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더슨섬은 남태평양 한가운데 떠있는 영국령 무인도다.

 

뉴질랜드, 칠레와도 5000㎞ 이상, 가장 가까운 마을과도 193㎞나 떨어져 있다.

 

1606년 스페인 탐험대의 발견 이후 종종 조난자나 탐험가의 발길이 있었다. 1820년 길이 20m인 초대형 향유고래에 받혀 난파된 포경선의 선원들이 이 섬에 닿은 적이 있다.

 

그러나 마실 물이라고는 염분 섞인 샘물이 한 곳 뿐이었다. 일주일도 못버티고 선원 대부분이 탈출했다. 정착을 택한 3명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구조됐다.

 

화장품 용기에 집을 짓고 사는 오막손참집게.

1851년 이 섬의 동굴에서 인골이 확인된 적이 있다. 그러나 방치되다 100년도 넘은 1958년에야 정밀 조사가 이루어졌다. 3~5살의 어린이를 포함한 서양인 5~6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난 당한 사람들이 이 섬에 닿았다가 굶어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1988년 헨더슨섬은 인간의 손길이 닿지않은 지구상 몇 안되는 청정지역이라는 설명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그런데 2015년 이 섬을 답사한 호주 타스마니아대의 제니퍼 레이버스 교수팀은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

 

섬이 17.7t에 이르는 3770만점의 쓰레기로 덮여 있었다. 반시계방향으로 도는 ‘남태평양 소용돌이’ 때문에 쓰레기가 헨더슨섬으로 모인 것이다.

 

쓰레기 중에는 레이버스 교수가 1980년대 자매들과 가지고 놀았던 것과 똑같은 녹색 장난감 병정도 있었다. 일회용 라이터, 칫솔, 아기의 고무젖꼭지. 특히 화장품 용기에 집을 짓고 사는 오막손참집게를 보고는 아연실색했다.

 

이 게는 화장품 용기를 소라로 여긴 것이다. 칠레산은 물론 멀리 중국과 일본제품까지 있었다.

 

문제는 그 쓰레기의 99.8%가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버리는 일회용 생활용품인 플라스틱라는 것이다. 전세계에서 해마다 생산되는 플라스틱은 무려 3억1100만t(2014년)이다.

 

레이비스 교수가 경각심을 일깨운다.

 

“당신은 일회용 칫솔을 한번 쓰고 무심코 버린다. 그러나 헨더슨섬의 칫솔은 수십년 동안 태평양 너른 바다를 떠돌았고, 앞으로도 썩지 않을 것이다. 이미 200종 이상의 바다생물과 전세계 바다새의 55%가 이 쓰레기를 먹고있다. 곧 생태계 최정점인 인간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소름돋는 부메랑이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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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기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