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i-story

(174)
127년 전 독립신문에 실린 ‘K-등산·K-치안’…서양인이 경험한 ‘북한산성 병사’ 미담 대한민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감탄사를 연발하는 포인트가 여럿 있다. 그 중 ‘투톱’에 시쳇칼로 ‘K’자를 붙이자면 ‘K치안’과 ‘K등산’이라 할 수 있다. 지하철이나 카페 등에 두거나 흘린 물건이 몇시간이 지나도록 무사한 것을 보고 깜짝 놀라는 외국인 관광객의 영상이 즐겨 상영된다. 이름하여 ‘K치안’이다. 또 시내에서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 도심 속 산행을 즐기는 ‘K등산’은 어떤가. 이 또한 외국인들이 절대 느낄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이 된다. 왜냐. 외국인들은 ‘산을 등지고 강을 마주하며 산다’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삶을 이해할 수 없다. 그 중 ‘K등산’의 성지로 부각된 ‘원톱 산’은 북한산(삼각산·해발 836.5m)이라 할 수 있다. 빼어난 자연경관과 함께 성곽(북한산성..
BTS의 ‘No.29’ 맑은 종소리…‘슬픈 에밀레종’ 아닌 ‘세계에 울려 퍼진 꽃다운 인연’ ‘두~엉! 두~엉!’. 그룹 방탄소년단(BTS)가 지난 3월 내놓은 5집 ‘아리랑’에 의미심장한 곡(?)이 담겨있다. 작곡가의 음악이 아니다. 771년(혜공왕 7) 완성된 성덕대왕 신종의 종소리와 긴 여음으로만 1분38초 채웠다. 종소리는 6번 트랙 ‘No.29’에 실려있다. 성덕대왕 신종이 ‘국보 29호’(지금 지정번호를 부여하는 제도는 없어졌다)였던 것에 착안했다. 정보없이 종소리를 들은 팬이라면 ‘오디어에 문제가 있나’하고 생경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잘 들어보라. 끊어질 듯 이어지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종소리는 '들매'(들을수록 매력)라는 생각이 든다. 예부터 종소리가 100리 밖에서도 들린다'( )고 했다. ■맥놀이의 조화 높이 3.66m, 무게 18.9t에 달하는 이 성덕대왕 신종의..
이병철·이건희 회장이 ‘픽’한 ‘애착 유물’…‘삼성가 국보 100점 프로젝트’ 비화 생전에 모아둔 문화유물과 함께 전국을 돌고 미국과 영국을 주유하는 인물이 있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다. 2021년 삼성가가 고(故) 이건희 회장의 수집품 2만3000여점을 국가기관(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하고 난 뒤의 사후 여행이다. 무슨 일인가. 국가기관, 즉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이건희 기증품’을 바탕으로 전국 주요 전시관에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 순회전을 열었다. 전국 10여개 도시에서 열린 순회전엔 지금까지 약 350만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왕제색도’, ‘추성부도’, ‘석보상절’ 같은 국보급 유물과, ‘황소’, ‘여인들과 항아리’ 등 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었던 작품들이 소외 지역민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시켜 준 것 같다. 무엇보다 ‘삼성’ ‘이건희’라는 ..
17살 단종을 죽음으로 내몬 ‘원흉 3인방’…양녕대군·정인지·신숙주는 왜? 1441년(세종23) 음력 7월23일 경복궁 동궁 자선당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터졌다. 세종(재위 1418~1450)이 그토록 기다렸던 원손(단종·1441~1457·재위 1453~1455)이 탄생한 것이다. “세자(문종)의 연령이 장년(당시 27살)이 되었는데 후사(자녀)가 없어서 내가 염려했다. 이제 적손이 생겼으니 내 마음 기쁘기가 한이 없다.” 사실 세종은 평소 ‘사면은 소인배(죄인)에게는 다행이고, 군자(죄를 짓지 않은 이)에게는 불행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세종은 “오늘 같은 날 대사면령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고 뛸 듯이 기뻐했다. 그런데 단종의 탄생을 전한 (1441년 7월23일)은 세종이 대사면 포고령의 교지를 읽는 장면을 전하면서 기사 말미에 꺼림칙한 사족을 단다. “세종이..
