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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는 ‘관음증’ 환자의 ‘핫템’...겸재·단원·추사도 사랑한 화폭이었다 ‘하나같이 근심되는 것이 천하의 더위인데(一念長憂天下熱)….’조선 후기 이상적인 도시인의 삶을 그린 8폭 병풍이 있다. ‘태평성시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이다.그 중 5폭에 각종 부채를 파는 ‘부채’ 상점이 보인다. 가게의 좌우에 글자가 새겨진 길쭉한 광고판이 보인다. 오른쪽 광고판에 ‘더위가 걱정’이라는 내용의 7자가 보인다. 왼쪽 광고판에는 아쉽게도 마지막 글자인 ‘서늘할 량(凉)’만 보인다. 아마 ‘부채로 더위를 날려보내시라’는 광고 문구였을 것이다.그보다 600년 전 인물인 이규보(1168~1241)의 시 한 수가 이 부채 상점의 광고 내용을 대신 알려줄 것 같다. “여름철에 손에 들고 흔들면 무더위 어디로 사라지는지 몰라. 응당 여러 사람에게 나눠 주어야 해. 청량한 맛을 어찌 혼자만 차지하랴...
소동파를 ‘우주대스타’로 찬양?…고려를 원숭이로 욕한 혐한파였다 “선생의 기개와 절조는 우주를 능가하고(先生氣節凌宇宙) 선생의 문장은 별처럼 빛나기만 하여라.(先生文章煥星斗)”조선 전기 문인·학자인 서거정(1420~1488)이 ‘선생’을 찬양하고 있다.( 51권 ‘시류·소선적벽도’) 서거정이 말 그대로 ‘우주대스타’로 떠받는 ‘선생’은 과연 누구인가. 북송이 낳은 대문호 소식(소동파·1037~1101)이다.고려의 대문호인 이규보(1168~1241)는 어떤가. “소동파의 문장은 금은보화가 창고에 가득찬 부잣집 같아 도둑이 훔쳐가도 줄지 않으니 표절한들 어찌 해롭겠느냐”( 권26 ‘답전이지논문서)고 극찬했다.우주대스타조선 후기 화승 중봉당 혜호가 그린 ‘삿갓 쓰고 나막신 신은 소동파 그림’(소동파 입극도). 소동파는 고려-조선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우주대스타’로 숭배되었..
명량 발굴 ‘소소승자총통’…소총부대장 출신 이순신과는 어떤 관계? ‘40억원대 고려청자 1억원에 팔려던 잠수부 도굴단 덜미…’. 2011년 11월18일 기막힌 문화유산 도굴범 기사가 각 언론에 실렸다. 도굴범들은 해삼·어패류를 채집하던 잠수부들이었다. 이들이 불법 인양한 문화유산 30여점 가운데는 13~14세기 보물급 유물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도굴범들이 덜미가 잡힌 이유가 어이없었다. 보통 바닷속에서 인양되는 유물에는 이끼류와 패각류 등이 붙어있기 마련이다. 이 경우 ‘아주 묽게 희석시킨 염산’으로 조심스럽게 닦아야 한다.1588년판 ‘개인화기’2012년 명량대첩 해역인 전남 진도 고군면 앞바다에서 인양된 조선시대 총통 3점에는 ‘소소증자총통’이라는 명칭과 함께 1588년 4월 전라 좌수영에서 장인 윤덕수가 제작했다는 명문이 새겨져 있었다.|국립해양유산연구소 제공..
호우총·천추총·태왕릉의 ‘#’문양의 정체…‘광개토대왕’? ‘운수대통’? ‘#을묘년 국강상 광개토지호태왕 호우십(#乙卯年國岡上廣開土地好太王壺우十)’. 1946년 5월14일이었다. 경주 노서리 140호분(돌무지덧널무덤)을 파고 있던 국립박물관 조사단이 ‘발굴 일지’의 표현대로 ‘쎈세이순’한 명문 유물을 찾아냈다.고급의 청동제 그릇 밑바닥에 아로새겨진 ‘광개토대왕(재위 391~412)’, 그 분의 묘호가 빛났다. 해방 후 첫번째 ’우리 손 발굴’에서 이뤄낸 개가였다. 당시 신문(동아일보 5월25일)의 보도처럼 명문 유물의 착안점은 두가지였다.#의 비밀경주 호우총 출토 청동그릇에서 보이는 #(井) 부호(글자). 광개토대왕 사후 3년 후인 415년 제작된 청동그릇 밑바닥의 16자 글자 위에 수수쎄끼를 내듯 새겨져 있다. 이 #(井)자는 호우총보다 50~100년 전 조성된 국내성의 왕..
