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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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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새우가 잉어를 잡았다 ‘…독도새우, 잡채를 올린 송이 돌솥밥 반상….’ 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청와대 국빈 만찬을 두고 일본이 발끈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초대되어 트럼프 대통령과 포옹을 나눴고, 만찬메뉴에 ‘독도새우’ 이름이 떡하니 포함되었으니 그럴만 했다. 특히 일본 언론이 만찬장 메뉴에 오른 새우를 ‘다케시마 새우(竹島エビ)’가 아닌 ‘독도새우(獨島エビ)’라 지칭한 것을 두고도 설왕설래하고 있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일본으로서는 창졸간에 맞은 원투펀치다. 사실 독도새우라는 고유명칭은 없다. 다만 한국측 어민들이 울릉도·독도 등 동해안에서 잡히는 도화새우와 닭새우(가시배새우), 꽃새우(물렁가시붉은새우) 등 3종을 시장에 내다 팔면서 ‘독도새우’라 이름 붙였다. 한국국립수산자원연구센터 김정년 박사에 ..
서울시의 무지와 안하무인' “이렇게 안하무인일 수가….” 26일 문화재위원회 사적 및 근대문화유산 분과회의가 열린 국립고궁박물관 회의실. 백발이 성성한 문화재위원들이 서울시의 시청사 철거 사실에 입을 모아 분노했다. 문화유산 정책을 담당하는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기자에게 짙은 절망감을 뱉어냈다. “이거 정말 못해먹을 노릇이네요.” 특히 이날 문화재위원회가 사적 가지정 결정을 내리자 김효수 서울시 주택국장은 “문화재위원회가 일부 강경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발언했다. 이 대목에 이르자 문화재위원들은 귀를 의심했다. “정말입니까? 21명이나 되는 문화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결정 내린 것인데 우리를 두고 일부 강경세력 운운했다고요?” 어떤 사안이 벌어질 때마다 편을 가르고 좌우·흑백논리로 ‘무슨 세력 운..
문화재청의 ‘이상한 마인드’ “담당자가 좀 오버한 것 같습니다.” 송인범 문화재청 차장은 15일 문화재청이 서울 태릉사격장에 조성된 88서울올림픽 기념 조형물에까지 사격장 철거를 알리는 현수막을 거느라 콘크리트 못을 박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렇게 코멘트 했다. “지혜롭지 못한 대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담당자의 단순 실수일까. 기자는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문화재청 직원들의 기본 마인드를 지적해두고 싶다. 우선 태릉사격장만 해도 그렇다. 40개 조선왕릉 전체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눈 앞에 두고 있고, 오는 9월 실사단이 방한하기 때문에 태릉사격장을 철거해야 한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태릉사격장이 지니는 역사적인 의미는 한번이라도 따져 보았는지 묻고 싶다. 태릉사격장은 1978년 제42회 세계사격선수권..
숭례문 두 번 죽인문화재청 ‘면피행정’ “바쁠 텐데 한마디만…. 그거(숭례문 화재 현장) 발굴작업 해야 한다고…. 기록, 사진으로 반드시 남겨야 합니다.” 숭례문 화재 기사마감 탓에 눈코 뜰 새 없던 지난 11일 오후 5시쯤, 해외 출장 중이던 어느 문화재 전문가가 기자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국제전화를 걸어왔다. BBC 등을 통해 방영된 숭례문 화재 소식을 보고 노파심에서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다음날인 12일 문화재위원회는 사적·건축분과 합동회의를 열어 숭례문의 국보 유지를 결의하면서 “현장보존을 제대로 하고 절대 서두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나 웬일인가. 13일 숭례문 화재 현장. 화재로 훼손된 부자재가 급히 반출됐다. 그날 오후 배기동 한양대 교수가 전화를 걸어왔다. “(부자재를) 쓰레기장으로 버리는 건 조상의 묘를 파헤치는 것과 ..
이영애가 이란에 못가는 이유 “오, 양금이(Janggumi)” 지난 7일, 자그로스 산맥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이란 이스파한의 이맘 광장. 일단의 이란 젊은이들이 한국여인들을 보고는 ‘양금이 양금이’를 외치며 사진 한번 찍자고 난리를 떤다. 이란 남성들이 한국여성을 ‘양금이’라고 부르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양금이’는 2006년 10월 시작해서 지난해 11월20일 끝난 한국 드라마 ‘대장금’(이란에서는 ‘Jewel in the palace’의 제목으로 방영됐다)을 뜻한다. 종영된 지 석달 가까이 흘렀는데도 ‘양금이’ 열풍이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란 국영 채널2에서 금요일 밤 8시45분부터 방영된 대장금은 시청률 85~90%에 이를 만큼 광풍에 휩싸였다. 양금이와 관련돼 별의별 이야기가 다 퍼졌다. 그 가운데 아주 그럴싸한..
“경제·개발도 좋지만…” 머리띠 두른 노학자들 “내 나이 칠십이오. 쑥스럽지만 얼마나 걱정되면 나섰겠어요?”(한영우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 위원장) 노학자가 허허 웃으면서 전화를 받았다. “쑥스럽다”고 운을 뗐지만 음성은 단호했다. 지난 24일 한영우 위원장을 비롯한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 위원 15명이 ‘풍납토성 보존을 위한 우리의 의견’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엔 한영우·정영화·지건길·주보돈·고혜령·최광식·김원·손영식·배기동·이형구·장헌덕·최기수·안병욱·김성구·전형택씨 등 사적분과 위원들이자 문화유산 분야 원로들이 빠짐없이 서명했다. 풍납토성 발굴현장 및 유물 | 경향신문DB 왜 ‘60, 70고개’를 넘긴 문화유산계 어른들이 깃발을 들고 나섰을까. 한 마디로 백제왕성이 틀림없는 풍납토성을 제대로 보존하지 않으면 천추의 한을 남겨 100..
광화문 원형복원 끝내 포기하는가 ‘문화유산은 원래의 모습대로 보존되어야 한다.’ 문화재청이 제정 공포한 ‘문화유산 헌장’의 첫번째 구호이다. 문화유산은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기본’을 염두에 두고 광화문 복원문제를 짚어보자. 지난 10월 말, 기자가 광화문 터를 찾았을 때 깜짝 놀랐다. 고려 남경의 흔적(1067년)-창건 당시의 기초석(1395년)-중건 때의 모습(1865년)-일제강점기 훼손 흔적 등 광화문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유구가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11월1일자) 특히 추가 조사를 거쳐 창건 당시의 광화문 몸체(27m×9.6m)까지 완벽하게 남아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고종연간, 즉 1865년 중건 당시의 광화문 형태로 복원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면서 중건 당시의 모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