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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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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분방한 성(性)의 나라 신라 “선생님 이게 뭔가요. 목간 같은데요.” 1974년 11월 어느 날, 경주 안압지 바닥을 조사중이던 국립문화재연구소 소속 여성조사원이 윤근일 조사팀장에게 달려갔다. 뻘 속에 막 찾아낸 유물을 갖다준 것이다. 문제의 유물을 본 윤근일은 깜짝 놀랐다. 유물이 양물(陽物), 즉 목제 남근이었으니까…. 윤근일은 아무 소리하지 않고 여성조사원을 현장으로 돌려 보낸 뒤 깨끗이 세척했다. 맞았다. 1300여 년 동안 안압지 바닥의 뻘 속에 묻혀있던 남근 목제품이 현현한 것이다. 이 목제품의 길이는 17.5㎝에 달했다. 유물을 본 여성조사원들의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다. 안압지가 어떤 곳인가. 통일신라시대인 7세기 후반 문무왕 때 조성된 연못이다.( ‘신라본기·문무왕조’) “674년(문무왕 14년) 궁성 안에 못을 파고..
삼국시대 군사분계선, 호로고루 “662년 김유신의 신라군이 야밤에 몰래 행군하여 표하(瓢河)에 이르니 고구려군이 추격해왔다. 김유신이 군사를 돌려 총반격에 나섰다. 신라는 고구려군의 수급을 1만이나 베고, 5000명을 사로잡았으며….”( ‘열전 김유신조’ 등) “673년 당나라·말갈·거란 연합군이 침범했다. 신라군이 호로하(瓠瀘河) 등에서 아홉번 싸워 모두 이겨 2000여 명의 목을 베었다. 두 강에 빠져 죽은 당나라 군사가 헤아릴 수 없었다.”( ‘신라본기·문무왕조’) 경기 연천 장남면 원당리에 있는 호로고루성. 고구려가 신라와 맞서 싸울 때 세운 최전방사령부이다. 호로고루가 있는 임진강은 553년이후 고구려와 신라의 국경선이었으며, 일종의 군사분계선이었다.|김창길 기자 ■삼국시대 군사분계선 37번 국도를 따라가다 경기 연천군 장남..
조선 최초의 흡연자…어전에서 감히 담배를 피우다 “남초(南草·담배)는 남쪽 오랑캐 나라에서 유래해서 일본에서 번성했다. 무오 연간(1618년)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장유가 가장 먼저 피웠다.”(, 등) 우리나라 담배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계곡 장유(張維·1587~1638)이다. 장유가 누구인가. 그의 선조는 1275년 충렬왕비인 원나라 제국대장공주를 따라 고려에 왔다가 귀화한 위구르족 출신인 장순룡이었다. 장순룡은 덕수 장씨의 시조가 됐는데, 12대 손인 장유는 조선 중엽의 4대 문장가(이정구·신흠·이식·장유)로 명성을 얻었다. 바로 그 장유가 담배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인물인 것이다. 우선 이 언급하고 있듯 장유는 조선에서 가장 먼저 담배를 피운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신윤복의 '청금상련'. 사대부가 기생과 의녀를 연꽃감상을..
골초 대왕 정조임금이 꿈꾼 '담배의 나라' 1560년쯤 유럽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담배는 그야말로 요원의 들불처럼 전세계로 퍼진다. 결국 60년도 안되어 극동지역으로 몰려온다. 이른바 ‘담뱃길’은 여러 곳으로 추정된다. 우선 청나라 초기 사람인 왕포가 쓴 를 보면 담배는 명나라 마지막 황제인 의종 연간(1628~1644)에 중국으로 전해졌다는 기록이 나온다. 담뱃잎이 여송(필리핀 루손섬)에서 전래됐다는 것이다. 담배의 전래를 연구한 중국의 사상가 우한(오함)은 담뱃길을 대략 3가지로 요약한다. 즉 일본→조선→랴오둥(요동)이 한 갈래이고, 필리핀(루손)→푸젠(복건)→광둥(광동)이 또 다른 갈래, 그리고 남양(남태평양)군도→광둥(광동)→중국 북방 등이 또 하나의 갈래였다는 것이다. 중국 광저우(廣州)→조선→일본으로 거쳤다는 ‘역 담뱃길’의 주장도 있지..