백제 화장실 출토 ‘가로피리’…‘만능뮤지션’ 공자 왈(曰), “음악은 정치다” 얼마 전 근래에 보기드문, 아주 흥미로운 고고학 발굴 성과가 공개됐다.(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충남 부여 관북리 유적에서 목간 329점과, 관악기(橫笛·일종의 가로피리) 1점이 출토되었다는 것이다. 관북리는 사비백제 시대(538~660) 왕궁터로 알려진 곳이다. 1982년부터 조사해왔고, 지금까지 대형 건물터와 수로, 도로시설 등이 확인되었다. 이번 조사는 2024~25년 사이 펼쳐진 16차 발굴이었다. 우선 필자의 주된 관심이 아닌 목간부터 잠깐 살펴보고 넘어가자. 목간은 건물터 3동의 서쪽을 흐르고 있던 수로 안에서 집중 확인됐다. 국내 단일유적에서 출토된 목간 중 최대 수량이라 한다. 이중 ‘경신년(庚申年)’ ‘계해년(癸亥年)’과 같은 간지명 명문이 주목됐다. 또 목간과 함께 출토된 초본식물의..
덕후(벽·癖) 아닌 자와 사귀지 마라”…‘기괴’ ‘집착’ 역대급 마니아의 총집결 “벽(癖·덕후 혹은 마니아)이 없으면 버림받은 사람이다…” 지난 1월 초 중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한·중 벤처 스타트업 서밋에 참석하여 조선의 북학파 실학자 박제가(1750~1805)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조선의 실학자 박제가 선생이 청나라 유수의 학자들과 교류하며 조선 내에서 혁신을 강조하고 주장했다”고 언급했다. 박제가는 개방적 사유와 국제적 시각을 갖춘 대표 학자라 할 수 있다. 4번이나 북경을 방문해서 110명이 넘는 인물들과 교유했다. 한족 뿐 아니라 만주족, 베트남 지식인, 위구르 왕자 등과도 소통했다. 그렇게 쌓은 인맥을 통해 국제적 시각을 갖추고 얻은 정보를 역작인 라는 책에 담았다. ■박제가의 덕후 찬양론 그런데 이 대목에서 ‘박제가’의 색다른 어록 하나를 떠올렸다. 맨 앞..
"온통 고려스타일! 세상 미쳤다"…'원조 K컬처' 열풍에 발칵 뒤집힌 원나라 “보초를 서는 병사들 고려 언어 배우네. 어깨동무 하며 낮게 노래 부르니….(衛兵學得高麗語 連臂低歌井卽梨)” 원나라 말 문인인 장욱(1271~1368)이 읊은 시(‘연하곡서·輦下曲序’)이다. 원나라 병사들이 보초를 설 때 어깨동무하면서 고려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 말미의 ‘정즉리(井卽梨)’를 두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이것을 ‘우물가에 배가 익어간다’거나 ‘우물가 배나무에서~’로 푸는 연구자가 있다. 또 ‘정즉리’를 ‘jingjili(징즈리)’로 읽으면서 당대 고려의 단체 가무곡명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발 더 나아가 ‘jingjili(징지리·井卽梨)’는 한글로 표기한 한자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그 경우 ‘jingji(징즈·井卽)는 한국어인 ‘경기’와 비슷하며 ‘li(리·梨)’는..
똥화석, 신라 이모티콘, 조선판 댓글…33번의 역사여행, ‘하이-스토리 한국사’ 1970년대 여성 운동가인 로빈 모건(Robin Morgan)이 ‘herstory’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역사(history)가 남성 중심의 이야기, 즉 ‘his-story’라 규정하면서 여성의 역사를 여성의 관점에서 쓰고 이야기하는 개념인 것이다. 그러나 history는 고대 그리스어인 historia, 즉 ‘탐구로 얻어지는 지식’의 의미로 쓰였다. 따라서 모건의 주장은 맞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후 historia는 변모되고 확장되어 ‘한 사람의 이야기를 정리한 기록’으로, 다시 ‘인간 공동체 및 사건의 역사’라는 지금의 의미로 바뀌었다. 동양에서 ‘역사(歷史)’는 ‘지나온 발자취(歷)의 기록(史)’이다(歷의 갑골문은 사람의 발이 숲을 지나가는 모습이다). 따라서 ‘히스토리’는 동양에서도 서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