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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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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을 둘러싼 한 일 딸기 전쟁· 한국에 ‘영미’ 팀이 있다면 일본에는 ‘소다네(そだね)’ 팀이 있다. ‘영~미, 영미!’처럼 삿포로 지방의 억양으로 ‘소다네!(그렇지)’를 외치는 일본여자컬링선수들을 지칭하는 별명이다. 일본팀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컬링 종목 사상 처음으로 메달(동)을 딴 것도 인기요인이다. 덧붙여 시종 생글생글한 표정으로 경기에 임한 스킵(주장) 후지사와 사츠키(26·藤澤五月) 등 일본 선수들의 모습 역시 팬들을 매료시켰다. 5엔드 후에 맞이하는 간식시간조차 화제를 뿌렸다. NHK가 지난 17일 일본-OAR(러시아)전의 휴식시간에 잠시 다른 영상을 내보자가 “왜 간식시간을 끊느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일본팬들은 컬링팀의 휴식시간을 ‘모구모구(もぐもぐ·오물오물의 의태어) 타임’이라 했다. 그런데 이때 일본 선수들이 맛있게 ..
'나쁜' 쇼트트랙과 '꿀잼' 쇼트트랙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3000m 계주에 출전한 한국여자팀은 무난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잔치집이어야 할 팀 분위기가 일순 초상집으로 바뀌었다. 심판이 한국 선수의 임페딩(밀치기) 반칙을 선언함으로써 실격처리한 것이다. 상대인 중국 선수와 외신들까지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한 어리둥절한 판정이었다. 여자쇼트트랙선수들의 3000m 계주 경기 예선. 이유빈 선수가 넘어지자 최민정 선수가 잽싸게 터치하고 있다. 한국 선수의 메시지가 심금을 울렸다. “분명 우리가 1등이야. 하늘아 오늘만큼은 너무 밉다. 눈물난다.” 111.12m의 트랙(스피드스케이팅은 400m)을 4~6명이 나서 치열한 순위다툼을 벌이는 쇼트트랙에서 신체접촉은 숙명일 수밖에 없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현정화가 단일팀 논란에 묻는다. '그럼 통일은 안할건가요?' “언니랑 밥 한번 먹고 싶어요. 꼭 둘이서만….” 현정화 렛츠런(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49)은 설레는 마음으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다리고 있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을 꺾고 단체전 우승을 일궈낸 ‘코리아 단일팀의 짝궁’ 북한의 리분희(50)가 평창을 찾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리분희는 북한 장애자 체육협회 서기장으로서 평창 패럴림픽에 참가할 가능성이 짙다. 27년전 취재기자로 33일간 일본전지훈련장과 본대회를 취재했던 필자가 현정화 감독과 리분희와 관련된 추억과 단일팀를 둘러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봤다. 1991년 지바탁구선수권대회에서 코리아 단일팀 소속으로 만나 단체전 우승을 이끈 현정화와 리분희. 46일간 한솥밥을 먹으며 작은 통일을 이뤄냈다. ■27년간 이뤄지지 ..
별을 단 장군은 왜 '양날의 삼정검'을 받았을까 “나에게 사인(四寅)이라는 칼이 있어… 땅신도 두려워하고 하늘신과는 통해…내 몸을 방어하니 두려울 게 무엇인고….”() 조선 중기의 문신인 신흠(1566~1628)은 장남(신익성)에게서 사인도(四寅刀)를 선물받고서 ‘어떤 귀신도 나를 범할 수 없다’는 자신감 넘치는 시를 남겼다. 영조 때의 문신 유언호(1730~1796)는 믿기힘든 일화를 자신의 시문집()에 기록한다. 즉 유언호의 집에 아무렇게나 방치해서 무뎌진 삼인검이 있었다. 어느날 밤 귀신이 은근슬쩍 찾아와 유언호의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소스라치게 놀란 유언호는 무딘 삼인검을 찾아 던졌다. 그런데 삼인검은 귀신의 이마 정확하게 꽂혔다. 귀신은 땅에 엎어져 울부짖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악몽에서 깨어난 유언호가 새삼스레 칼을 갈자 물에 햇빛이 반사..
