 영남을 기반으로 둔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은 지금 호남지역이 완전 손해를 봐야 하는데 그렇지를 않잖아요. 여야 개념보다는 본인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 무상급식 재원은 충분… 기초단체장 정당 공천·교육감선거 개선 필요

- 약간 다른 얘기인데요.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당공천은 폐지돼야 합니다. 광역은 업무가 중앙과의 연계성이 있어 그렇지만 기초자치단체는 순수하게 주민생활자치이고 생활정치이기 때문에 당이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충주시장 시절 정당공천제가 아니라서 시의원 모두가 야당이 돼 적극적으로 질문도 하고 공격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2006년도에 정당공천제가 도입되면서 당이 같아지니까 시와 의회가 ‘한통속’이 돼 서로 비판적이질 못했죠.”

- 그럼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거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교육감과 교육의원 직선제에 반대합니다. 사실 이번 선거에서 후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찍은 사람이 많지 않습니까. 종합행정 책임자에 대해 직선제를 하는 것이지, 특정분야 책임자를 직선제로 하는 것은 흔치 않거든요. 교육 하나만 놓고 전 도민을 대상으로 직선제를 한다? 그렇다면 경찰청장도 주민들이 뽑아야 합니까. 교육감이나 교육의원은 교육관계자끼리 하는 직선제 또는 간선제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 무상급식 재원 조달이 가능하냐를 놓고 논란이 있는데요.

“연 300억원 정도면 가능합니다. 의지의 문제이지 재원엔 큰 문제가 없습니다. 마침 오늘 이기용 (충북)교육감께서 2011년부터 초·중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하겠다고 발표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 도지사 관사를 개방해 다른 쪽으로 활용하겠다고 하셨는데요.

“권위의 상징이면서 밀폐된 공간 같기도 하고, 운영비도 많이 들어가 도민들에게 돌려 드릴 겁니다. 도민들의 공공이용시설로 활용토록 할 계획입니다.”

- 마지막으로 당선자의 의원직 사퇴로 오는 7월28일 치러질 충주 보궐선거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벌써부터 한나라당은 지난 18대 총선 당시 ‘합의서’를 놓고 예비후보끼리 싸우고 있고 그중 윤진식 예비후보는 세종시 수정안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까.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무시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세종시 수정에 앞장선 윤 예비후보와 정운찬 국무총리,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 충청도가 고향인 이들은 ‘매향노 3인방’으로 낙인찍힌 사람들입니다. 이충제충(以忠制忠)의 결과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 이시종 당선자는

△충북 충주 출생 △청주고·서울대 정치학과 △제10회 행정고시 합격 △충북도기획관리실장 △청와대 행정관 △내무부 지방기획국장·지방자치기획단장 △민선 1~3기 충주시장 △17·18대 국회의원 △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

■ 이시종 당선자 주요 공약

● 세종시 원안 사수
● 중소기업 및 서민경제 활성화
● 초·중학생 무상급식 전면실시
● 2012년까지 청주·청원 통합
● 충청고속화도로 조기 건설
● 남·북부 도청출장소 설치
● 0~5세 무상보육 실시 및 충북형 보육 실현
● 권역별 여성인력개발센터 설치
● 예술창작지원 클러스터 설립,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산업 육성
● 공군비행장 이전, 청주국제공항 활성화
● 유엔산하 기후변화교육관 유치
● 도민프로축구단 창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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