담배 때문에 미국 독립운동이 일어났다? “남초(南草·담배)는 1616~17년 사이에 조선에 들어왔다. 5년 만에 조선에서 피우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됐다. 해롭다는 것을 알고 끊으려 해도 끝내 끊을 수 없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담배를 요초(妖草), 즉 요망한 풀이라 했다.” 1638년(인조 16년)의 기록이다. 이 기사처럼 담배의 모든 것을 요약해주는 대목을 찾기 힘들다. 중독성이 얼마나 강했으면 단 5년 만에 조선 전역에 대유행했을까. 벌써 그 당시 해롭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도무지 끊을 수가 없어서 요망한 풀이라 일컬었다니…. 빈센트 반 고흐가 1885년 그린 . 고흐는 장난스럽게 그렸지만 결과적으로 담배의 해악을 소름 끼치도록 표현했다.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부터 피웠던 담배 하기야 그럴 만도 했으리라. 유럽에 전해진 담배가 본격 ..
당 태종이 메뚜기를 꿀꺽 삼킨 이유는 “옛날 당 태종은 황충(蝗蟲·메뚜기 혹은 풀무치)를 삼킨 일이 있다. 아무리 어질고 의로운 군주라 해도 정성이 없었다면 어찌 황충이 목구멍으로 넘어가겠는가. 그것은 결국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있었으니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1765년 6월 3일조) 1765~68년 사이 전국에 황충 떼를 비롯한 해충이 기세를 부리고, 가뭄까지 겹치자 영조 임금이 깊은 시름에 잠겼다. 영조는 ‘당 태종의 고사’를 예로 들면서 “과인이 태종처럼 할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영조가 언급한 ‘당태종의 고사’란 무엇인가. 당 태종의 치도를 논한 ‘무농(務農)’에 나와있는 일화를 일컫는다. 스페인령 카나라이 제도에 날라든 메뚜기 떼. 1억 마리의 메뚜기가 서아프리카 대륙에서 넘어왔단다. 오자 비상 경계령을 발동했다...
조선의 '요지경' 병역면제 수법 “근자에 병역에 해당된 자들 가운데 선현의 자손이라고 거짓말을 고하는 자들이 많습니다. 안(安)씨는 모두 안유(安裕·안향)의 후손이라 하고, 한(韓)씨는 모두 기자(箕子)의 후손이라 합니다.” 1682년(숙종 8년) 지사 김석주가 “큰 일 났다”면서 “상당수가 병역기피를 위해 거짓으로 선현의 후손을 칭하고 있다”고 상언했다. 무슨 말인가. 조선시대 때 병역의 의무를 져야 하는 나이는 16~60세였다. 이들은 1년에 2~6개월씩 교대하는 방식으로 병역의 의무를 져야 했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도 병역면제의 헤택을 받는 ‘신의 자식들’이 있었다. 완문(完文). 1830년 충훈부가 신우태에게 발급한 문서. 공신 신숙주의 후손인 신우태의 잡역을 면제하는 내용이다.|국립중앙박물관 ■3학사의 후손에게 병역면제혜택을 줘..
한반도 중부엔 휴화산이 잠들고 있다. 해발 360m인 강원 철원 평야에 서있는 동주산성에서 북쪽을 바라보라. 물론 북한 땅 평강이다. 지평선을 마치 담벼락처럼 가로막고 있는 것과 같은 평강고원이 어렴풋 시야에 들어온다.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야트막한 봉우리가 보인다. 그곳이 낙타고지(432m)다. 이름에서 보듯 한국전쟁 때 피아간 피를 흘린 곳이며, 낙타처럼 생겼다 해서 이름 붙었다. 그 뒤, 더 멀리 한탄강의 발원지라는 장암산(1052m)가 보인다. 그런데 낙타고지의 바로 곁에 아주 얕은 구릉 같은 산을 지나치면 안된다 그것이 바로 오리산(鴨山)이라 한다. 오리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해발 453m이니, 서울의 북악산(342m)보다 더 높은 산이다. 하지만 군사분계선 너머 저 멀리 보이니만큼 그저 봉긋한 구릉처럼 보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