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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수첩

이영애가 이란에 못가는 이유

“오, 양금이(Janggumi)”

지난 7일, 자그로스 산맥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이란 이스파한의 이맘 광장. 일단의 이란 젊은이들이 한국여인들을 보고는 ‘양금이 양금이’를 외치며 사진 한번 찍자고 난리를 떤다. 

 
이란 남성들이 한국여성을 ‘양금이’라고 부르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양금이’는 2006년 10월 시작해서 지난해 11월20일 끝난 한국 드라마 ‘대장금’(이란에서는 ‘Jewel in the palace’의 제목으로 방영됐다)을 뜻한다. 종영된 지 석달 가까이 흘렀는데도 ‘양금이’ 열풍이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란 국영 채널2에서 금요일 밤 8시45분부터 방영된 대장금은 시청률 85~90%에 이를 만큼 광풍에 휩싸였다. 양금이와 관련돼 별의별 이야기가 다 퍼졌다. 그 가운데 아주 그럴싸한 설(說) 하나를 소개하면….

한국붐을 고조시키려 ‘살아있는 인형’이라는 배우 이영애를 초청하고 싶었다는 것. 하지만 이슬람 성직자 회의에서 ‘이영애 초청 불가’ 결정을 내렸다는 것. 그 이유로 든 것이 마치 사실 같다. 바로 이영애가 이란에서 대중신앙으로 존경받아온 파티마의 인기를 능가할까봐 두렵다는 것이다. 파티마는 예언자 마호메트의 고명딸로 이란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여성으로 추앙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뜩이나 이란인들의 우상이 된 이영애가 이란을 방문할 경우 그 인기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방문이 거부됐다는 것이다. 이희수 한양대 교수는 “사실이 아닌 설들이 사실처럼 떠돌고 있는 것은 이영애의 인기가 파티마에 버금간다는 걸 방증한다”고 말한다.

왜 대장금이 이란에서 인기를 끌까. 

우선 대장금의 흐름이 이란 역사와 비슷하다는 것을 꼽는다. 이란은 예로부터 인류 이동 및 동서문명의 교차로로 끊임없이 외부세력과 충돌을 빚었다. 지금도 15개국과 국경 및 바다를 접하고 있다. 또한 이슬람에서도 다수파인 수니파의 협공 속에 외로이 시아파의 전통을 이어가느라 고난의 역사를 걸었다. 그런 만큼 역경을 딛고 일어서 마침내 꿈을 이루는 대장금이 파란만장한 이란의 역사와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하나 한국 사극에서 보이는 여인들의 의상이 헤자브를 쓰고 몸 전체를 가리는 이란 여성과 닮았기에 더욱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도 있다. 

잘 몰라서 그렇지 한국과 이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우선 한국·이란간 교역규모가 지난해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은 아랍에미리트·중국·독일에 이어 이란의 4~5대 경제파트너다. 이란내 가전제품의 75%가 한국산이며, 한국산 자동차가 40%의 점유율을 보인다. 기아 프라이드는 이란의 ‘국민차’ 대우를 받는다.

또 이란은 우리나라 원유의 4대 수입원이며, 전체 수입의 8~9%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한국에 대한 이란인들의 애정은 각별하다. 최근 여수박람회 유치 때는 이슬람국가들 가운데는 유일하게 한국을 지지했다는 후문이다. 여수가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탕헤르)와 경합을 벌였는데도….

또한 이란의 태권도 인구는 한국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많은 120만명이다. 최근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태권도를 정식교육 과목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이렇게 중요한 나라인데 정작 이 나라에 대한 인식은 턱없이 부족하다.

서방과 서방언론에 세뇌된 탓인가. 지나치는 외국인에게 금방 배운 영어로 ‘I love you’를 외치며 웃어주는 이란 꼬마들의 얼굴과, 먼저 인사를 해주면 그렇게 좋아할 수 없는 사람들얼굴이 눈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