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이종탁 사회에디터·정리 | 최승현 기자

ㆍ“직무정지 혼란 정리될 것… 동계올림픽 유치 전력”

위기의 이광재는 의외로 담담했다. 정치자금법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2심에서 금고 이상의 유죄판결을 받아 도지사직 수행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 속에서도 “척박한 강원도를 아시아의 스위스로 만들겠다”며 도정 구상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영호남을 제외하고 가장 압도적 표차로 강원도지사에 당선되며 친노세력의 부활을 견인한 그는 “이명박 정부가 갈등이슈를 추진하기엔 이미 힘을 너무 많이 잃어버렸다”고 단언했다. 그는 “ ‘과잉 민주주의가 경제발전을 저해한다’는 식의 잘못된 관념을 깨지 않는다면 소통부재와 억압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이번 선거에 견제심리가 작동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잇따른 방송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김제동씨를 억압의 상징적인 사례로 든 그는 “알아서 기는 부류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무현 그림자’ ‘우(右) 광재’로 불리는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45·민주당)와의 만남은 지난 16일 춘천의 강원도개발공사 1층에 마련된 ‘행복한 강원도, 미래과제 추진위원회’(인수위)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가 지난 16일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권한대행 논란과 도정 운영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춘천,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 헌법소원 등 검토 중… 대법에서 승소 확신

- 한나라당 텃밭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입니까.

“지난 정부에서는 고영구 국정원장, 권오규 부총리 등 강원 출신 장·차관들이 많았으나 이 정부 들어서서는 완전히 무(無)장관입니다. 지난 정부때 추진됐던 국회 고성연수원, 원주~강릉간 복선철 등 각종 현안사업이 물건너 가거나 차질을 빚고, 원주 첨단의료복합단지도 뺏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릴 더 이상 홀대하지 말라’는 반발 의식이 확산되면서 젊은 인재를 대표인물로 키워 침체된 강원도를 일으켜 보자는 공감대가 확산된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물감자 소리를 듣지 않게 도와 달라’는 저의 호소를 가슴으로 받아들이신 거지요.”

- 여론 조사와 개표결과가 너무 큰 차이를 보였는데.

국민들이 억압·감시 당하고 있는 것으로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론 조사 때는 표현도 잘 안하시고요. 전 이번에 대한민국 유권자들이 정말 무서운 분들이라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침묵하고 있다가 결국 막판 투표장에서 의사를 집중적으로 표현하시지 않았습니까. 마지막 10분짜리 TV연설 시청률이 21%나 나오는 등 이광재 광풍이 분다는 얘기가 나왔는데도 여론 조사엔 이 같은 흐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죠.”

- 친노 세력의 부활이란 분석도 있는데요.

“이번 선거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연을 맺었던 분들만이 아니라 (반대로) 오세훈 시장도 당선됐습니다. 저는 (선거 결과를) 세대 에너지의 표출로 봅니다. 1971년에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이 40대 기수론을 내세운 지 꼭 40년 만에 오세훈 시장을 비롯해 40대가 정치의 전면에 부상했죠.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감수성이 예민하던 시절 8·15와 6·25를 겪었습니다. 시련이 잠재력을 만듭니다. 대학 시절 광주항쟁과 군부독재의 탄압을 겪으면서 치열한 삶을 산 386세대도 이와 같다고 봅니다.”

▲ MB정부, 갈등 이슈 추진 동력 이미 잃어

- 현 정권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동했다는 견해가 많은데,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가장 큰 문제는 과연 이 정부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세종시 등 지난 정부가 한 일을 반대하는 일만 많았지 포지티브한(긍정적인) 것이 없습니다. 굳이 들자면 심한 갈등을 초래하고 있는 4대강밖에 없지 않습니까. 노 대통령 때는 수십년 동안 못했던 용산미군기지를 이전했고 김영삼 정권 때 하지 못했던 방폐장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파장은 좀 있었으나 몇가지 업적은 있었죠.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해요. 경제 대통령을 표방해 당선됐으면 거기에 집중했어야지요.”

- 선거 중 대권 도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많이 했습니다.

세계사적으로 보면 지방자치 출신이 최고의 지도자로 가는 프로세스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은 생활 속의 변화를 꾀해서 실질적 효과를 가져오는 사람이 선택을 받는다는 것이지요. 내가 대통령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끝없이 가져야 안목도 넓어지는 것 아닙니까. 지방자치에서 성공한 모델을 만들면 저도 그 자리에 갈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 지방자치법 111조엔 단체장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확정되지 않은 경우 부단체장 권한대행 체제로 가도록 돼 있는데 입장을 밝혀주시죠.

“논란이 있죠. 이게 사상 초유의 사건이라 해석이 분분한 것 같습니다. 대법원의 판결, 위헌 여부 등에 대한 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정치 아닌가요. 노 대통령 탄핵 때도 초기에 혼란을 겪었으나 잘 정리되지 않았습니까. 이것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이 문제를 빨리 매듭짓기 위해 헌법소원을 내거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 2심 재판부가 박연차 전 회장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다며 변론재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요.

