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주민투표와 엘 클라시코
‘엘 클라시코(El Clásico ) 스페인 프로축구(라 리가) 소속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라이벌 대결을 일컫는다.
그런데 바르셀로나의 홈 구장(캄프 누)에서 벌어지는 엘 클라시코 경기에서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홈팀 바르셀로나가 이기고 있든, 지고 있든 상관없다.
경기시작 17분14초만 되면 캄프 누에 모인 9만5000여 관중이 일제히 일어나 ‘in-inde-independencia(독립)!’을 한 목소리로 외친다.
왜 하필 17분 14초인가.
바르셀로나가 속한 카탈루냐가 스페인의 필립 4세 군대에게 14개월이나 포위당했다가 패한 때가 바로 1714년이었다. 그만큼 1714년은 독립을 염원하는 카탈루냐 주민들에게는 통한의 해였던 것이다.
지금 바르셀로나 축구팀에는 FC(Futbol Club)라는 카탈루냐식 표현이 달려있다.
그러나 한때는 스페인식 표현인 CF(Club de Futbol)를 강요받은 적이 있다. 1939년 스페인 내전을 끝낸 프란시스코 프랑코 독재정권이 카탈루냐를 금기시했다.
그 때문에 FC가 아닌 CF바르셀로나가 되었고, 클럽 엠블럼에서도 카탈루냐 깃발이 빠졌다.
1943년 스페인 국왕컵 준결승에서는 기어코 사고가 터졌다. 바르셀로나가 1차전에서 3-0으로 완승했기에 결승진출이 유력했다. 그러나 2차전에서 바르셀로나는 전반에만 8골을 허용하는 무기력한 경기 끝에 1-11로 대패하며 탈락했다.
얼마후 실체가 밝혀졌다. 프랑코 독재정권의 보안부장이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협박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명색이 스페인 국왕컵 우승트로피를 카탈루냐 축구팀이 차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바르셀로나 주민들은 바르셀로나의 승리를 기뻐하기보다는 오히려 레알 마드리드 축구팀의 패배소식을 더 고소하게 여긴다.
레알 마드리드팀의 DVD를 사가는 어느 한국 기자에게 “왜 똥을 사가느냐”면서 손가락 끝으로 DVD를 건넸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카탈루냐 자치 주정부가 31일(현지시간) 분리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스페인 정부의 방해와 저지에도 주민의 90%가 찬성표가 던졌다고 한다.
스코틀랜드(영국)와 플랑드르(벨기에), 롬바르디아·베네토(이탈리아) 등 분리 독립을 꿈꾸는 다른 지역이 있다. 당연히 유럽전역이 숨죽이고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유럽인들에게는 그에 못지않은 관심거리가 있다.
리오넬 메시가 버티고 있는 FC 바르셀로나는 어찌될 것인가. 그냥 라리가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프랑스 리그 앙(1)이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혹은 이탈리아 세리에 아(A)로 옮길 것인가.
바르셀로나가 들어가는 리그는 그야말로 횡재를 얻는 것이다.
FC 바르셀로나 뿐 아니라 에스파뇰과 지로나도 카탈루냐 소속팀들이다. 유럽 전역은 지금 ‘정치적’ 측면은 물론 ‘축구적’ 측면에서도 카탈루냐의 독립투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기사 작성에 ‘한준의 <엘클라시코의 모든 것>, 브레인스토어, 2013년’을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