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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단체장에 듣는다

김두관 경남도지사

창원 | 권기정 기자

ㆍ“4대강 전면 중단하고 재설계해 낙동강 살려야”

“잘못했으면 대통령도 국민에게 사과를 해야죠. 저는 민주주의를 그렇게 배웠습니다.”

지난 10일 경남도민의 집(옛 경남도지사 관사)에서 김두관 경남도지사(51) 당선자를 만났다. 선입관일까. 그에게 ‘바보 노무현’의 냄새가 묻어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3차례의 국회의원 낙선, 2차례의 도지사 낙선. 지역주의 앞에서 번번이 패배의 쓴잔을 마셨지만, ‘민주주의’ ‘지역주의 타파’ ‘지방분권’을 향해 도전한 이력 때문일 게다.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가 경남도민의 집에서 4대강 사업 등 정부 정책에 대한 소신과 앞으로의 경남도 행정 운영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창원, 권기정 기자


김 당선자는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문제를 빗대 “선거는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며 “민의를 수용하라”고 말했다. 그는 “4대강 사업 때문에 동남권 신공항건설사업 등 지역 현안 사업들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한 것과 관련해서는 “손님(여당) 실수로 이긴 것일 뿐”이라며 자만을 경계했다. 또 남해군수 시절 기자실을 폐쇄한 것에 대해서는 “그것은 15년 전의 일”이라면서 “이제는 언론과 쓸데없이 긴장관계를 조성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 늦은 감이 있지만 당선을 축하합니다.

“월드컵에서 골을 넣는 기쁨이라 할까요. 그런데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은 잠깐이었고 ‘내가 도지사가 되는구나…’ 하는 중압감이 느껴졌어요. 여러 번 떨어져 본 사람만의 경험일 텐데, ‘낙선자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하는 생각이 드니까 차분해지는 거예요. (기쁨이) 표정에서 나타나지 않는다고 옆에서도 그러더라고요.”

- 지방자치에 대한 당선자의 철학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가능한 한 모든 것을 시·군·구에서 하는 게 좋아요. 기초에서 하지 못하는 것은 광역에서 하고, 광역에서 못하는 것을 중앙에서 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핵심이죠.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정도로 해줘야 돼요. 시·군에서 잘하면 도가 벤치마킹하고 다른 시·군에 도지사가 앞장서서 전파할 생각이에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바라보고 있어요.”

- 4대강 사업 이야기인데요. 청와대에서는 ‘계속한다’고 합니다.

“좋은 방법, 정답이 없는데요. 이번 선거의 민심은 4대강, 세종시에 대해 재고해달라는 것 아닙니까. 세종시는 원안대로 하자는 것이고 4대강은 전면중단하고 재설계해서 (진정한) 낙동강을 살리자는 거죠. 제가 볼 때는 국민한테 지는 게 이기는 겁니다. 선거라는 게 정부에 대한 평가 성격이 짙습니다. 사과를 자주 하는 것도 문제지만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용서와 이해를 구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저는 민주주의를 그렇게 배웠습니다.”

(김 당선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가 발표된 14일 함안보 등 낙동강 유역 4대강 공사 현장을 찾았다. 당선 이후 4대강 공구 방문은 처음이다. 4대강 실태를 파악하고 지역 주민의 이야기를 듣는 게 목적이었다. 김 당선자는 “정부와 여당에서 4대강과 관련해 시·도지사 모임을 요청하면 적극 의견을 개진하겠다”며 “자리를 만들지 않으면 자리를 건의하고 4대강 문제점 해결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4대강 개발 사업을 원안대로 추진한다면 지방선거의 민심을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당선자의 4대강 현장 방문은 4대강 사업 강행을 언명한 대통령 담화에 대한 김 당선자의 답변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게 측근의 해석이다.)

▲“대통령도 잘못했으면 국민에게 사과하고 용서·이해 구해야”

-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도지사의 권한은 살펴보셨나요.