정도전 집에 웬 ‘말(馬) 운동 트랙’?…‘왕실마구간’ 드러난 종로구청터 “말이 다닐 때 땅이 파이지 않게 한 시설일까.” 2021년 10월이었다. 종로구청 부지에 들어설 새로운 통합청사(구청+소방서 등) 공사 현장에서 수상쩍은 흔적이 확인되었다. 조선시대 건물터 5채와 함께 원형으로 깔아놓은 잡석 사이에 트랙 형태의 통로가 조성된 유구였다. 이곳은 조선 창업의 공신인 삼봉 정도전(1342~1398)의 집터였고, 이후 사복시(궁중의 가마와 말 등을 관장하는 관청)가 들어선 곳으로 알려져 있다.원형 마장 트랙공사 중인 종로구청 통합청사에서 확인된 조선시대 유구. 1843년 제작된 와 발굴유구를 비교해보니 조선시대 사복시터가 분명했다. ‘사복시도’에 등장하는 열청헌터(사복시 책암관리 집무실 터와 좌우 마구간인 동고와 서고의 흔적도 보였다. ‘트랙을 갖춘 잡석 유구’ 역시 숙천..
‘조우관’ 쓴 아프로시압 사절, “연개소문이 파견한 고구려 밀사가 맞다” “아들을 낳으면 석밀(산 벌꿀)을 입안에 넣어주고 손바닥에 아교를 발라준다. 아이가 성장하면 입은 늘 달콤한 말을 하고 돈이 아교처럼 붙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열전·서융’)예부터 사마르칸트(우즈베키스탄)를 중심으로 동서교역을 담당했던 소그드인들의 타고난 장사수완을 가리키는 기사이다. 중국에서는 소그드 연맹체 중 사마르칸트를 기반으로 한 왕국을 강국(康國)이라 했다. 강국의 도읍은 사마르칸트의 북동쪽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아프로시압 도성이었다.조우관을 쓴 사절사마르칸트 아프로시압 궁전벽화에서 모습을 드러낸 ‘조우관을 쓴 고구려 사절’. 1965년 이후 아프로시압 궁전유적을 발굴한 우즈베키스탄 고고학자 라자르 알바움은 1958년 북한에서 발견된 쌍영총 벽화의 ‘조우관 쓴 인물상’을 인용, 1975년 ..
‘백제의 미소’ 불상, 아름답지만…40억원↑ 가격은 ‘국제호갱’ 감이다 호암미술관이 6월16일까지 열고 있는 전시회가 있다. ‘진흙에 물들지 않은 연꽃처럼’이라는 제목의 전시회다.한·중·일 3국의 불교미술에 담긴 여성들의 번뇌와 염원, 공헌 등을 세계 최초로 조망하는 전시회란다.전시회에는 한국·미국·유럽·일본 등에 소장된 92건의 작품이 출품되었다.30억원 이하의 가치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가 2018년 존재가 드러난 백제 금동관음보살 입상(왼쪽). 문화재 당국(제시금액 42억원)이 소장자(150억원 호가)와 환수협상을 벌였지만 가격차가 너무 커서 결렬됐다. 그러나 이 보살상은 2022년 매물로 나와 32억원에서 유찰된 ‘계미명’ 금동삼존여래입상에 비해 가치가 낮다는 평가가 나왔다. 광배와 받침대가 사라진 백제 보살상이 ‘명문+광배+받침대’를 모두 갖춘 ‘계미명’ 불..
금동대향로, 구멍 대충 뚫었다…아차 실수? 국보의 흠결 ‘백제판 천존고(天尊庫)?’ 최근 국립부여박물관이 백제 국보관 설립을 위한 착공식을 열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좀 객쩍은 비유이겠지만 신라 신문왕(681~692)이 만파식적(피리)과 거문고를 보관했다는 ‘보물창고’를 떠올렸다. ‘기이·만파식적’조는 “만파식적(萬波息笛)을 불면 적병이 물러가고 병이 낫고 가뭄에 비가 내리고, 비가 오다가 개이고, 바람이 멎고 파도가 잔잔해졌다”면서 “이것을 월성(도성)의 천존고에 보관했다”고 전했다. ‘신라 천존고와, 이제 세우겠다는 백제 국보관이 무슨 상관이냐, 웬 무리수냐’고 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금동대향로 12 구멍의 정체 ‘백제예술의 정수’ 금동대향로에는 모두 10개의 향연 구멍이 뚫려있다. 구멍은 맨 위 봉황의 좌우 가슴팍에 2곳, 뚜껑 윗부분에 10곳이다...