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부처님이 하강하여 머무는 영산으로 추앙받던 경주 남산(해발 468m) 계곡에서 불상의 머리가 발견됐다. 머리를 되찾은 불상은 ‘청와대 미남석불’로 알려진 통일신라시대 석조여래좌상과 같은 사각형 모양의 의자에 앉아있다. 경주 내남면 용장리의 남산 약수곡(석조여래좌상절터) 제4사지를 조사중인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은 통일신라시대 석불좌상에서 분리된 불상의 머리, 즉 불두(佛頭)를 찾았다고 밝혔다.
청와대 미남불상(왼쪽)과 이번에 출토된 약수곡 불두. 이른바 ‘미남불상’은 일제강점기 초대 조선총독인 데라우치에게 헌상된 통일신라시대 석불좌상이다. 원래는 경주 이거사터에 있었는데, 일본인이 데라우치 총독에게 이 석불을 선물하려고 서울의 총독부 관저로 옮겼다. 이 석불은 1939년 총독관저가 청와대 자리로 이전하자 함께 자리를 옮겼다. 일제강점기부터 미남불상이라 일컬어졌다.
불두는 절터에 방치되고 있던 ‘머리없는’ 석조여래좌상(높이 1.15m, 너비 0.8m)의 복원정비를 위해 불상의 원위치를 확인하려고 조사하던 중 발견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경주 남산의 불적’에 소개된 석조여래좌상은 본래 있던 위치(미확인)에서 옮겨진 상태로 반듯하게 놓여 있다. 또한 그 옆에 불상의 중대석과 상대석이 불안정한 상태로 노출되어 있었다. 불상의 하대석도 원위치에서 움직여 동남쪽 위에 있는 큰 바위 아래에 바로 놓여 있다.
이번에 발견된 불두는 큰 바위 서쪽, 즉 하대석 서쪽 옆의 땅속에 묻혀있었다. 머리는 땅속을 향하고 얼굴은 서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면 오른쪽 일부와 오른쪽 귀 일부에서는 금박이 관찰됐다. 미간사이 백호를 장식했던 둥근 수정은 떨어진 채 불두 인근에서 같이 발견됐다.
경주 남산 약수곡에서 발견된 불상의 머리. 절터에 방치된 석조여래좌상의 ‘머리’인 것으로 추정된다.|신라문화유산연구원 제공
조성윤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조사연구3팀장은 “9세기 통일신라시대 석조불상의 원형을 고증하는데 있어 중요한 학술연구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불두 주변에서는 소형 청동탑, 소형 탄생불상 등도 함께 출토됐다.
머리가 유실된 석조여래좌상은 통일신라 후기 작품이다. 경주 석굴암 본존불상과 같이 ‘항마촉지’의 도상을 하고 있다.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은 석가모니가 마귀의 무리를 항복시키는 인상(印相)이다. 왼손은 펴서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단전에 올려놓고 오른손은 펴서 무릎 아래로 땅을 가리키는 모습이다. 싯타르타 태자가 깨달음을 얻어 붓다가 되는 순간의 모습을 상징한다. 통일신라 석불좌상의 대좌(불상을 놓는 대)는 상당수가 팔각형으로 조성된 것에 비해 이 불상의 대좌는 방형(사각형)으로 조각된 것이 특징이다.
머리 없는 경주 석조여래좌상은 본래 있던 위치(미확인)에서 옮겨진 상태로 반듯하게 놓여 있다. 또한 그 옆에 불상의 중대석과 상대석이 불안정한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제공
이러한 방형대좌는 ‘미남석불’로 알려진 청와대 안 녹지원 석불좌상과 같은 형식이다. 청와대 ‘미남석불’은 최근 경주 이거사 터 출토품으로 알려졌다. 이거사는 “성덕왕이 재위 35년 만인 736년에 죽자 시호를 성덕(聖德)이라 하고 이거사 남쪽에 장사지냈다”(<삼국사기> ‘성덕왕조’)고 할만큼 유서깊은 절이다.
이거사 터에 있던 이른바 ‘미남석불’은 1912년 경주의 일본인(도다이라 료조·小平亮三)이 초대 조선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穀·1852~1919)에게 진상한다면서 서울의 총독관저(중구 예장동)로 옮긴 석조여래좌상이다. 이 불상은 1939년 총독관저가 지금의 청와대 자리로 이전하면서 함께 옮겨졌다.
이번에 불두가 확인된 경주 남산은 부처님이 하강해서 머무는 산으로 알려져왔다. <삼국유사>는 “이곳에서 모임을 갖고 나랏일을 의논하면 반드시 성공했다”고 기록했다. 금오봉(468m)과 고위봉(494m) 두 봉우리에서 흘러내리는 40여개의 계곡과 산줄기에 100여 곳의 절터, 80여 구의 석불, 60여 기의 석탑이 산재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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