“법적·행정적 도지사 권한을 찾아봤는데 대항할 수단이 많지 않아 걱정입니다. 경남도에서 13개 구간을 중앙정부에서 위탁받아 하고 있어요. 사업을 진행하면서 반대하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해서 사업을 반납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시민·환경단체 등과 국제세미나를 열고 주민설명회도 할 계획이에요. 의견을 모아서 국토부, 한나라당, 정부에 재고를 요청해서 낙동강 생태를 복원하고 살리는 게 미래를 위해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 대통령은 ‘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이) 운하를 위한 사전 정비작업이라고 이야기하죠. 보를 막으면 주변이 침수되고…. 보를 막아서 수질을 개선한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대선공약이라는 이유로 (사업이) 아주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요. (4대강 사업에) 22조원의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면서 경남의 현안사업인 동남권 신국제공항, 진해 배후단지 정비문제, 남해안시대 선벨트 사업 등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어요. 장애인수당, 경로당 난방비도 줄었잖아요. 수질개선 효과도 없고 일자리도 많이 만들지 못하고…. (정부가) 준설토 적치장을 새 지사가 취임하기 전에 허가하는데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거죠. 민심과 국민의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는 게 맞습니다. 선거에서 민심이 그렇게 나타나고 당선자가 (반대) 입장을 밝히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되는데 지금 막 추진하고 있어요.”

- 4대강 사업은 부산시의 남강댐물 식수원 사용 문제로 연결됩니다. ‘지리산댐’ 문제도 있고요.

“지리산댐을 설치하고 남강댐 수위를 높여서 그 물을 (부산으로) 가져간다고 하는데 이는 낙동강 2급수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전제하는 거예요. 4대강 사업으로 수질개선이 어렵다는 것을 이 정부가 아는 것 같아요. 남강댐 수위를 높이면 진주시민이 위험을 느끼죠. 산청은 침수되죠. 비가 많이 오면 남강댐 물을 남해안으로 방류하니까 하동·남해·사천은 어민 피해가 크죠. 서부경남 주민은 남강댐 수위를 높이는 것에 전면 반대예요. 부산과 경남의 쟁점이죠.”

- 그러면 낙동강은 어떻게 살려야 하나요.

선진국 하천관리를 보면 친수공간이나 천변저류지로 물을 빼서 자연 정화하는 방식으로 물을 공급하고 자연형 인공습지를 만들어 홍수도 예방하는데, 자연친화형이죠.”

▲“친환경 무상급식은 농협·영농법인 통해 지역농산물 공급 추진”

- 경남도의회의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압도적입니다. 도의회와 부딪칠 일도 많을 거라 예상합니다.

“54명 중 38명이 한나라당 소속인데 과거보다 한나라당 소속 비율이 낮아진 거죠. 집행부와 감시하는 의원이 같은 당일 때는 좋게 보면 일사불란한 것이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부실했어요. 민주당, 참여당, 민노당과는 협력관계이면서도 갈등관계가 될 거예요. 예산편성을 하더라고 신중하고 정교하게 할 겁니다. 활력이 있고 건강한 도정이 될 거예요. 도민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관료 조직도 넘어야 할 산인데요.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녹을 먹는다’고 생각을 해야 돼요. 월급 받는 곳 따로 있고 도민 위에 군림한다는 생각을 하는 공무원이 꽤 있어요. 인식을 바꿀 겁니다. 일은 강하게 시킬 겁니다. 대신 쓸데없는 스트레스는 주지 않겠습니다. ‘일요일에 골프치지 마라’ 이런 소리를 안 할 거예요.”

- 도교육감은 보수 성향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같이할 겁니다. 친환경 무상급식이 선거의 쟁점이 됐는데 본질에서 벗어난 겁니다. 사교육비 절감, 공교육 정상화 등을 고민해야 합니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과도 연결돼 있어요. 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거죠. 우리 농산물을 식재료로 잘 구입하고 진주, 창원 등 2~3개 권역으로 나눠 급식지역센터를 만들어서 농협, 영농법인을 통해 공급하도록 할 생각이에요.”

- 향후 계획은 재선인가요, 대권인가요.

“사람의 노력으로 되는 자리가 있고 노력을 뛰어넘는 자리가 있는데요. 대통령이나 총리는 사람의 노력을 뛰어넘는 자리고, 도지사나 국회의원은 의지가 있으면 되는 자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생각 때문에 국회의원에 3번 떨어졌어요. 4년 동안 도정에만 전념하겠다는 각오예요. 넘볼 걸 넘봐야지….”

