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튀지니와 평가전을 펼칠 때 해프닝이 일어났다.
경기전 국민의례에서 기성용 선수가 왼손을 오른쪽 가슴에 올린 ‘왼손 경례’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기
성용 선수는 “경기에 집중할 생각에 빠져 있다가 실수한 것”이라 해명했다. 그러나 설상가상 경기결과(0-1패)까지 좋지 않았던 탓인지 ‘국기에 대한 선수의 무례’를 꾸짖는 이들이 많았다. 대한축구협회는 브라질 월드컵 후 대표선수들의 국민의례법을 자체적으로 재정비했다. 즉 일렬로 어깨동무를 한채 서있고, 맨 오른쪽에 서있는 사람이 대표로 경례하는 방법으로 바꾸었다. 기성용 선수의 예처럼 다양한 동작과 표정이 행여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또 일사분란한 모습으로 애국가와 국기를 향한 예의를 표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기성용의 왼손경례는 물론, 새롭게 바꾼 대표팀의 ‘어깨동무 경례’도 엄밀히 말해 국법을 어긴 것이다. 현행 대한민국 국기법(제6조)이 ‘선 채로 국기를 향하여 오른손을 펴서 왼편 가슴에 대고 국기를 주목한다’고 규정해놓았기 때문이다. 국기법의 취지가 ‘국기에 대한…존엄성의 수호를 통해 애국정신을 고양한다’(제1조)는 것이니 법적으로는 군소리 할 수 없다. 따지고보면 대명천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렇게까지 애국심 표현의 구체적인 방법까지 엄히 규정하는게 과연 옳을까 싶기는 하다. 그나마 한국은 ‘양반’이다. 자유의 여신상이 우뚝 서있는 미국에서는 대통령까지 나선 ‘국민의례’ 논쟁이 1년 넘게 벌어지고 있다. 논쟁은 지난해 8월 프로풋볼(NFL) 소속선수 콜린 캐퍼닉이 경찰의 잇단 소수인종 폭력에 항의하며 국민의례 때 한쪽 무릎을 꿇을 때부터 시작됐다. 저항운동을 저열한 쌍소리 전쟁으로 전락시킨 인물은 다름아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성조기를 존중하지 않는 저 개××자식은 해고야!’하는 구단주를 보고싶지 않느냐”는 등의 막말을 서슴치 않았다. 프로농구 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트럼프를 향해 “당신은 부랑자!(U Bum)”라 손가락질했다. “당신이 나타나기 전까지 백악관 초청이 영광스러운 일이었다”고까지 냉소했다. 대통령 자격이 없는 인물이 백악관에 앉아있으니 백악관 초청이 전혀 영광스럽지 않다는 비아냥이었다. 쌍욕하는 대통령과, 그런 대통령을 향해 쌍욕으로 맞대응하는 나라…. 그런 나라에서 국기(성조기)를 향한 존경심이 살아날 수 있을까. 대통령이 ‘애국하라’고 강요하는 나라가 과연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일까.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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