박연차 전 회장이 법정에 나와서 증언을 하겠다는데 검찰이 왜 반대의견을 내고 심리재개 요청을 받아들이면 안된다고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었다면 왜 기소 부분의 절반 이상이 무죄가 납니까. 그리고 박 전 회장도 ‘총선 때 5~6차례에 걸쳐 10억원가량을 주려고 했는데 거절당했다’고 진술하지 않았습니까. 돈이 제일 필요한 총선 때도 거절을 했는데, 제가 다른 때 받았겠습니까. 한명숙 전 총리는 의자에 놓고 나간 거고, 이광재는 옷장에 놓고 갔다고 해요. 박 전 회장이 대부분 다른 사람에게는 직접 돈을 줬다고 하는데 왜 유독 나에게만 옷장에 넣고 갔다고 주장합니까. 전 대법원에서 이길 걸로 봅니다.”

▲ ‘아시아의 스위스’ 목표 일자리·교육·복지 집중

- 만약 도지사 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일에 중점을 둘 건가요.

우선 동계올림픽 유치가 제일 크죠. 이후엔 일자리·교육·복지 세 가지 문제에만 집중할 겁니다. 강원도의 전체 땅값은 공시지가로 8조원쯤 됩니다. 이 중 7조5000억원 정도가 국공유지죠. 토지기획단을 만들어 이 부분에 대한 활용도를 높일 겁니다. 서울대 농생대와 삼척 LNG 사업 등을 유치해 보니까 결국 토지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대학·기업 유치를 위해 토지를 거의 무상으로 준다는 각오로 파격적 조건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교육 투자도 대폭 늘려 강원도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면 영어·중국어 기초회화가 가능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강원도 인구 150만명 중 노인이 21만3000명, 장애인이 8만9000명인데 이들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해서 전혀 부양을 받지 못하면서도 자식이 호적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생활보호대상자가 못돼 어려움을 겪는 문제를 반드시 풀 겁니다.”

- 동계올림픽 배후시설로 만든 알펜시아 리조트 후유증도 심각한데요.

“일단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 중앙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 알펜시아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겁니다. 인접한 용평리조트와 알펜시아를 곤돌라로 연결해 협력 체제를 갖추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인근 대관령 일대 국유지에 10만평짜리 꽃밭을 100개 정도 만드는 등 거대한 공원을 조성하면 알펜시아의 가치도 더불어 상승할 겁니다. 장기적으론 가치를 높여 매각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 취임 준비는 잘 돼갑니까.

“취임식을 색다르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지극히 평범하게 해야죠. 앞으로 서울사무소를 대폭 확대 개편해 도청 공무원은 물론 18개 시·군 직원 한명씩을 배치하고 차관급 이상 지낸 사람을 고문으로 영입, 국회와 중앙정부를 대상으로 예산을 더욱 많이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겁니다.”

- 선거 기간 에피소드도 많았고 이곳에서 칩거 중인 손학규 전 대표와도 교류가 많은 줄 아는데요.

“손 전 대표님께서 캠프에도 여러번 오셨고 몇차례 유세도 해주셨습니다. 선거에 많은 도움을 받아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선거 후 한나라당의 한 국회의원이 한나라당 지지도가 60% 이상 나오는 강원도에서 이광재가 어떻게 50%를 넘겨 당선됐는지 의아해 하며 캠프 측에 노하우를 물어본 일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캠프 담당자가 ‘마을회관이나 찜질방 등에서 잘 자신 있냐’고 되물었다고 합니다. 전 마을 간담회를 진짜 많이 해요. 50호도 안되는 한 시골 마을 주민들이 된장·고추장을 담아 팔겠다는 열의를 보여 도울 방법을 찾기 위해 다섯 번이나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은 도와줘야죠. 앞으로도 이렇게 할 겁니다. 반드시 일의 결과로 도민들의 성원에 보답하려 합니다. 많이 도와 주십시오.”


■ “그래도 갈 길 간다”… 업무보고·대외 활동 활발
당선자·인수위 행보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와 인수위원회의 활동에 강원도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당선자가 2심에서도 금고 이상의 유죄판결을 받아 과연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예상과 달리 대외활동까지 활발히 전개하는 등 광폭행보에 나서고 있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 업무보고를 받는가 하면 분야별 발전 전략에 골몰하는 등 도정수행에 대한 강한 열의도 보인다. 직무대행 논란 속에서도 흔들림이 없다는 표정이다.

지난 14일 공식 출범한 강원도정 인수위원회인 ‘행복한 강원도, 미래과제추진위원회’와 자문단의 면면은 화려하다. 김대유 전 청와대경제수석이 미래과제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것을 비롯해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성경륭 전 청와대 정책실, 강무현 전 해양수산부 장관, 최종수 전 산림청장, 권경상 전 문화관광부 기획관리실장 등 참여정부 당시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이 자문단에 대거 포진해 힘을 보태고 있다. 인수위는 공직자들과 도민을 상대로 도정발전 정책 아이디어도 구하고 있다. 이 당선자도 중앙부처를 잇따라 방문, 현안사업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데 이어 18일에는 기초자치단체장 당선자 워크숍을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대유 전 청와대경제수석은 “안정적 도정 운영을 위해 공약사항 중 이견이 없는 부분부터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당선자의 의중이 강원도정에 반드시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청 한 간부는 “이 당선자와 인수위의 활동이 다소 위축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런 기미가 없다”며 “인수인계 작업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춘천 |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광역단체장에 듣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  (0) 2010.06.19
송영길 인천시장  (0) 2010.06.17
이시종 충북도지사  (0) 2010.06.16
염홍철 대전시장  (8) 2010.06.15
김두관 경남도지사  (0) 2010.06.14
김문수 경기도지사  (0) 2010.06.13

Posted by 이기환기자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