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적

(165)
치명적인 커피의 유혹 교황 클레멘트 8세(재위 1592~1605)는 “이슬람의 음료인 커피를 엄금해달라”는 사제들의 아우성에 시달렸다. 견디다못한 교황은 “그럼 한번 맛이나 보자”고 커피를 마셔봤다. 교황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아니. 이렇게 맛좋은 사탄의 음료를 이교도(이슬람교도)만 마시게 한단 말입니까. 여기에 세례를 베풀어 정식 기독교 음료로 만듭시다. 그렇게 해서 사탄을 우롱합시다.” 교황마저 커피의 짜릿한 맛에 반해 아예 커피에 세례를 베푼 것이다. 여러 커피의 기원설 가운데 염소치기 소년 이야기가 재미있다. 즉 고대 아비시니아(에피오피아)의 염소치기 소년인 칼디는 어느 날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한다. 어떤 나무에서 맨질맨질한 녹색 잎과 빨간 열매를 뜯어먹은 염소들이 서로 머리를 부딪치며 흥분한채 춤을 추고 있지 않은..
베르됭 전투와 백마고지 전투 영국이 독일에 선전포고했던 1914년 8월4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트라팔가 광장을 메운 시민들이 충격과 공포 대신 일제히 환호성을 지른 것이다. 비단 영국 뿐이 아니었다. 전 유럽이 전쟁을 무슨 월드컵 축구처럼 즐겼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세계제1차대전은 지루한 ‘참호전’의 양상으로 교착상태에 빠졌다. 독일군 총참모총장인 에리히 폰 팔켄하인이 돌파구를 마련했다. 전 전선에 흩어져있는 프랑스군의 전력을 한곳에 몬 뒤 그곳만 집중적으로 때려 궤멸시키자는 작전을 폈다. 이 작전은 ‘고기분쇄기’로 일컬어졌다. 프랑스군을 모아서 한꺼번에 갈아벌인다는 뜻이었다. 공격유인목표는 고대부터 전략적 요충지였고, 두우몽과 보 요새가 철옹성을 보호하고 있던 베르됭 지역이었다. 1916년 2월21일 새벽 4시..
개불알꽃, 며느리밑씻개, 미스김라일락 예전에 동료 기자가 ‘무명초’ 기사를 썼다가 독자에게 혼이 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도대체 이름 없는 식물이 어디있냐’는 것이다. 하기야 ‘이름 모를 풀’이라면 모를까 ‘이름 없는 풀’이라는 표현은 어불성설이다. 식물도감을 들여다보면 기기묘묘한 이름들로 가득차 있다. “개불알꽃을 보았다. 우리 집 바둑이의 불알과 너무도 닮았다. 바둑이는 좋겠다. 불알에도 꽃이 피니까.” 정호승 시인의 ‘개불알꽃’(위 사진)이다. 일제 강점기에 열매가 ‘개의 음낭’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누노후구리(犬の陰囊)’라 망측한 이름을 붙인 것을 우리 말로 그대로 옮겼다. ‘며느리밑씻개’(아래사진) 역시 일본 이름인 ‘마마코노시리누구이(의붓자식밑씻개·繼子の尻拭い)’에서 유래됐다. 어떻게 일본의 의붓자식이 어떻게 이 땅에 ..
지구 최고봉은 에베레스트가 아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누구나 에베레스트산(해발 8848m)이라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해발’, 즉 ‘해수면에서부터’라는 조건이 붙을 때의 정답이다. 만약 지구 중심부에서 따져 가장 멀리 떨어진 산이나, 혹은 우주와 가장 가까운 산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달라진다. ‘에베레스트산’이 아니라 ‘침보라소산’(6268m)이 정답이 된다.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 남쪽 150㎞ 지점에 솟은 침보라스산은 서기 550년 무렵 마지막 분출을 하고, 현재는 활동을 멈춘 휴화산이다.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에베레스트보다 무려 2500m 이상이나 낮은 산을 두고 이 무슨 셈법일까. 지구의 ‘찌그러진’ 모양에 비밀이 숨어있다. 지구는 완전한 구형이 아닌 타원체이다. 적도 지방의 반지름이 극 지방보다..