-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소회를 밝힌다면.

“늘 옆에 계신다는 느낌입니다. 노 전 대통령이 (지방선거에서) 거대한 지역주의라는 통나무를 쓰러뜨리는 데 8번 도끼질했다면 저는 과대포장하면 2번 정도 만에 쓰러뜨렸어요. 이 나무를 잘 톱질해서 유용하게 사용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 당선된 분들이 잘해야 합니다. 착각하면 안돼요. 야당이 잘해서 이번 선거에 이긴 것이 아닙니다. 손님 실수로, 반사이익을 얻은 겁니다. 물(민심)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하잖아요.”

- 남해군수 시절 기자실 폐쇄도 하고…. 언론과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요.

“15년 전인데, 당시 지역언론 환경이 그런 측면이 있었고요. 언론하고 친하려고 합니다. 이제 언론 환경도 바뀌었고요. 광역도정은 언론이란 창을 통해서 도정을 보는 것이고 도민의 생각도 언론이란 창을 통해서 알게 되는 것입니다. 쓸데없이 언론과 긴장관계를 조성할 필요 없어요. 언론의 역할을 존중할 겁니다. 한때 남해에서 지역신문을 할 때 언론을 할 것인가, 정치를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이쪽(정치)을 택했어요. 지고지순하게 살아야 하는데 자신이 없더라고요. 진로 수정을 잘한 것 같아요. 장관도 하고 도지사도 하게 된 걸 보면요(웃음).”


■‘민주도정협의회’ 구상은…
정책 건의 받고 설명하는 소통창구 마련

경상남도에서 범야권 지방공동정부 실험이 시작된다. 김 당선자의 구상은 ‘민주도정협의회’다.

김 당선자는 무소속이다. 임기 동안 무소속으로 남겠다고 밝혔다. 도민과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당선자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 야3당과 시민단체 등 야권의 단일후보였다. 그래서 도정의 동력은 야권연합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도정의 운영 주체로 ‘지방공동정부’와 ‘민주도정협의회’가 거론됐고 그 성격과 역할을 놓고 한때 논란이 일었다.

김 당선자는 “선거과정에서 나온 ‘공동정부’는 슬로건”이라며 “야권연대와 선거공조 분위기를 살린 ‘민주도정협의회’를 통해 취임 후 다양한 의견과 정책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과 관련해 건의를 받고 설명도 하고 이해를 구하는 소통의 창구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문기구 역할로 한정한다는 말로 들린다.

그러나 지방정부에는 내각이 없기 때문에 공동정부가 성립할 수 없고 도정협의회를 통해 정책에 참여토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분에서는 주요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로도 들린다.

민주도정협의회에는 후보 단일화에 참여한 야3당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과거 지방자치활동을 함께한 인사들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회 내에서 제각각의 주장이 제기될 경우 도정의 혼선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과도 끊임없이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김 당선자는 “의견수렴을 민주도정협의회로 일원화하는 것은 아니고 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협의회 등과 같은 그런(과거 관변단체로 불린) 단체와도 소통할 생각”이라며 협의회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 당선자는 “ ‘열린 도정, 함께하는 도정’이 도정운영의 기본 개념”이라며 “아이디어와 정책 건의는 밖에서 받고, 이를 잘 갈무리해서 집행하는 것은 도청의 실·국장에게 맡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 김두관 당선자는

△경남 남해군 출생 △남해종고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남해군 고현면 이어리 이장 △남해신문 발행인 △민선 1~2대 남해군수 △행정자치부 장관

■ 김두관 당선자 주요 공약

● 4대강 예산을 교육·복지·일자리에
● 신재생에너지 복합 산업 클러스터 구축, 탄소제로 그린신도시, 탄소배출권 거래소 유치
● 좋은 일자리 10만개 창출, 고용촉진담당관 신설
● 진주 혁신도시 임기 내 완성
● 광역교통환승체제 구축, 신공항 밀양 유치
● 습지형 자연여과 시스템으로 식수 확보, 홍수총량제·천변저류지로 홍수예방
● 친환경 무상급식, 식자재 유통시스템 구축
● 생태농업 및 농수산물 브랜드 활성화
● 남해안 관광벨트·내륙생태 관광벨트 활성화
● 초대형 대학병원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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