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마을의 시와스마츠리는 단군신화와도 흡사하다.”
난고손(南鄕村) 백제마을에 조성된 ‘니시쇼소인(서정창원)’ 전시실을 보면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전시장 패널마다 ‘시와스마츠리와 한국의 각종 의식에 흡사한 점이 많다’는 것을 일본어와 한국어로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시와스마츠리를 부여의 은산별신굿과 비교한다. 시와스마츠리가 정가·복지왕을 위한 제사라면, 은산별신굿은 백제부흥군을 이끌었던 복신과 도침 장군을 모신 제사로 알려져 있다. 둘 다 제사를 지내기 위해 찬물에 목욕재계하는 계율이 있고, 무녀들의 굿(은산별신굿)과 요카구라(夜神樂·시와스마츠리)가 신명나게 펼쳐진다는 점도 비슷하다.
정가왕과 복지왕의 신주를 모시는 시와스마츠리 행렬과, 승마전장을 한 대장군 등 6명과 깃발 30여기가 동원되는 은산별신굿의 행렬도 마찬가지다.
또 30여개의 불기둥이 밤을 밝히는 시와스마츠리의 ‘무카에비(迎え火)’ 의식은 옛 백제영역인 청양 정산에서 벌어지는 동화제(洞火祭)와 흡사하다. 동화제의 경우 목욕재계한 마을사람들이 나무에 쌓은 뒤 동아줄로 동화대를 세우고 달이 뜨면 불을 낸다. 전시패널은 또 난고손 주민들이 마츠리 행렬에 바치는 공물(한묶음에 3개씩 모두 9개)에 유의하고 있다. 또 요카구라(夜神樂·신에게 올리는 연주악)에 사용하는 방울(3단)이 위로부터 3개, 5개, 7개씩 달려있음도 강조하고 있다. 1·3·5·7·9 등의 홀수가 사용되는 것을 눈여겨본 것이다. 전시패널은 이를 두고 “한국의 단군신화에서 ‘1’, ‘37일(삼칠일)’, ‘3위(危)’, ‘천부인 3개’, ‘무리 3000’ 등 1, 3, 7의 홀수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단군신화와 시와스마츠리의 친연관계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제사도구를 왼쪽어깨에 짊어지고, 제사장을 돌 때도 왼쪽으로 세번 도는 의식 또한 한국에서 넘어온 풍습이란다. 강릉 대관령 서쪽 산마루의 서낭당 제사에서 잔을 헌상할 때 왼쪽으로 세번 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부왕인 정가왕이 아들인 복지왕 등을 마중하는 것을 두고도 강릉 단오제와 비슷하다고 한다. 또 하나의 백제가 일본 최남단 오지 마을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경향신문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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