꿀오줌과 혈당 기원전 6~5세기 인도의 외과의사 수슈르타가 펴낸 의서 는 당뇨병을 ‘꿀오줌(madhumea)’이라 했다. 그러면서 “그 오줌이 달아서 개미와 곤충이 모여든다”고 부연설명했다. 카파도키아(터키)의 의사인 아레테우스(기원후 30~90년)는 “소변이 잦고, 목이 타서 견딜 수 없으며, 살과 뼈가 녹아 소변으로 나오는 듯한 이상한 질병”이라고 설명했다. 고대 중국과 아랍의 의학서들도 “빈뇨와 목마름, 무기력, 성기능 감퇴, 괴저 등의 증세가 일어난다”고 했다. 당뇨병 하면 세종 임금이 떠오른다. 유난히 육식을 좋아했으며, 몸도 뚱뚱했다. 상왕으로 물러난 아버지(태종)가 “제발 운동 좀 하시라”고 신신당부할 정도였다. 게다가 책 한 권을 최소한 100번 이상씩 읽었고, 하루에 20시간가량 국정을 돌보느라 몸관리..
타타르인의 노래 타타르(Tatar)라는 민족이 있다. 나디아 코마네치(루마니아)와 함께 1970~80년대 체조요정이었던 한국계 넬리 킴(본명 김경숙)의 어머니가 바로 타타르인이었다. 타타르는 동양에서 달달(달달) 등으로 일컬어졌던 몽골계 유목민의 명칭이었다. 그러다 점차 유라시아 터키계 혼혈 민족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대됐다. 오늘날 550만명에 이르는 타타르인들은 러시아내 자치공화국인 타타르스탄을 중심으로 우랄 산맥 서쪽 볼가강과 그 지류에 살고 있다. 서양인들은 타타르인들을 보며 ‘악마’를 뜻하는 그리스어 ‘타르타로스(tartaros)’를 떠올렸다. 그만큼 공포의 대상이었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1236~1480년 사이 몽골의 지배를 받던 240여년간의 식민 통치기를 ‘타타르의 멍에’라 일컫는다. 대량학살과 수탈..
피맛골 백자항아리, 무슨 사연 있기에… “도자기다!” 2009년 6월 서울 종로 청진동 ‘피맛골’ 일원을 발굴하던 한울문화재연구원 조사원들이 함성을 질렀다. 18세기 건물터를 약 2m 파내려 가던 중에 완벽한 형태의 백자항아리 3점(위 사진)을 발견한 것이다. “집 앞마당에 구덩이를 파서 항아리 3점을 가지런히 묻어놓았던 겁니다”(김홍식 원장). 갖가지 추측이 나왔다. 15세기 중후반의 작품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18세기 이 집의 주인이 백자항아리를 300년 이상 가보처럼 소장해왔다는 이야기다. 그러다 어떤 급변사태가 터져 집 앞마당에 구덩이를 파서 급히 묻어두고는 후일을 기약하며 떠난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어떤 사정 때문에 끝내 돌아오지 못한게 아닐까. 분명한 것은 백자 3점의 가치가 18세기에도 가보로 전해질만큼 보물급 대우를 받았다는 ..
이제 세계바둑은 박정환 커제 '양강시대' ‘커제(柯潔) 1위, 알파고 2위, 박정환 3위…이세돌 5위’.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직후 바둑전문랭킹사이트인 ‘고레이팅’이 발표한 세계랭킹이다. 화제의 주인공인 이세돌 9단이 실은 커제(중국 1위)와 박정환(한국 1위)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커제 9단은 최근 세계 3대 타이틀(바이링배·삼성화재배·멍바이허배)을 휩쓴 기사다. 국내기사들은 커제와의 전적에서 19승41패의 참담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이세돌 9단도 절대 열세(2승8패)다. 커제의 도발적인 언행 또한 인구에 회자된다. 지난 1월 멍바이허배 결승을 앞둔 이 9단이 “내가 이길 확률이 50%”라고 예측하자 커제는 시니컬한 반응을 보였다. “무슨 50%씩이나…. 5%겠지.” 19살 청년의 ‘시건방’을 승리로 다스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