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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루의 저주

  ‘마천루(摩天樓)’는 문자 그대로 ‘하늘(天)에 닿을(摩) 만큼 높은 빌딩(樓)’을 뜻한다.

 흔히들 하늘과 똑같아지려는 인간의 헛된 욕망을 <구약성서> ‘창세기’에 등장하는 ‘바벨탑’에 비유한다. 그러니 ‘바벨탑’처럼 ‘마천루’라는 명사도 ‘인간의 욕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다. 1870년대 이후 미국 시카고에서 건설하기 시작한 마천루는 이제 하늘을 ‘찌를’ 기세로 솟구치고 있다.

 

  1885년 55m(10층·시카고 홈보험 빌딩)로 시작됐던 마천루는 이제 828m(163층·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 빌딩)까지 치솟았다. 이 역시 ‘권불십년(權不十年)’일 듯싶다. 2018년 완공 목표로 건설 중인 킹덤 타워(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높이가 무려 1007m나 된다니 말이다. 인간이 1㎞ 위 공중에서 사는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마천루의 저주’라는 말도 있다. 초고층 건물을 지으면 그 직후 최악의 경제불황을 겪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1931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102층, 381m)은 세계대공황을, 1973년 세계무역센터(110층, 417m)는 오일쇼크를 불렀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높이의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마천루가 곧 그 나라의 국력을 상징하는 ‘랜드마크’의 역할을 한다는 맹신 때문이리라. 국내에서도 ‘마천루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2020년까지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에 571m짜리 마천루를 지을 계획을 밝혔다. 2016년 완공 예정인 제2롯데월드(555m)보다 16m 더 높은 것이다. 물론 ‘국내 1위’의 지위를 얻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무한경쟁의 욕망이 담긴 ‘1위’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과도한 특혜는 없는지, 시민들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지 철저한 사전검토와 함께 관리·감독이 뒤따라야 할 것 같다.

이 대목에서 신중하라는 의미로 기록 하나를 인용해보겠다. 1277년(충렬왕 3년), 조성도감(요즘 국토교통부)이 중국의 풍습을 좇아 고층건물 건설을 강행하자 관후감(천문대)이 나섰다. 신라말 풍수가인 도선 스님의 <도선비기>를 인용해서 ‘불가함’을 외친 것이다.

“우리는 산이 많아 고층건물을 지으면 세력이 약해집니다. 그래서 태조(왕건) 이래로 궁궐도, 집도 높게 짓지 않습니다. 잘못하면 화가 미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