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그믐부터 정월대보름까지 폭죽의 관습에 따라 딱총(紙統·종이폭죽)으로 귀신을 쫓는다. 포탄소리보다 웅장한 굉음이 아침까지 끊이지 않는다.”
1791년(정조 16년) 연경(북경)을 방문한 김정중의 <연행록>이 전한 중국의 세시풍속이다.
특히 “부잣집은 천은(순은) 300~400냥짜리 호화딱총을 산다”면서 폭죽에 거금을 쓰는 중국인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
폭죽놀이의 유래는 뿌리깊다.
6세기 인물인 종름의 <형초세시기>는 “춘절(음력 1월1일)만 되면 나타나서 사람들을 괴롭히는 괴수 산조가 싫어하는 빛과 폭발소리를 내려고 대나무를 태웠다”고 했다. ‘폭죽(爆竹)’ 단어가 그래서 나왔다.
중국 뿐이 아니었다.
우리네 세시풍속에도 섣달 그믐이 되면 폭죽을 터뜨리고, 대문에 복숭아 나무를 꽂아 악귀과 재앙을 쫓아내는 전통이 있었다.
필자는 어려서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1960년대초까지도 종이 대롱에 화약을 넣은 폭죽을 터뜨리며 놀았단다.
하지만 1574년(선조 7년) 명나라를 방문한 허봉은 “쓸데없이 폭죽을 터뜨리며 이목을 즐기니 무식하기 이를데 없다”(<조천기>)고 못마땅하게 여겼다.
정조는 1778년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폭죽놀이를 엄금하는 명을 내렸다. 남을 놀라게 하는 시끄러운 폭죽놀이는 점잖은 체면의 ‘조선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중국인의 미신사랑은 끔찍하다. 하늘에서 복이 떨어지라고 ‘복(福)’자를 거꾸로 써붙이고, 심지어 이화(梨花)의 중국어발음(리화)이 ‘이익이 생긴다’는 리파(利發)와 비슷하다 해서 이화여대 캠퍼스를 단골로 찾는 사람들이다.
1500년 이상 이어진 중국의 폭죽놀이를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제와서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춘제 때는 중국 338개 도시의 평균미세먼지가 평소보다 3배 이상 치솟았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지난해 춘제 때 대전지역의 대기질을 조사한 결과 폭죽의 산화제로 쓰이는 칼륨 농도가 8배이상 측정됐다. 폭죽연기가 바다건너 한반도까지 유입된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그나마 중국정부도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난징(南京) 등 주요 도시의 폭죽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인들이 쫓아낸 ‘악귀와 재앙’이 한반도로 몰려왔다는 소리를 들을텐가.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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