ㅈㅇㅎㄱㄷ ㄱㅈㅅㅇㅇㅇ ㅈㄱㅇㅌㅎㄹ ‘ㅇㄷㅇ ㅈㅎㄱ’ ‘ㅇㄷㅇ ㅂㅅㄱㄷㄹㄱㅇㅇ’ ‘ㅃㄹㅇ!!’ 한 2년 전 딸과 재미삼아 나눈 카톡의 초성문자 대화다. ‘어디야 집? 학교?’ ‘연대 앞, 버스 기다리고 있어!’ ‘빨리와!!’까지는 그래도 소통이 가능했다. 그러나 딸이 보낸 다음의 카톡은 해득불능이었다. ‘ㅇㅇㅂㅅㅈㅉㅇㅇㄴ!!’ 도저히 해득할 수 없던 필자가 ‘ㅁㄹ(뭐래)’라 핀잔을 주었더니 ‘응응, 버스진짜안오네!!라는 말’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딸과의 소통은 거기서 한계를 드러냈다. 그저 시도를 해봤다는 데 만족했을 뿐이다. 그나마 츤데레(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사람)나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 안궁안물(안 궁금해서 안 물어봄) 같은 신조어는 인터넷 사전을 찾아 해득할 수 있다. 하지만 초성문자의 나열은 차원을 달리한..
'섹스심볼' 메릴린 먼로가 읽은 책은 '율리시스'였다 지하철 통풍구 위에서 치마를 펄럭이던 금발미녀, 풍만한 몸매와 뇌쇄적인 입술, 게슴츠레 반쯤 감은 눈…. 메릴린(마릴린) 먼로하면 떠오르는 말이 ‘백치미 섹스심벌’이다. 그러나 ‘섹스심벌’은 맞지만 단언컨대 ‘백치미’는 아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은 독서광이었으니까 말이다. 굳이 붙인다면 ‘독서광 섹스심볼’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1962년 약물과다 복용 등으로 죽은 먼로의 서재를 둘러본 이들은 심지어 사회주의 금서까지 꽂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독서에 열중한 메릴린 먼로. 먼로는 그 어렵다는 제임스 조이스의 까지도 달달 외울 정도였다고 한다. 먼로의 연기코치였던 나타샤 라이테스는 “먼로는 다른 이의 지적 토대 위에 좋은 것을 취해 자기 것으로 흡수하는 정신적인 비치코머(해변에서 물건을..
돌리, 스너피, 룽룽…복제시대의 명암 1996년 7월 영국의 이언 윌머트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복제한 새끼양에게 ‘돌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미국의 팝스타 돌리 파튼의 이름에서 땄다. 돌리 이전에도 동물복제는 있었다. 그러나 수정란을 이용한 ‘생식세포 복제’가 고작이었다. 수정란이 분할하면 그 세포를 분리해서 핵을 제거한 난자에 주입한 뒤 같은 개체를 만드는 기술이었다. 그저 인위적으로 일란성 쌍둥이를 만드는 격이었다. 쌍둥이일지언정 똑같은 인간은 아니지 않은가. 윌마트 연구팀은 양(羊)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탈핵난자를 만들었다. 복제양 돌리. 포유동물 가운데 최초의 체세포 복제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런다음 다른 양의 유선(젖샘) 세포에서 꺼낸 핵을 탈핵난자에 옮겨 심었다. 엄청난 시행착오 끝에 핵과 난자를 융합하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얻..
똥!덩!어!리!의 역습 “아줌마 같은 사람들을 세상에서 뭐라 그러는 줄 알아요? 구제불능, 민폐, 걸림돌, 많은 이름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이렇게 불러주고 싶어요. 똥!덩!어!리!” 2008년 드라마 에서 천재 지휘자 강마에(김명민)가 첼로 연주자 희연(송옥숙)에게 내뱉은 대사이다. “아무리 연기였지만 ‘똥덩어리’ 소리에 기분이 엄청 나빴다”는 송옥숙씨의 토로처럼 ‘똥’과 관련된 욕설을 들으면 이성을 잃게 된다. 2007년 5월 권정생의 동화 강아지 똥’을 어린이 발레로 공연할 때의 삽화. 춘원 이광수의 소설 ‘흙’(1932년)에도 주인공 허숭이 ‘에라이 똥물에 튀길 녀석!’이라는 욕설을 듣는 대목이 나온다. ‘똥물이나 맞을 지지리도 재수없는 놈’이라는 소리다. 에도 “(순종하지 않은 제사장들에게) 희생 제물의 똥을 너희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