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7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팔레스타인이 신청한 ‘헤브론(알칼릴) 구 시가지’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주 유네스코 이스라엘 대사인 카멜 샤마 하코헨은 위원회의장석까지 달려가 휴대폰을 흔들며 악다구니를 퍼부었다.

“파리의 내 아파트에서 ‘화장실 고장났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여러분이 방금 내린 결정은 우리집 화장실 수리보다 사소한 일이다.”

그러나 버스 지난 뒤의 때늦은 분풀이였다.
헤브론(아랍어 알칼릴)은 유대인의 성지이다. 유대인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이삭·야고보의 부부가 묻혀있다는 파트리아크 동굴이 있다.

그러나 무슬림에게도 경배의 장소다. 역시 이브라힘(아브라함)을 숭배하는 무슬림들은 14세기 이 동굴 위에 ‘이브라힘 모스크’를 지었다.

문제는 유네스코가 헤브론을 ‘팔레스타인의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14세기 무슬림이 세운 이브라힘 모스크만 강조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헤브론은 세계유산 등재와 동시에 ‘위험에 빠진(In Danger) 유산목록’에도 올랐다.

이곳을 점령중인 이스라엘로서는 ‘조상의 무덤도 제대로 지키지 못해 위험에 빠뜨린 못난 후손’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꼴이다.

이스라엘로서는 치욕스런 패배다. 이런 결과는 지난 2011년 팔레스타인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네스코에 입성하면서 예고됐다.

팔레스타인은 원래 유엔가입을 노렸다가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인 미국의 반대로 좌절되자 ‘신의 한수’를 두었다. 유엔산하기구인 유네스코 가입을 우회로로 택했다.

이 전략은 대성공을 거둬 팔레스타인은 압도적인 표차로 유네스코 회원국이 됐다.

팔레스타인은 강대국의 입김이 덜한 유네스코의 1국1표 제도를 활용해서 잇달아 이스라엘에 불리한 결정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위험에 빠진 유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비상심사(fast-track) 제도를 활용하여 까다로운 등재절차를 피해갔다. 결국 미국과 이스라엘은 유네스코 동반탈퇴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다.
새삼 한국 등 주변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군함도’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2015년의 기억이 생생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기 위한 으뜸 조건은 ‘인류전반에 통용되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이다. 그러나 어느새 ‘보편적 가치’는 사라지고 ‘자국의 이익’만이 판치고 있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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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기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