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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타타르인의 노래

타타르(Tatar)라는 민족이 있다.

나디아 코마네치(루마니아)와 함께 1970~80년대 체조요정이었던 한국계 넬리 킴(본명 김경숙)의 어머니가 바로 타타르인이었다. 타타르는 동양에서 달달(달달) 등으로 일컬어졌던 몽골계 유목민의 명칭이었다.

그러다 점차 유라시아 터키계 혼혈 민족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대됐다. 오늘날 550만명에 이르는 타타르인들은 러시아내 자치공화국인 타타르스탄을 중심으로 우랄 산맥 서쪽 볼가강과 그 지류에 살고 있다.


서양인들은 타타르인들을 보며 ‘악마’를 뜻하는 그리스어 ‘타르타로스(tartaros)’를 떠올렸다. 그만큼 공포의 대상이었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1236~1480년 사이 몽골의 지배를 받던 240여년간의 식민 통치기를 ‘타타르의 멍에’라 일컫는다. 대량학살과 수탈, 징병과 같은 강압통치, 그리고 친몽골 러시아 공후들의 반민족적 행위 등….

영국 작가 매튜 패리스(?~1259)는 “지옥의 악귀처럼 내습한 야만적인 타타르인들은 기독교의 공적이니 축출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그러다 1558년 러시아의 이반 4세가 타타르의 전 영토를 병합하면서 판도가 역전된다.

러시아가 타타르를 식민통치하게 된 것이다. 이제 타타르인들은 17~18세기 농민 반란의 선봉에 섰을만큼 반러시아 정서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구 소련의 스탈린은 1944년 25만명의 타타르인이 나치독일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와 중앙아시아 등으로 강제이주시켰다. 러시아에 대한 타타르인들의 적개심은 갈수록 깊어졌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했을 때 소수민족인 타타르인들은 반러시아의 선봉에 섰다. 이들의 자존심은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 헌법에도 잘 나타나 있다고 한다. ‘러시아와 타타르어를 동시에 구사할 수 없으면 대통령 뿐 아니라 공무원도 될 수 없다’(헌법 4조)고 규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공화국내 46%에 이르는 러시아인들도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타타르어를 배울 정도라 한다.
최근 열린 유러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타타르인인 자밀라(우크라이나 사진)가 타타르인들의 강제이주를 담은 노래(‘1944’)를 불러 우승을 차지했다. 준우승자는 호주대표로 출전한 한국계 임다미였다. 임다미씨는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Sound of silence)를 열창해서 심사위원 점수(330점)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나거나 죽은 타타르인들의 애끊는 역사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을 것이다. 피바람이 이는 증오와 고통의 기억은 쉬 잊혀지지 않는 것 같다. 경향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