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9개의 문이 달린 연꽃이다.”
 고대 인도의 성전(聖典) 가운데 하나인 <아타르베다>가 표현한 심장이다. 심장을 세우면 연꽃 봉우리처럼 생겼고, 모두 9개의 구멍(혈관)이 있음을 안 것이다. 
 “목 아래 배꼽 위에 자리한 심장은 아래를 향한 연꽃같다. 심장은 신의 거처임을 깨달으라. 심장 끝에는 섬세한 신경이 있다. 여기서 만물의 존재가 성립한다. 중심에는 위대한 불이 있어 사방으로 퍼져가며 여기저기서 타오른다. 이 불길 가운데 지고의 존재가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람을 미라로 만들 때 심장 만은 방부처리하여 미라 속에 넣었다.
 반면 뇌는 “쓸모없다”면서 버렸다. 다른 장기들은 단지에 담아 미라의 옆에 놓았다. 심판의 날에 죽은 자를 위해 증언해 줄 심장을 고이 보존하려는 뜻이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심장을 닮은 심장 풍뎅이 모형(부적)을 미라의 가슴 위에 두었다. 이것을 스카라베(Scarabee)라 한다. 

갑골문에 등장하는 마음 心자.  사랑을 뜻하는 이모티콘 ♡(♥)를 빼닮았다.

 13~15세기 멕시코를 점령했던 아스텍인들은 피의 의식이 벌였다. 즉 부싯돌이나 흑요석 칼로 인간제물의 가슴을 갈라 팔딱팔딱 뛰는 심장을 태양신에게 바쳤다. 1487년에는 무려 8만명이 희생됐다.스페인인들이 멕시코에 상륙했을 때 테노치티틀란에서만 해마다 1만5000명이 희생됐단다. 이들은 피와 심장을 바쳐야만 태양은 매일 아침 다시 떠오르는 힘을 얻는다고 믿었다.
 스페인 사람들은 아스텍인들의 야만적인 인간제사를 맹비난했다. 하지만 스페인 약탈자들은 아스텍 문명을 초토화시켰다. 그 결과 2500만 명이던 멕시코 인구는 16세기에 이르러 100만명으로 격감했다. 누가 더 나쁜 사람들인지 짐작하기 어려운 일이 아닌가.

 

 ■사랑의 상징
 그렇다면 서양에서 심장은 언제부터 사랑의 상징이 됐을까.
 ‘개인의 감정을 억누르던 기독교 교리에 맞서 육체적인 세속의 삶을 쟁취하기 시작한 12~13세기 때부터’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 때부터 육체적인 심장과 상징적인 심장이 분리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세 유럽의 유명한 연애담인 <트리스탄과 이졸데>(1205~1215)를 보자. 이졸데가 트리스탄과 몰래 사랑을 나누던 밤이 지나고 헤어질 때 탄식한다.
 “제 몸은 여기 있지만 제 마음은 당신이 가져가네요.”
 남자의 심장은 여인의 심장에서 뛰고, 여인의 심장은 남자의 심장에서 뛰고…. 쿵쾅쿵쾅 뛰는 ‘심장(마음)의 교환’이다. 이렇게 심장은 감각적인 사랑의 상징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를 기대자면 디오니시스 신들의 추종자들이 담쟁이 덩굴을 몸에 붙이고 광란의 축제를 벌였다는데, 축제 도중 몸 안에서 쾅쾅 뛰는 기관을 상징하게 됐다는 설도 있다.
 담쟁이 덩굴 잎사귀가 심장과 비슷하니까….   

갑골문에 등장하는 심장 문양.  심장 혈관의 모습까지 형상화 했다.

 

 ■心자의 비밀
 동양에서는 어땠을까.
 동양에서도 심장은 단순한 펌프의 기능만은 아니었다. 마음과 영혼, 양심이 자리잡은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중국의 가장 오래된 의학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은 “심장이 영혼을 제어한다”고 기록했다. 심장은 사랑과 고통, 연민 등 갖가지 감정을 대변하는 상징이었다.
 오죽했으면 마음을 뜻하는 ‘心’자가 인간의 심장을 형상화한 것이 아닌가.
 그러고보니 갑골문에 등장하는 마음 心자의 형상은 아주 흥미롭다.
 요즘 가장 사랑받는 이모티콘인 ‘♡(♥)’ 문양과 똑같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 문양은 심장의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 뿌리는 깊다.
 상나라의 반경(盤庚)~무정(武丁) 시대, 즉 기원전 1300~1192년에 점을 친 뒤 새겨넣은 갑골문에 나온다.
 상형문자로 된 3300년 전, 동양 최초의 ♡모양이다. 이것은 심장을 쏙 빼닮은 모양이 맞다. 이것이 ‘마음 심(心)’자의 원형이다. 이 최초의 ♡문양은 다소 무미건조하다.
 “왕이 6월에 심겸(心京, 지명이름)으로 가는데 별 문제가 없겠느냐(王往于心京 若 六月)”고 점을 친 내용이다. 심경은 지명이다. 말기의 갑골문을 보면 재미있는 내용이 나온다.
 “마음에 병이 있는데 재앙이 오겠습니까.(有疾心 唯有害)”
 여기서의 심(心)자도 사람의 심장 외곽을 형상화한 모양이다.
 여기서 심질(心疾)은 ‘지나치게 마음을 쓰거나 괴로움을 당해 생긴 정신병(思慮煩多 心勞生疾)’(<좌전> ‘소공’조)을 뜻한다.
 이는 3000년 전부터 마음의 병, 즉 정신병을 호소한 기록인 것이다. 또 “대왕의 마음이 화평할까요?(王心若)”라고 묻는 갑골문도 있다. ♡는 곧 심장과 마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심장이 하나인 까닭
 그렇다면 상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심장의 모양과 ♡문양을 연결시켰을까.
 중국인들은 이미 상나라 시대부터 심장을 해부했고, 그것을 토대로 24가지의 맥박유형을 분류했다.
 비극적인 ‘심장해부’의 사례도 있다. 상나라 마지막 군주 주왕은 희대의 폭군이었다. 바른 말을 간언하는 충신들을 죽여 젓을 담거나 포를 뜨는 만행을 저질렀다.
 숙부인 비간(比干)이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쏘아붙이자 주왕이 인면수심의 만행을 저지른다.
 “주왕은 ‘내가 듣기로 성인의 심장에는 구멍이 7개가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간의 배를 갈라 심장을 보았다.(聞聖人心有七竅 剖比干 觀其心)”(<사기> ‘은본기’)
 심장구멍은 심장에 난 혈관을 뜻한다. 주왕은 인간의 심장혈관이 9개인데 성인은 7개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상나라 시대에 이미 심장이 혈액을 육체 전체로 내보내는 펌프라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착안점이 있다. 심장은 단 하나 뿐이라는 것이다. 무엇을 뜻하는가. 심장이 하나라는 것은 사랑도 영혼도 하나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 된다.
 왜 하나인가. “심장이 하나인 이유는 세상에 오직 한사람 만을 사랑하라는 뜻”이라는 유행가 가사가 있다.(채동하의 <심장이 하는 일>)
 경향신문 사회에디터

Posted by 이기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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