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 문배도가 걸렸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이 지난 26일 광화문에서 2022년 경복궁 광화문 문배도 공개행사를 열었다.
“황금 갑옷의 두 장군의 길이가 한 길이 넘는데, 하나는 도끼를 들었고, 하나는 절을 들었다. 그것을 궁문의 양쪽에 붙인다. 이것을 문배(門排)라고 한다.”(<경도잡지>)
이 문배도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1881~82년(고종 18~19년) 무렵 경복궁 대문인 광화문에 붙였던 ‘황금 갑옷 장군(금갑장군) 문배도’를 찍은 사진을 토대로 미국에서 발굴했다.
140년 전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내부를 찍은 사진 속 사진을 단서로 끈질기에 추적한 결과 찾아낸 것이다.
‘문배’(門排)는 정월 초하루 궁궐 정문에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복을 구하는 의미로 그림을 붙이는 풍속을 말한다. 이때 붙이는 그림이 ‘문배도’이다. 처용, 호랑이, 용, 닭과 함께 금갑장군 등이 문배도의 주제였다. 도화서에서 제작된 문배도 그리는 풍속은 조선 후기 이후 민간으로도 퍼져나갔다.
문배 관련 기록은 문헌 자료인 <열양세시기>, <동국세시기>와, 조선 후기 행정법규와 관례 등을 정리한 <육전조례>에도 수록돼 있다. <열양세시기>는 “도화서에서 그린 세화(歲畵) 중 금갑신장(金甲神將)을 그린 것은 궁전 대문에 붙인다”고 했다.
<동국세시기>는 “도화서가…황금빛 갑옷을 입은 두 장군상을 그려 바치는데, 길이가 한 길이 넘는다. 한 장군은 도끼를 들고, 또 한 장군은 절을 들었는데, 이 그림을 모두 대궐문 양쪽에도 붙인다”고 설명했다.
<육전조례> ‘예조 도화서조’와 ‘진상조’는 “문배(門排)와 양재(禳災)는 장무관과 실관 30명을 돌아가며 임명하여 각 전·궁의 진상 및 각 문에 받칠 문배는 모든 화원(화가)에게 분배하여 12월 그믐에 봉진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해놓았다. 하지만 그 도상의 실체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그 단서를 찾게 된다. 즉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2013년 주미대한제국공사관(미국 워싱턴 D.C. 소재) 복원·재현 사업을 벌인다. 그 때 미국 캘리포니아 산 마리노의 헌팅턴도서관이 소장한 ‘1893년판 공사관 사진’을 참고하게 된다.
그런데 평소 광화문에 관심이 많았던 강임산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지원활용부장은 ‘공사관 1층 사무실 문 옆에 걸어둔 태극기 위의 광화문 사진’을 주목했다. 강임산 부장은 1년여 간 그 광화문 사진의 원본 사진을 찾아 다녔다. 워낙 해상도가 좋은 사진이어서 140년 전의 많은 정보를 담고 있으리라 여겼던 것이다.
강 부장은 마침내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원본 사진을 찾아냈고, 워낙 해상도가 좋은 원본 사진을 확대해본 결과 ‘문배도’를 찾아냈다. 하지만 완전한 복원·재현에는 무리가 있었다. ‘문배도’의 일부 도상만 확인가능했다.
강임산 부장은 “이후 자문회의를 거쳐 도상과 의장기물의 표현에서 왕실과의 연계성이 보이며 유일하게 완형이 남아 있는 안동 풍산류씨 하회마을 화경당 본가 소장 유물을 바탕으로 복원했다”고 밝혔다. 복원한 문배도는 길이 3m에 달한다.
문배도의 형상을 유추할 수 있는 그림으로 ‘담와평생도’(전 김홍도작·국립중앙박물관 소장)와 ‘평안감사환영도’(작자미상·미국 피바디엑세스박물관 소장) 등이 있다. 하지만 두 그림 모두 본격적인 기록화로 보기에는 부족하여 참고자료로만 이용돼 왔다.
따라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발굴로 사진 및 참고자료로만 전하던 문배그림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자료의 상태가 좋아 도상, 크기, 붙인 모습까지 유추가 가능했다. 경향신문 히스토리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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